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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와 보안이야기] 미드 ‘지정생존자’로 본 국가보안 위기 극복사례

  |  입력 : 2022-08-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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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사망’, 존재가치 없었던 국무위원의 국가 재건 및 위기 대응 과정 조명
한국도 18대 대통령 ‘보안’ 무시 처사 속 탄핵...5,000만 국민 생명 담보 핵심 역할


[보안뉴스 김영명 기자] 1775년 미국의 독립전쟁 이후 새로운 정부 형태로 만들어진 대통령 중심제. 막강한 미국의 파워와 함께 전 세계의 많은 나라가 이러한 대통령 중심제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1945년 정부수립 이후 제2공화국 때를 제외하고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의 의전서열은 국가 주도 행사에 참석한 고위 공직자들의 자리배치 등 예우를 위한 것이다. 미국의 의전서열은 대통령, 부통령, (해당 행사를 주최한 지역의) 주지사, 연방 하원의장, 연방 대법원장, 전직 대통령 및 배우자, 전직 부통령 및 배우자 순으로 서열이 정해져 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지정생존자’ 공식 포스터[자료=넷플릭스]


기자가 넷플릭스에서 ‘지정생존자’를 접한 건 2019년 초였다. ‘대통령이 갑자기 서거하면? 국가가 대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이 또 다시 남침하는 건 아닐까?’ 어릴 적 했을 법한 상상의 나래를 다시 펼치면서 ‘지정생존자’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본 경험이 눈에 선하다.

미국의 행정부 내각 각료는 15번째 서열에 해당하며, 그중에서도 재무부장관, 국방부장관, 법무부장관 등으로 장관 내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 ‘지정생존자’의 주인공인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은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내각 관료 중 최하위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실제 위키백과를 보면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전체 22석의 내각 각료 중 9번째다).

지정생존자는 시즌 1, 에피소드 1에서 시작 3분만에 사건이 발생한다. 현직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내각 관료들이 연두교서 행사에 참석한다. 하지만 내각 서열이 하위권이었던 톰 커크먼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행사 당일 지정생존자로 자택에서 비상대기를 하며 한가하게 아내와 TV를 보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보안요원(비밀 경호요원)이 톰 커크먼 자택으로 들이닥치면서 밖에서 보일 수 있는 창문 등을 모두 닫는 등 보안조치를 취하며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다.

톰 커크먼 자택에서 닫힌 커튼을 열어 보니, 국회의사당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무자비한 폭탄 테터가 발생한 것이다. 톰 커크먼과 부인을 데리고 간 보안요원은 급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보안요원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 길에 톰 커크먼에게 “독수리가 사망했습니다. 의회 내각 등 전부 사망했습니다”라고 하면서, 잠시 뜸을 들인 후, “지금부터 장관님이 미국 대통령이십니다”라는 말을 전한다. 조금 전까지 내각 장관이면서도 서열이 높지 않았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한순간에 대통령이 되는 순간이었던 셈이다.

국회의사당 테러로 정부가 마비된 상태에서 얼떨결에 약식 취임식을 갖고 대통령이 된 톰 커먼은 아직 테러리스트의 존재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굴 믿을지조차 확신을 하지 못한다. 이때 커크먼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그를 보좌한 애런 쇼어(아단 칸토), 애밀리 로즈(이탈리아 리치), 세스 라이트(칼 펜) 등 3명의 참모진과 함께 정부를 다시 세우며, 인기 없던 장관이 한순간에 대통령이 된 것에 못마땅해하는 상하원 의회 주요 의원들 등 내부의 적과 맞서 싸우며 ‘진짜 대통령’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 혼돈에 빠진 정부, 아니 미국을 수습하며 ‘진짜 대통령’으로서의 성장과정을 보여준다.

‘지정생존자’가 인기를 끌고 한국판 ‘60일 지정생존자’까지 나온 이유는 아무래도 국민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인 ‘대통령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이 ‘지정생존자’가 보여주는 핵심은 시즌1 1회부터 국가보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 최근 10년 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의 핵심지역이자 국가원수가 국정운영을 위해 머무는 공간인 청와대에 지정된 공무원이나 국무위원 등이 아닌 외부인을 사적으로 들이고, 외부인에게 국정 문건을 공유하고 첨삭 받는 등 안보를 기만하고,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전달한 죄목으로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을 당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통합방위법’(법률 제17686호)이라는 게 있다. 이 법은 제1장 제1조(목적)에 “이 법은 적(敵)의 침투·도발이나 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가 총력전(總力戰)의 개념을 바탕으로 국가방위요소를 통합·운용하기 위한 통합방위 대책을 수립·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가보안을 위태롭게 하는 어떠한 행위는 비록 국가원수일지라도 법 위에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안보’의 중요성을 전 국민에게 일깨워주는 사건이 됐다.

한편, 톰 커크먼이 ‘지정생존자’로서 테러 위협에서 살아남아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한 시즌1은 혼란에 빠진 국가를 정비하고, 테러 위협으로부터 국가보안을 제대로 지켜나가면서 완성도를 갖추는 이야기를 다뤘다. 시즌2는 국가안보의 총 책임자인 대통령을 맡게 된 톰 커크먼이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거나 위해가 되는 인물을 하나씩 찾아나가는 와중에 FBI 특수요원인 한나 웰스(매기 큐)가 톰 커크먼을 저격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며 신임을 얻게 되는 이야기도 그렸다. 이렇듯 백악관 내부의 적을 색출하며 미국 항공기 피랍 테러, 적국 영해에서 좌초한 미국 구축함 구출 사건, 방사능 폭탄 테러 등 국가주요시설의 보안을 위협하는 적들과 싸우는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시즌3은 얼떨결에 대통령이 된 톰 커크먼이 사회문제에 신경을 쓰는 등 국가보안과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면서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며, 진짜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기 위해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담으며 ‘지정생존자’라는 제목 본연의 색깔을 잃은 듯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이 때문인지 미국판 ‘지정생존자’의 시즌 4는 공식적으로 제작이 취소됐으며, 시즌 3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김영명 기자(sw@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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