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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의 테러라이브-25] 전쟁과 테러의 정반합... 용서와 펑화의 길로
  |  입력 : 2018-09-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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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 ‘대결과 분쟁’ 대신 ‘용서와 평화’라는 정반합이 이뤄져야

[보안뉴스= 이만종 대테러안보연구원장]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자, 역사가 마침내 종착점에 이르렀다고 한 주장은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사용된 표현이다. 그는 역사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체제가 최종적으로 승리함으로써 정반합(正反合)의 발전을 멈췄다고 주장한다.

[이미지=iclickart]


하지만 이 주장은 서구의 가치가 지구상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는 판단을 전제로 하는 매우 일방적이고 교만한 견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는 앞으로의 세계가 지금까지 서구의 일반적인 기대처럼 보편성에 따라 일체와 평화를 누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더 큰 국가 간 분쟁과 문명 간의 충돌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세계질서의 재편’으로서 ‘문명 간의 충돌’이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의 강으로 인류를 몰아넣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단순한 개인적 기우이길 바란다. 지난 역사를 보면 냉전시대에는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이 동서 이념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의해 결정됐지만, 냉전 이후에는 문명과 종교와 관련되는 근원적인 물음에 의해 결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이데올로기에 의해 억눌려 역사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문명 간의 충돌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세계는 서구의 기독교권과 중동의 이슬람권 등 주요 문명권으로 다극화·다문명화로 재편되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서구문화는 물질적 성공을 앞세워 오랫동안 지구상의 지배적 가치로 군림했었지만, 이제 서구의 물질적 성공은 더 이상 독점적이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와 이슬람권도 인구 성장과 사회적 동원력을 앞세워 자신의 정체성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어 이로 인한 핵 확산·테러·난민 등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대체로 서구는 오만하고 이슬람은 편협했으며, 상호 이질적 문명들은 항상 충돌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서구와 이슬람의 갈등은 뿌리 깊다. 이슬람은 서구를 탐욕적이라고 비난하고, 서구는 이슬람을 테러리즘과 골치 아픈 난민 문제의 본거지정 도로 지목한다. 냉전은 사라졌고 동서 간 이념적 헤게모니는 예전과 다르지만, 이것이 두 문명의 단층선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끊임없이 분쟁과 갈등을 일으키는 중심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래서 최근 우리가 사는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전쟁과 테러는 이처럼 다극화된 문명과 체제의 우위를 지켜내려는 수단일지 모른다. 하지만 목적이 결코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처럼 폭력 또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정당화될 수도 없다. 이는 우리가 현대사회를 야만적 상태로 되돌렸던 역사상 최악의 사건인 9.11 테러라는 악몽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를 살펴보자. 외신으로 전해오는 테러와 전쟁소식이 그저 남의 일이려니 고개를 돌릴 만큼 여유로운가? 굉음과 함께 터지는 폭탄들, 귓속을 뚫고 뇌리에 박히는 비명과 공포에 질린 아이들의 눈빛, 그 아비규환의 모습은 결코 중동과 다른 세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는 지난 세기 수많은 외침을 당했고, 비록 남북 간 평화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그동안 상호대립과 도발은 일촉즉발의 상황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도 전쟁의 불안을 제거하고, 자유와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정치권은 당리당략적 안보관을 버려야 한다. 테러와의 전쟁, 핵과 같은 대량 살상무기라는 용어들은 진보와 보수로 대립되는 정치적 지형이 대신할 수 없는 문제다. 화합하지 못하고 서로가 제거되어야 할 세력으로 몰아세운다면, 안보와 평화는 멀어질 뿐이다. 한국의 정치는 책임과 공감을 중심으로 당당하게 이뤄져야 한다.

탁월한 외교력도 중요하다. 외교야말로 무엇보다 ‘현실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북핵 문제는 국가의 안보와 국제질서 재편의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지금은 한반도의 미래를 다시 결정지을 격동의 시기이다. 다행히 요즘 우리 외교는 ‘이상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지도자와 정부는 우리 민족의 대국(大局)을 이끌고 가야할 어려운 상황이다. 함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굳게 견지하고 수호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정반합’은 흔히 변증법이라고 하는 참된 인식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제시된 헤겔 철학의 이론이다. 인류 역사도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역사는 한 상태에서 다음 상태로 넘어갈 때 홍역을 치른다. 그러나 정(正)에서 반(反)으로 갔다가 중간의 균형을 찾아가는 정반합(正反合) 같은 그 과정은 가장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것이다. 남북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대결과 분쟁 대신 용서와 평화라는 정반합이 이뤄지길 염원한다.
[글_ 이만종 대테러안보연구원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manjong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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