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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난동, 과연 법이 문제일까?
  |  입력 : 2017-05-0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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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감정 편승한 처벌 강화 및 입법 만능주의로는 해결 요원

[보안뉴스= 김용근 경찰교육원 교수] 지난해 말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일어난 기내 난동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줌과 동시에 분노를 일으켰다. 당시 이 사건으로 피의자 옆 좌석에 타고 있던 50대 후반의 탑승객은 물론 이를 말리던 여승무원 4명 등 총 6명이 폭행으로 상해를 입었다. 외국인을 포함한 기내 탑승객들의 도움으로 피의자의 범행은 제지됐다. 피의자는 경찰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국민적 공분이 지속되면서 정부와 국회, 항공 업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강력한 처벌을 표방한 각양각색의 입법안과 대책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기내 보안 승무원을 따로 지정해서 탑승시키자는 의원 입법안 등 모두 15개의 법안이 발의됐으며 이 중 13개는 주로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사들에 테이져건과 올가미형 포승줄의 적극적인 사용을 요구하며 피의자를 즉시 제압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항공보안 감독권 행사를 공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커다란 부담을 안고 실제 사법권을 행사해야하는 기장과 승무원들에게는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뻔하고 공허한 이야기로만 들렸을 것이다. 항공업계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정부와 여론의 강력한 대응 주문에 테이져건 사용 훈련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으면서 범인 인도시 수사 기관의 기내 진입 등 적극적인 지원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대책들을 보면 기내 난동이 발생했을 때 기내 법 집행관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현행법상 기장과 승무원은 엄연히 특별 사법경찰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제7조(선장과 해원 등) 제2항에서 ‘항공기 안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관해 기장과 승무원이 제1항에 준해 사법경찰관 및 사법 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내 질서 유지와 범죄 예방을 위해 기장과 승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기내의 범인을 체포해서 지상의 경찰에 인계하기 위해서는 기장과 승무원이 형사법적 절차와 체포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범인을 인수받는 공항 경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승무원들이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현행범 체포서나 증거 확보 등이 제때에 절차대로 준비되지 않고 인계되는 경우도 많다.

사건을 상시 취급하는 일반 경찰 수준의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기내 사법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또한, 업계의 상시 교육훈련을 통해 실질적인 대응과 기내 사법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고객에 대한 가장 큰 서비스는 미소 띤 얼굴과 친절보다 기내 보안과 안전의 확보다.

지난 두 달여간 뜨거운 논란이 됐던 기내 난동 사건은 그동안 정부와 국회, 업계의 대응 논의 과정에서 대체로 난동 행위자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와 경찰 등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는 각 주체들이 과연 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법이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만들어져 같은 일이 반복돼 일어나는 것인지 정확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처벌법을 강화해 기내 난동이 사라진다면 최상이지만, 이미 시행하고 있는 법 제도를 각 주체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현장에 떠넘겨 놓은 채 사안과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반성 없이 국민 감정에 편승한 처벌 강화와 입법 만능주의에만 기댄다면 기내 난동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글_ 김용근 경찰교육원 보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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