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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는 AI 보안-28] 인공지능 패러독스: 운세와 운명

  |  입력 : 2020-12-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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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을 맞이하며...인공지능으로 바뀔 수 있는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생각하다

[보안뉴스=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당신의 올해 운세입니다.
연못의 고기가 바다로 나가니 그 의기양양함이 참으로 크게 일어날 것이다. 좋은 땅을 골라 옮겨 살면 생명과 복이 끊이지 않을 운세이니 좋은 선택을 하면 부귀와 영화를 얻음이 자손까지 미치게 될 것이다. 큰 기회를 얻게 된다는 의미로 갈등이 따를 수 있지만, 오랫동안 기다렸던 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오랜 가뭄 끝에 초목이 단비를 만난 격이니 어려움이 멀어지고 기쁨이 생길 징조이다. 가을에 쥐가 창고를 만났으니 재복이 풍부하고 도처에 재물에 대한 기회가 생겨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재미와 실리가 동시에 있다는 의미이니 하는 일이 활기를 띌 것이다. 때를 만나 덕을 쌓으니 경사가 끊이지 않을 것이며, 내가 얻는 것이 많으니 또한, 베풀 일도 많아지게 될 것이다. 집안의 기풍이 흥하게 되니 집안이 화평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화목이 만방에 퍼져 서로가 기쁨을 나누게 될 것이다. 여기저기서 재미가 생기고 천금을 얻게 되지만 버려야 할 인연을 만들어 마음이 아픈 일도 생길 것이다. 위치와 지위가 높아져 책임도 많아지니 마음고생이 심하고 고민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얻은 자의 복이 될 수 있으니 기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천하에 명성을 드높이니 많은 사람이 찾아와 인연을 맺고자 할 것이다.”

[이미지=utoimage]


위와 같은 식으로 사주를 내놓는 조선시대 학자 토정 이지함 선생(1517~1578)의 《토정비결》도 일종의 빅데이터다. 이는 《토정비결》의 다음과 같은 원리 때문이다. 즉, 《토정비결》은 한 개인의 태어난 연월시(年月時)에 나오는 육갑(六甲)에 따라 수치를 계산해 격국(格局, 그 개인이 타고난 품격과 중심이 되는 운세)을 형성한 뒤, 그 격국을 따라 다시 상·중·하의 3원으로 나누어 1년간의 운세를 풀어주는 식이다. 얼굴·손금 등 신체의 특징으로 운세를 풀어주는 관상도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토정비결》과 비슷하다. 관상은 얼굴을 이마․코․턱으로 3등분해 운세를 풀어준다. 물론 궁합․별점․주역 등도 점술가들이 고객의 정보를 빅데이터의 원리로 파악하여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식이다.

사실 누군가의 사주만 보고서 길흉화복을 맞추는 점술가는 정말로 신과 교감하는 인간일 것이다. 그래서 점술가들 중 일부는 ‘사기꾼’이라는 인식이 있다. 물론 좋은 점괘가 나오면 기분은 좋아질 것이고, 맞을 가능성도 50퍼센트 정도는 되니까 재미삼아서 운세를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인공지능(AI)에게 사주를 풀어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인공지능 점술가가 단기적으로는 맞출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50퍼센트일 것이다. 사주를 본 뒤의 작은 행동으로 인한 ‘나비효과’로 그의 운명이 바뀌거나, 사회적·환경적 요인에 따른 예측 불가능한 사건·사고를 인공지능이 모두 계산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잘 알고 있겠지만, 나비효과는 ‘중국 베이징 공원의 나비가 한 번 날갯짓을 하면, 미국 뉴욕에 태풍이 닥친다’ 정도로 설명된다. 나비효과가 벌어지는 이유는 인간의 습관과 행동의 변화에 따른 복잡한 변수 때문이다. 인간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매우 민감하고, 따라서 그 습성도 매우 불규칙하기에 단순한 수학적 모델링으로 분석할 수 없다. 정신상태와 생각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애국심, 민족성, 영토에 대한 욕심, 자식사랑, 종교적 열정, 명예와 권력 욕망, 심지어 축구·야구 경기의 승패에 대한 감정 등까지 학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감정·감성에 기반을 둔 요인들 때문에 인공지능이 제시한 운세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내놓은 일기예보가 주간 단위는 잘 적중하지만, 월간·연간 단위까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즉, 인공지능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주어진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인간은 감정·감성의 기복 때문에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며, 다음 행동에도 밀접하게 영향을 끼친다. 이외에 인간의 구조적 특징도 예민한 변수로 작용한다.

첫 번째는 인간의 기억력 감퇴다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집에 유선 전화기가 있었고, 그 옆에는 직접 손으로 작성한 전화번호부도 있었다. 물론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는 전화번호부를 보지 않고도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 있었다. 필자도 자주 사용하던 전화번호를 1,000개 정도 외웠던 것 같다. 가족은 기본이고, 친척·친구·회사동료·식당이나 긴급전화번호 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전화번호들을 기억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의 주소록에 입력된 걸 확인하고 누르기만 하면 되니까. 긴급상황에 대비해 외워보려고 했지만 지인들이 스마트폰을 바꾸면서 전화번호도 바꾸니 결국 포기했다.

