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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영화] 농구 드라마인 척하는 ‘더 웨이 백’, 보안의 작은 눈을 틔웠으면

입력 : 2024-04-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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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드라마인 줄 알고 봤다면 낭패...그래도 건지는 게 아주 없지는 않은 영화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더 웨이 백’은 농구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드라마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과거의 상처를 용서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냥’ 드라마다. 순수 농구 스포츠 드라마였다면 선수들의 육성 과정과 새로 부임한 감독과 선수들이 친밀해지는 과정이 보다 상세히 묘사되어야 했지만 ‘더 웨이 백’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시늉만 낸다. 그래서 나중에 감독이 부재한 경기에서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우리 감독님을 위해 시합하자!’고 결의를 다지는 장면에서 물음표가 뜰 정도다. ‘저들이 언제 저 정도로 친해졌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 어색하다.

[이미지 = 네이버 영화]

영화의 대부분은 주인공인 감독의 주변 상황들이 나오고, 그가 주구장창 술을 마셔대는 모습을 비추는 데 할애된다. 그가 농구장에 모습을 비추는 시간은 영화 러닝타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리 많지 않다. 그가 아이를 잃고, 아내와 헤어지고,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장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퍼즐처럼 맞춰지지만 그가 관리하는 농구팀이 어떻게 더 강해지는지, 어떻게 시합을 이기는지는 명쾌히 나오지 않는다. 하이라이트처럼 골 넣는 장면 몇 개 편집하고 최종 점수를 자막으로 처리할 뿐이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짧게만 처리되는 농구 장면들이 더 큰 임팩트를 가져간다. 애초에 포장지 자체가 농구 드라마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도 농구 공 바닥이 튕기는 소리만 나도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제야 본편이 나오나’ 싶은 것이다. 그걸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영화 전체에 흐르는 주제 의식은 농구장에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해 주는 대사 속에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농구를 하는 ‘집중도 높은’ 장면에서 주제 메시지를 들은 시청자는, 곧이어 나오는 감독의 사생활 장면을 통해 그 주제가 어떻게 삶으로 반영되는지를 보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해당 리그 내에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팀과 싸워야 했을 때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승리라는 커다란 목표는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바꿀 때 이뤄진다. 작은 것들이 모여서 큰 것이 된다(Small things add up). 그러니 파울 하나 덜 하려 하고, 한 걸음 더 뛰려 하고, 실수 한 번 줄이려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의 말을 해준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 전형적인 교훈이다. 그렇게 선수들을 다그치는 그는 습관처럼 술집에 들어가려고 주차를 하다가 다시 차에 시동을 거는 작은 변화를 실천한다. 그러고는 술없는 긴 밤을 보낸다. 물론 말은 해놓고 스스로는 실천하지 못하는 반례의 장면들도 있다.

그렇게 작은 실천과 실패들이 반복되지만 어쨌든 그는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이혼한 아내에게 먼저 용서를 구하는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보잘 것 없었던 농구 팀이 어디까지 승승장구 승리를 이어가는지, 시청자들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 부분이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치료를 받기로 결정하고, 주변인들에게 용서를 구하면서, 자신의 과거 상처들을 서서히 봉합하는 장면들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애초에 농구 드라마가 아니었던 것이라는 걸, 시청자들은 영화 크레딧을 보면서 깨닫는다. 그러고 보니 제목도 ‘되돌아가는 길(the way back)’이었다는 데에까지 감상이 닿는다.

‘재밌었다’거나 ‘뜻 깊었다’보다 ‘속았다, 그런데 영리했다’라는 감상이 먼저 든다. 스포츠라는 도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기법은 여러 영화를 통해 시도된 바 있다. 큰 맥락에서 보면 ‘더 웨이 백’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진부한 느낌이 덜 드는 건 그 메시지가 ‘열정’을 되찾는 것이나 ‘다윗이라도 골리앗을 이길 수 있으며 불가능은 없다’라는 스포츠 드라마의 단골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를 용서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 자체가 신선하냐면 그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땀 내 풀풀 풍기며 열정을 강조해야 마땅한 스포츠 드라마를 통해 비춰진다는 건 자뭇 새롭다. 게다가 사람의 변화라는 게 기적과 같은 승리를 기폭제 삼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도 신선하다. (감독의 변화와 팀의 승리가 같이 가긴 하지만, 그 승리가 감독이라는 사람을 좌지우지 하지는 않는다.) 승리를 통해 교훈을 받아 변한다는 것처럼 현실과 동 떨어진, 그럼에도 많이 채용되는, 이야기 전개 방식도 없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서 승패와 변화의 연관성은 의외로 희박하다.

