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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경험을 구성할 때, 사용자의 책임은 없는 걸까?

입력 : 2023-06-0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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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가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제거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사용자가 왕이다’라는 것이다. 그들은 왕이 아니다. 사용자 경험 향상 프로젝트의 참여자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대규모 시스템 변환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다. 기존에 사용하던 하드웨어 플랫폼을 버리고 새 플랫폼으로 모든 디지털 자산을 옮겨야 했고, 그에 맞춰 소프트웨어 시스템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거대 금융 기업 하나가 다른 금융 기업을 인수하면서 벌어진 일이었고, 인수가 되는 쪽의 직원들은 최대한 협력하여 기존 시스템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실험에도 적극 임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당시 필자는 인수하는 쪽에 속한 IT 담당자였는데, 인수된 쪽 기업의 직원들을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았던 기억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친절했다. 새롭게 동료가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IT 담당자였던 필자나 필자의 팀원들이 찾아가면 커피와 간식도 아낌없이 제공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IT 시스템을 옮기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심하게 느렸고, 좀처럼 자신들의 할 일을 하지 않으려 했다.

물론 갑자기 일하던 환경을 모조리 바꾸라고 하니 저항감이 생기는 것이 이해 불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바뀐 시스템의 최종 사용자가 될 그들의 끈질긴 비협조 덕분에 프로젝트는 도무지 진전되지 않았고, 마감 기한을 1년을 훌쩍 지난 시점에서도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이 때문에 IT 부서 중간 책임자들 몇 명이 책임을 지고 해고되기까지 했다. 물론 그 관리자들의 책임이 하나도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1년이나 제대로 일을 진행하지 못한 것이 온전히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IT 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사용자의 저항감은 꽤나 유명한 현상인데, 필자는 이 사건을 통해 단단히 경험할 수 있었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하루아침에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점령 당한 것 같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 당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본능처럼 저항하게 되는데, 이건 IT 담당자들의 통제권 바깥에 있는 영역이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 후 필자는 ‘IT 담당자도 서비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말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반론을 가지게 됐다. 진정한 서비스를 누리려면 받는 사람 편에서도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IT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중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용자 책임’에 대하여
당신이 만약 집을 짓는다고 한다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먼저는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시공사와 계약을 한다. 하지만 약속된 비용만 지불한다고 해서 집 주인이 될 당신의 책임이 전부 끝나는 건 아니다. 원하는 집의 청사진은 집 주인이 반드시 건축가에게 제공해야 한다. 지붕 색이나 창틀 재질, 벽지 종류 등 특별히 원하는 세부 사항들 역시 정리해서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사전에 합의된 사안들을 집 주인 변심으로 갑자기 바꿔가면서 건축을 진행할 수도 없다.

IT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입장의 사용자들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IT 전문가들과 사용자들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혹은 머릿속에 다른 그림을 상상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사용자들이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사진 하나 없이 ‘일단 알아서 집을 짓기 시작하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시스템을 시험 가동할 때, 혹은 여러 기능들을 미리 시험해 볼 때 사용자가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제가 오늘은 시간이 없지만 잘 됐겠죠. 믿어요.’라고 하면서 점검할 걸 하지 않고 있다가 더 이상 돌이키거나 수정이 불가능한 단계에 가서 ‘이게 아닌데...’라고 말하는 것만큼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사람들의 힘을 빼는 게 없다. 이는 실질적인 프로젝트 연기로 이어지며, 조직 전체의 경쟁력 하락이 야기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사용자 편에서 해야 할 일을 잘 하지 않을 때 IT 담당자들은 잠깐 중단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자기 할 일을 다 할 때까지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IT 담당자들이 잘 못하는 것이긴 한데, 그래도 해야 한다. IT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프로젝트가 연기되는 게 자기의 실패로 여겨지는 게 당연하고, 그래서 사용자가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을 때 다른 방법을 고안해 빈 자리를 채우려 한다. 그러면서 사용자는 프로젝트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고, 그 결과물도 사용자가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IT의 역할은?
최근 IT 분야는 사용자와 좀 더 친해지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칭찬해 줄 만한 변화다. IT는 불친절하고 어렵고 좀 처럼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아 왔기에 변화가 필요하긴 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친 경우들이 존재한다. 자기 책임을 다 하지 않는 사용자들에게까지도 친절하고 다가가기 쉬운 IT가 되려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건 밑 빠진 독이 아니라 아예 허공에 물을 채우려는 것과 같다. 사용자가 사용성을 피드백하지 않는데, IT 담당자가 이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무조건 맞춰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친절하고 다가가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IT라는 게 그 어떤 사용자들의 행동이라도 있는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개념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사용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고, 그러므로 사용자가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는 걸 IT 담당자가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사용자의 위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참여하지 못한다? 그러면 프로젝트를 과감히 중단하고 마감일을 그만큼 뒤로 미루겠다고 발표해야 한다. 당신이 당신 할 일을 못하는데 왜 나만 내 일을 해야 하냐는 식의 어깃장을 놓으라는 게 아니다. 사용자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그게 너무나 중요해서 프로젝트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강조해야 한다. 사용자의 역할에 대한 존중을 담아야 하고, 그것이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솔직한 대화가 필수다.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하겠다는 것도 그러한 솔직한 대화의 방법 중 하나다. 사용자의 참여를 북돋는 것도 솔직한 대화를 통해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사용자가 참여하기 힘들어 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서로의 할 일을 다 하는 것, 그리고 서로를 기다려 주는 것, 거기서부터 좋은 사용자 경험이 시작된다.

글 : 메리 섀클릿(Mary E Shacklett), 회장, Transworld Data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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