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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  입력 : 2017-08-1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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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현상 속에 파묻힌 진실, 아무도 몰라 각자 다른 생각
원인 파헤치기가 비생산적일 수도 있어...앞으로 가는 대화법이 중요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어느 회의 시간, 사이트의 트래픽이 최근 들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IT 담당자가 말했다. 어쩐지 요즘 보안뉴스 사이트 좀 느려진 것 같더라, 라는 모두의 말 뒤에 각자의 뿌듯함이 숨어 있다. 동상이몽의 시작. 부서장은 ‘최근에 사이트 개편시킨 게 좋은 결단이었어’라고 믿고, 그 개편을 손으로 구현한 디자이너는 자신의 미적 감각이 뿌듯해진다. 데스크는 ‘급격한 변화에도 운영의 묘를 살린 것’에 대해서 열매의 달콤함을 맛보고, 늙은 기자는 ‘드디어 내 기사들이 터지기 시작하는 건가’ 설렌다. 새내기 기자는 또 새내기대로 즉시적인 효과를 발휘한 자신의 ‘입사효과’가 놀랍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동상이몽을 가능케 한다.

[이미지 = iclickart]


압도적인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 벌써 반년도 훨씬 넘은 옛일이다. 그러나 지난 주까지도 한 유명 매체는 ‘트럼프가 어떻게 당선되었는지’를 분석했다. 그만큼 그 사회에선 충격적이었나 보다. 트럼프의 당선 이유에 대해 ‘오버스러울’ 정도의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반발 작용 이야기도 나왔다. 결정적인 증거나 선거결과와의 상관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러시아 해커들이 도왔다는 결론은 이미 올해 초부터 신경질적으로 빠르게 내려지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는 “패배자의 변명”이라 조롱했다. 한 통계학자는 아직도 미국 사회에 은밀히 남아 있는 인종차별주의 때문이라는 이론에 대한 입증 자료를 출판하기도 했다. 패배의 이유나 승리의 이유나 각자의 마음속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동상이몽을 가능케 한다.

교직원 정원(TO) 감소에 서울교대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여론은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서울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지방 도시들을 뭣 같이 여기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인구절벽 시대를 알면서도 일자리를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철이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실업자 100만 시대를 지나는 같은 또래 청년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도 하고, 구호 문구가 지나치게 선동적이었다고도 말한다. 10년 전 정부가 교사 TO를 늘려버린 피해를 지금의 젊은이들이 애꿎게 받고 있다는 옹호도 있고, 서울교대가 자동으로 안정된 졸업 이후의 삶까지를 보장해주던 시스템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같은 시위를 보고 미움의 구실이나, 옹호의 이유나 제각각이다.

어디서부터 이게 이렇게 된 건지, 막을 수는 없었는지,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동상이몽을 가능케 한다.

타 매체에 있는 한 후배 기자가 사석에서 “보안은 도대체 눈에 보이는 게 없어서 재미없다”고 지나가듯 말했다. 하긴 그렇다. 우린 API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도 없고, 드라마틱한 사건의 현장을 사진으로 남길 수도 없다. 꿈꿔왔던 저널리즘의 펜대를 세우고 싶지만, 나쁜 짓을 한 당사자들을 겨냥한 확실한 증거가 없어, 실수를 하거나 고려가 부족했거나 대처가 미흡한 피해 기업이나 사용자 혹은 정부기관에게 책임론만 들이댄다. 그러니 사건 앞에서 모두가 죄인이 된다. 법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 피해자인 기업에게 ‘관리를 잘못했다’고 벌금을 매긴다. 그것도 갈수록 비싸고 무겁게 변해가고 있다.

정말 나쁜 짓을 한 자가 누구인지,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모두가 서로를 손가락질 하는 동상이몽을 가능케 한다.

동상이몽들이 모여 진실이 발견될 때도 있다. 하지만 각자의 생각을 열린 공간에 솔직히 나누기도 어렵고, 그런다 한들 진실과는 상관없을 때가 더 많다.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게 반드시 생산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교사 TO가 줄었다면, 시위하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이 사건으로부터 새삼스럽게 절감된 인구절벽 현상을 진지하게 논할 때가 되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경고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이왕 집권하게 되었다면, 그가 앞으로 3년 반 동안 빼앗아가거나 망치리라고 예상되는 것이 무엇인지(즉, 왜 모든 미디어가 그를 미워하는지) 빼도 박도 못하게 파악하고 방비해야 한다. 취재의 보람을 더해주는 사건의 현장이 없어서 기업 혹은 사용자 책임론만을 전문가로부터 인용하더라도, 왜 보안 강화의 해결책이 은근슬쩍 벌금으로 굳어져 가는지, 그게 우리의 최선인지를 고민해볼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을 아무도 몰라 동상이몽을 하지만, 동상이몽이 예지몽은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는 있다.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촌철살인’이랍시고 한 마디 비판 혹은 비난을 더 끼얹고, 흘러가는 그대로에 편승해 재미없어만 하는 건 가장 달콤한 환각이다. 환각은 깨지 않는 꿈을 말한다. 그날 회의에서도,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해 모두가 자기의 입증되지 않은 공로를 달콤하게 맛보고 있을 때, 다행히 누군가는 깨어나 서버 증설을 회사에 요청했다. 한 달 후, 본지는 꿈꿀 틈 없이 빨라질 예정이다. 다만 그때 그 누군가가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나부터 깨어야 함이 가장 분명하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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