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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는 AI 보안-24] 인공지능 산업과 지역 생태계 조성

  |  입력 : 2020-11-2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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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과 사회구조를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는 코로나, 그 중심엔 인공지능
스타트업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미래 인공지능 산업의 포트폴리오 갖춰야


[보안뉴스=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도시의 아파트와는 달리 시골의 주택에서 사는 필자는 매일 잡초와 싸워야 한다. 민들레와 클로버 같은 잡초는 정원에 올라오기 시작하면 한순간에 퍼진다.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서 잡초를 뽑고 뒤돌아보면 어느새 한 무더기의 잡초가 자라고 있는 식이다. 잡초제거제를 뿌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땅속의 지렁이와 잔디 위에서 뛰어다니는 여치와 메뚜기 때문에 꾹 참는다. 시간이 약이라던가. 가을이 되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기세등등했던 잡초들도 하나둘씩 사라졌다. 결국 필자를 여름 내내 아등바등하게 했던 잡초와의 전쟁은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이미지=utoimage]


예전에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인 나라에 갔었다. 그곳에서 한 현지인 여성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잡초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여름이 잡초 때문에 농사짓기 힘든 계절이라고 했는데, 그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잡초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하지요? 잡초를 뽑아서 당나귀에게 먹이로 주면 되잖아요. 우린 당나귀에게 줄 풀도 길러서 팔아요.”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잠시 생각하고서 한국에서는 빈 땅을 그대로 놔두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서 시간이 지나면 덤불이 생긴다고 했다. 특히, 산은 그렇게 되면 등산길을 제외하고는 들어가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의 놀라운 답변이 튀어나왔다.
“그러면 한국은 사방천지가 온통 푸르겠네요. 아, 부럽다. 저는 죽기 전에 그렇게 푸른 광경을 꼭 보고 싶네요.”

당시에 필자는 영어가 짧아서 설명을 잘못했거나 잘못 알아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여러 날 동안 이동하면서 사막의 모래만 보다보니 그녀가 했던 말의 의미가 마음에 와 닿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살아있는 동식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척박한 사막에서 사니 평생 물 한 모금마저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는 그들이 아닌가. 가만히 있어도 땅에서 저절로 자라는 잡초가 신기했으리라.

우리는 이제껏 우리의 환경이 다른 지역의 환경보다 얼마나 좋은지 잘 모른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거나, 선진국에 비해 수준이 낮을 거라고 여기기 일쑤다. 물론 다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정보통신(ICT) 분야의 환경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도 좋다. 실제로 선진국에 가 봐도 한국처럼 주변에서 인터넷 팡팡 터지고, 어디에서든 통신이 가능하며, 노트북 하나씩 들고 카페에서 종일 앉아 있는 광경을 볼 수 없다. 그리고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Startup)을 차리거나 펀딩을 조성한다고 하면, 지자체들이 나서서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하고, 연구과제도 주며, 각종 기자재까지 아낌없이 제공해준다. 이런 나라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뛰어드는 인재들이 왜 이다지도 적을까?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했다. 컴퓨터(PC)가 일상화되면서 많은 분야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타 분야 전공자도 전산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전산은 주력 산업이 아닌 경영의 보조 역할, 즉 전산실을 운영하거나 서버․전산기를 관리하는 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잘나갔던 전산 분야 학과가 공대에서 점차 침체기에 들어섰다.

그런데 게임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소프트웨어 산업도 주력 업종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 대부분이 게임 개발업체로 몰려들었다. 이렇듯 게임 산업계의 전산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면서 전산 전공 인재들이 돈이 되는 게임 관련 프로그래밍에 편중되기 시작했다. 이후 핀테크(Fintech)와 블록체인(Block Chain)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자 인재들이 해당 분야에 몰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인공지능이 화두로 떠오르는 지금, 이에 관련된 전문가가 부족해졌다.

인공지능과 같이 깊이 있는 학문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다. 특히, 인공지능은 딥러닝(Deep Learning)과 같은 수학 기반의 알고리즘 개발은 물론, 로봇·드론·헬스케어 등과 같은 타 분야와도 연동되는 부분이 많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같은 첨단기술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연동에 필요한 기술은 운영체제, 디바이스 드라이버, 하드웨어 펌웨어, 커널과 같은 고난도 프로그래밍 분야이다.

이러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쉽게 찾기 어렵고, 모셔오기도 어렵다. 시스템 프로그램은 운영 환경이 바뀌면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아직까지 인공지능 관련 시장이 그리 크지 않고, 게임 산업처럼 높은 급여를 보장하지 않기에 인공지능에 자신의 미래를 맡기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관련 제품이라고 광고하는 것들은 대개 외국계 핵심 알고리즘이나 엔진을 그대로 이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인공지능 내부 핵심 알고리즘 같은 원천 기술 연구·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선진국들처럼 자체 기술력 확보가 절실하다.