보안 업계는 ‘더 웨이 백’의 감독처럼 과거의 상처와 잘못된 선택들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물론 보안 업계만의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기술 변화가 너무 빨라서 보안 대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는 것을 두고 보안 전문가들이 공부를 부지런히 하지 않아서 그런다고 할 수 없고, 그런 사람도 없다. 보안 담당자들이 갈수록 씨가 마르는데, 이를 두고 보안 업계가 카르텔화 되어서 그렇다거나 보안 전문가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서 그런다고 하는 의견은 본 적이 없다. 어찌됐든 인력을 교육하고 수급하려 하고, 어찌됐든 신기술을 알아보려 각종 논문을 찾아 읽는 보안 전문가들의 노력을 어지간하면 눈치 채고 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 중 적잖은 수가 분명히 잘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입보안’ 문제다. 통계 수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보안 전문가들이 입으로 발설하는 보안 수칙들은, 보안 전문가들의 몸으로 살아내지지는 않는 듯하다. ‘입으로만 하는 보안(입보안)’이라는 말을 보안 전문가 스스로 하고 있고, 보안에 대한 해이 때문에 사이버 공격에 당하는 보안 전문가의 소식들이 간간이라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건 유구한 전통을 가진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목사님들의 설교에 가장 은혜를 못 받는 건 목사님과 같은 집에 살아 그들의 행동을 전부 보게 되는 사모님들이라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언행일치라는 사자성어가 옛적부터 존재했고 강조되어 왔다는 것도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을 똑같이 하는 게 숨쉬기처럼 쉬웠다면 그런 용어가 등장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보안 전문가들이 입으로만 나불거린다고 손가락질 하는 건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긴 하나 불공평한 감이 있다. 인간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고, 사실 언행일치를 실천하는 게 대단한 거지 못하는 건 오히려 디폴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입보안이라는 말에 ‘보안’ 말고 ‘정치’, ‘선행’, ‘공무’, ‘감독’ 등 아무거나 넣어도 우리는 그에 해당하는 실례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입보안’이라는 현상을 문제시 해야 하는 건 보안 사고가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사회적 안전망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말로만 설파하는 것들은 뒷심이 부족하다. 보안 실천 사항들이 아무리 좋고 귀에 음악 같아도, 그것을 말하는 사람이 삶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말로만 전수되는 교훈은 바람처럼 흩어진다. 우린 보안의 각종 수칙들을 바람에 흐트러트리는 게 아니라 귀와 가슴들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만연한 보안 사고를 조금 줄일 수 있을까 말까 한다. ‘입보안’은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실존의 문제인 것이다.

제대로 실천하는 보안 전문가들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많은 건 왜일까? 게을러서? 이중인격이라? 단 하나의 이유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터이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는 보안 업계가 너무 큰 그림만 그리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 저 먼 타국 어딘가 정부가 은밀히 육성하고 있는 해킹 조직, 그들이 공략하는 나라의 사회 기반과 공동체, 국경 없는 거대 공간인데다가 매일 불어나기까지 한 인터넷, 수년 후 우리의 생활에 깊숙하게 침투하게 될 미지의 어떤 첨단 기술(eg. 양자컴퓨터) 등 우리는 너무 크게 멀리 보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심지어 장사도 대기업을 위주로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크게 보는 건 중요한 일이다. 요즘 보안 전문가들에게 더욱 강조되는 미덕이기도 하다. 크고 넓게 사회 전체를 바라봐야지, 자기 회사 네트워크 안에만 시야가 갇혀서는 안 된다는 교훈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전 사회적, 전 국가적, 더 나아가 전 인류적인 것으로 시야를 확대하다보면 작은 것들의 힘을 놓치기 쉽다. 그 부작용처럼 나타나는 게 입보안이다. 게을러서, 이중인격이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시선이 너무 큰 데에만 가있는 것이다. 중요한 농구 경기를 꼭 이겨야 하므로 주구장창 3점 슛만 시도하는 건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실수 한 번 줄이기 위해, 한 걸음 더 뛸 수 있기 위해, 파울 한 번 덜 하기 위해 움직이는 작은 노력들이 모이고 습관화 되면 그 팀은 어느 새 이기기 까다로운 팀, 더 나아가 강한 팀이 된다.

보안이 ‘실존적으로’ 향상되어야만 하는 때에 보안 업계의 책무는 ‘사회와 조직의 변화’가 아니라 ‘내 옆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다. 구석진 방에 홀로 앉아 컴퓨터 만지고 취약점 연구하고 해킹해 보는 걸 즐기는 성향이라고 하더라도, ‘영향력’을 고민해야 한다. 내 옆자리 동료, 저녁 식탁에 늘 같이 앉아 있는 가족, 이따금씩이라도 통화하며 소식을 주고 받는 친구 등이 공략 대상이다. 그들에게 가는 영향력이 겹치고 누적되다보면 어느 새 개발자들도 안전하게 앱을 만들고, 사용자들도 보안 수칙을 당연하듯이 지키며, 따라서 해킹하기가 까다로워지는 조직과 사회가 꿈만 같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변화는 영향력의 산물일 뿐, 그 자체로 추구할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부터도 타인의 몇 마디 말로 안 변하지 않는가? 엉뚱한 목표를 바라보다가 먼 길을 돌아가며, 우리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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