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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국제사회의 가상자산 논의는 ‘테러자금 차단’부터
  |  입력 : 2019-10-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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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 ‘FATF’, 가상자산 컨트롤 목표

[보안뉴스 권 준 기자] ‘자금세탁방지기구’라고 번역되는 ‘Financial Action Task Force(FATF)’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일·중·러 등 주요 37개국과 유럽위원회(EC), 걸프협력회의(GCC)가 회원인 국제기구다. ‘태스크포스’라는 이름만 봐서는 과연 국제기구인지도 애매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막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세계 금융의 현재와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곳이다. 민·관에서 그간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통화 등 여러 이름으로 지칭되어 오던 것들이 최근 ‘가상자산(Virtual Aasset)’이라는 명칭으로 정리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도 FATF가 정의한 것이다. FATF가 정하면 글로벌 표준이다.

[이미지=iclickart]


이미 지난 6월, FATF는 모든 회원국이 가상자산 취급업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발표했다. 요약하자면, 비트코인 거래소 같은 가상자산 취급업소도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계좌 주인의 실명, 주소 등 신원을 확인할 의무가 있고(고객확인의무), 범죄 관련성이 의심되는 거래는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의심거래보고)는 것이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거래소는 당국의 제재를 받고, 의무를 이행할 능력이 없는 거래소는 개설할 수 없으며, 능력 없는 거래소가 영업 중이라면 허가 취소든 등록 말소든, 문을 닫아야 한다. 지난 7월 이미 우리나라도 이와 관련한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했다.

FATF는 이런 규제를 어떻게 관철시킬까? FATF는 안건에 대해 표결 없이 컨센서스 기반의 회원국 총의에 따라 대부분의 사안을 결정한다. FATF가 기준을 제시하면, 회원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금융당국이 혹시나 그 기준에 어긋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기민하게 대응한다. 심지어 그러한 기준은 명령이나 선언이 아니라 각국에 대한 ‘권고(recommendation)’ 형태를 취하는데, 이런 ‘권고’가 여느 조약이나 유엔 총회 결의보다도 강한 실행능력을 지니는 이유는 FATF의 국가 평가가 사실상 해당국가 금융시장의 생사를 좌우하는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FATF의 방식은 간단하다. ‘권고를 따르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다만 따르지 않으면 FATF 회원국하고 금융거래는 못합니다’. 세상에 미·일·중·유럽 등 주요국 금융망과 연결이 끊기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은 없다. 또한 비회원국까지도 대상으로 하는 FATF의 국제기준 이행평가 결과는 한 나라의 국가신인도와 금융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국제 경제에 참여할 생각이 있는 국가라면 FATF 권고는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FATF가 최근 10.13.~18.간 파리에서 총회를 열고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정보분석원, 외교부 등 우리 정부대표단도 참석한 이번 총회의 논의 결과 가운데 중요한 세 가지 중 첫 번째는, 앞서 설명한 가상자산 규제기준 관련 구체적인 평가방법론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세계 각국의 가상자산 거래소 관리 체제는 FATF의 현미경 아래 놓인다는 의미다.

둘째, 최근 부상하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에 대해서도 연구검토를 거쳐 규제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중에서도 과도한 가치 등락을 억제해서 실질적으로 거래, 교환수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존 법정화폐나 현물에 가치를 연동시킨 것인데, 페이스북이 내년에 출시하겠다는 ‘리브라(Libra)’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떠한 신기술도 범죄·테러 금융의 수단이 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는 FATF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디지털 아이디 관련 지침의 초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디지털 아이디란 온라인·디지털 거래에서 개인을 식별하는 수단으로, 온라인 거래 시스템의 기초 중의 기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공인인증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국제적으로 확립된 시스템이나 기준이 아직 없다. 국내 온라인 거래에서는 공인인증서가 필수이지만, 외국에 나가면 우리 공인인증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 전 세계가 초연결상태에 돌입하는 시대에,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하고 안전한 디지털 개인 식별수단의 기준을 만드는 작업은 범죄자와 테러범의 금융시스템 악용을 막기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 FATF의 시각이다. 그리고 FATF의 이러한 노력이 전 세계에 통용되는 디지털 아이디의 표준으로 이어진다면 세계는 또 다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1989년 G7 정상회담이 FATF 설립을 결의한 이래 FATF가 관철해 온 목적, 곧 △자금세탁방지 △테러자금차단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금융차단을 위한 것이다. 일찍이 마약·무기밀매, 인신매매 등 초국가범죄에 의한 자금은닉·세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FATF는 이제 첨단기술을 악용한 테러자금 형성과 WMD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들은 미래의 위협에 대비하는 게 아니라 이미 랜섬웨어로 갈취하고 해킹으로 탈취한 가상자산이 범죄와 테러자금으로 활용되는 현재의 위험을 차단한다는 사명 하에 세계의 관련 규제체제를 실시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FATF의 이러한 활동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미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모두가 FATF에 대해 알 필요는 없겠지만, 가상자산과 첨단 금융규제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FATF 홈페이지에 공개된 총회 결과 문서 일독은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교양이다.
[권 준 기자(editor@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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