결국 인공지능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사회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개발자들이 인공지능 관련 창업을 선호할 수 있도록 긍정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일단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서로 밀고 끌어주는 협업과 상호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네트워킹을 통해 건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주춤하고 있을 때, 다른 나라에서는 인공지능을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도 인공지능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왜 수많은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인공지능 산업으로 몰리고 있겠는가! 인공지능 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벤처캐피털은 석유회사나 자동차회사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금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기업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페이스북 같은 IT 기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타트업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중국 정부도 알리바바나 텐센트 기업과 함께 자국의 인공지능 전문 기업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는데,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발전하려면 기반이 되어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전 정보통신(IT) 산업의 경우 씨를 뿌리지 않아도 자연스레 여기저기서 씨가 날아오고, 성장을 위한 기반이 될 토양도 제공되었기에 창업자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하늘을 향해 뻗다보니 뒤늦게 발아한 스타트업들은 그들의 그늘에 가려 더 이상 성장하기가 어렵다. 이제 그러한 스타트업들에게 더 실한 토양을 제공하여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사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보면 정말로 사람이 편안하게 살 수 없을 것 같다. 실리콘밸리는 척박한 사막으로 둘러싸여있고, 텔아비브는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어떻게 될까봐 조마조마하다. 그런데도 그 두 도시는 인공지능 환경을 조성하려는 기반을 잘 닦아놓았기에 모든 스타트업이 자리 잡기를 원한다. 더구나 중국의 베이징도 자국의 인공지능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적극 진행 중이다.

새로운 경쟁상대인 중국을 의식해서라도 한국은 인공지능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이를 위한 환경 조성도 서둘러야 한다. 비유하자면 양질의 토양과 충분한 일사량, 적절한 시간마다 물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전통 산업계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연계한다면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효과를 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이 우리나라에서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효과도 아직 미진하다. 왜일까? 전통 산업체의 대부분이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데 반하여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하고 문제점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 산업에 적용시켜야 하는데, 인공지능 기업과 전통 산업체들 간의 거리가 멀어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결국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지역산업을 활성화시키면서 거기에 인공지능을 접목시켜야 한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들 중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리니 지역인재 육성은 언강생심이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를 빨리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나마 조성된 비옥한 토양이 어느 순간에 사리지면서 사막화될 것이다.

물론 수도권은 많은 기회를 보장한다. 그래서 수도권 밖에 있으면 그러한 기회가 적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지방대학도 학생들의 사업 역량을 키우고 창업정신을 조성하는 문화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지방대학의 연구실은 아직도 논문 발간과 연구 실적, 학위에 매달려 창업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러니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전통 산업체들과 연계해 창업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또한, 스마트팜이나 스마트팩토리 같은 전통 산업과의 연계에 더해 스마트시티나 스마트카 같은 새로운 분야에도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투자 유치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단기간에 결실을 맺을 수는 없다. 우리도 지역마다 전문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이들이 자기 지역의 산업을 촉진시키며, 수도권과의 협업을 통해 국가적으로도 균형 발전을 이룰 것이다. 부수적으로 인재들을 수도권 외 지역으로 분산시켜 수도권의 부동산․교통문제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역으로 인재들을 유인할 당근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복지와 문화, 그리고 주거와 가정 등에 관한 문제의 해결이다. 지자체가 이를 위한 전담 상담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스타트업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걸 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인이 초등학교 교사라면 인재는 부인과 함께 해당 지역으로 이사하는 문제에 대해 교육청과 협의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허락을 못 받는다면, 본인도 지방으로의 이직 등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원스톱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인재는 지역에서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다.

또한, 스타트업이 지자체의 브랜드를 이용해 사업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과 지자체가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려고 집중 관리해야 할 부분을 찾아내고, 그 부분에 더 강력한 지원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황 급변에 대비해 스타트업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미래 인공지능 산업의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과제를 발주할 때 인공지능 기반으로 사업 제안을 하는 경우 가중치를 주는 방안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발주처는 과제 제안 관련 기술 평가 시 과제의 성공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인공지능 기반으로 제안한 경우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업체 선정 때 많은 고민을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반 사업 제안에 가중치를 준다면 도전적 사업도 가능해진다. 물론 실패한다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성실성 여부를 판단해 가급적 순방향의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게 좋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상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1997년의 IMF 사태, 2008년의 금융 위기 와중에도 일부 기업은 이를 기회로 삼고 성장했다. 감히 예측해보건대 코로나는 우리의 삶과 사회 구조를 급속히 변화시킬 것이고, 인공지능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을 외면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인공지능에 열광하는데, 우리만 외면한다면 세상에서 뒤처질 것이다. 그러니 변화를 이끌어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막을 가로질러 도시에 도착하니 마음이 놓였다. 지인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화제로 올렸다. 그분의 이야기로는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지역도 푸른 초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기후가 바뀌면서 비가 내리지 않았고, 그러면서 땅이 메말라 결국 사막화되기 시작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현지인들 중 대부분도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단다. 그들은 토마토․상추와 같이 물이 많이 필요한 농작물을 여전히 재배하고, 목축업도 계속 했다. 결국 염소와 양이 잡초의 뿌리까지 캐 먹는 바람에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져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단다. 더 이상 인간이 살기에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만일 그들이 기후 변화를 미리 예측해 관계수로를 만들고, 나무를 심고, 물을 적게 사용하는 산업을 유치했다면 대부분의 현지인은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지 않아도 되었으리라. 결국 많은 사람이 갑자기 도시에 몰리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도 발생했다. 아울러 이 나라 사람들이 지금 먹고 있는 야채는 거의 대부분 주변국에서 수입해오고 있단다. 이를 우리의 인공지능 산업계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글_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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