일정 관리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일정표에 기록해놓지 않으면 약속을 까먹는다. 결국 데이터를 자신의 뇌에 저장하는 대신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것이다. 추억도 마음속이 아니라 클라우드 서버나 블로그로 관리하는 시대이다. 이런 습성 덕분에 빅데이터는 계속 커지겠지만, 우리의 뇌는 그만큼 놀게 되면서 퇴보할 것이다.

두 번째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성이 강해졌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연애할 때 할 이야기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구분해주고, 영화를 추천해주고, 식당도 예약해줄 것이다. 그러면 그 커플은 왜 연애할까? 그냥 인공지능과 지내면 될 게 아닌가. 맞다!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 같다. 굳이 상대방을 배려한답시고 비위를 맞춰주며 억지웃음을 짓느니, 내가 마음껏 독설을 퍼부어도 항상 존대하며 충성심을 보이는 인공지능이 어쩌면 더 편한 상대가 될 테니까.

그런데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 이러한 환경이 일상화된다면 더 이상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모임 같은 활동은 줄어들고, 오직 사이버공간에서만 서로를 바라보다가 싫으면 탈퇴하는 걸 반복하는, 소위 ‘인터넷 폐인 생활’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어쩌다 밖에 나와서도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오거나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지역에 가면 폐쇄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불안해할 것이고 말이다.

세 번째는 대화의 단절 또는 한 방향 소통이다
이는 일각에서 심각하게 우려하는 현상이며, 또한 이미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필자의 아내가 학교 수업과 관련해서 꺼낸 이야기인데, 예전에는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학생들이 질문을 종종 했다. 그러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면서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수업의 깊이를 조절할 수 있었단다. 하지만 지금은 질문을 하라고 해도 학생들이 조용하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초·중·고교 생활 12년간 듣기만 하는 온라인 강의에 익숙해져 질문을 거의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란다. 질문을 하더라도 인터넷 게시판이나 카카오톡으로 하면 되고, 그 결과도 카카오톡으로 받으면 된다.

그러한 카카오톡 내용을 들여다봤더니 거의 단답식이고, 중간에 누군가가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질문으로 끼어들기도 한다. 종종 대면토론을 하더라도 대화가 거의 없다. 아내가 토론을 시키고 잠시 자리를 비켜주면 학생들은 오히려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에 몰두한다. 집중력과 참을성이 떨어지고, 다과를 가져다줘도 고맙다는 이야기 하나 없이 자신의 스마트폰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연애나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물 건너갔고, 오직 연예인 관련 가십에만 몰두하고 있다. 아내가 되돌아와서 토론을 진행해보면, 맥락이 전혀 없고 의도를 알기도 어려운 질문과 답변만 주고받는 식으로 시간만 때우면서 마치기 일쑤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네이버 지식인이나 구글 검색을 하면 된다면서 말이다.

네 번째는 방심이다
사람들은 대개 “인공지능이 현재 편리함과 안전성을 제공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자동차의 기능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오토 크루즈 기능은 기본이고, 차량 간격을 유지하면서 차선 이탈을 방지하는 기능도 추가되었다. 그러자 운전자는 자동차가 안전한 주행을 한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결국 방심을 낳는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고속 주행 시에도 핸들에 손을 올려놓지 않거나 동승자와 대화하면서 전방주시를 게을리 한다. 주행 중에도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하려고 콘솔을 조작한다. 이러한 행동은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즉, 인공지능을 맹신함으로써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어느 시점에서 아주 무서운 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익숙함과 편리함이다
과거에는 대도시의 교통·주거·환경이 불편해 직장은 대도시에 있는데도 거주는 근처 소도시나 교외 지역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점차 인공지능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는 지역에서 사는 쪽으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다. 즉, 거주자가 직접 손을 봐야 하는 일이 많은 교외의 전원주택이나 지방 소도시의 거주지를 떠나 대도시로 몰려들 것이다. 이는 이미 우리가 경험했던 현상이기도 하다. 고속열차(KTX)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전국이 일일생활권에서 반나절생활권으로 바뀌었다며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방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수도권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지방에서 해야 하는 업무를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면서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의 경제는 침체되어 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들 것은 조급함이다
스마트폰은 전화 통화는 물론 인터넷과 다이어리 기능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이에 발품 팔면서 대면 회의를 하지 않아서 시간이 절약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카카오톡이나 이메일앱 등으로 시도 때도 없이 업무를 받아야 하며, 그러한 메시지에 일일이 응대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늘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카카오톡 알람을 신경 써야 한다. 결국 대화가 자주 끊기면서 산만해진다.

이러한 인간의 감정·감성에 덧붙여 구조적 특징까지 고려하면 인공지능도 먼 미래의 운세를 정확하게 맞추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미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이에 인공지능은 과거에 상상하지 못했을 방법을 시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사주팔자는 물론 유전자 정보도 분석해 앞으로 어떤 질병이 닥쳐올지도 파악할 것이다. 이미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연계된 생명공학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유전자 정보로 유방암 위험을 미리 파악해 예방한 외국의 한 연예인과 같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 분석으로 자기 몸의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게 된다.

기업들은 인공지능으로 자사가 채용하려는 인재를 파악할 것이다. 예전에는 입사지원서를 보고서 채용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이 입사 지원자의 혈연·지연·학연·성격·성향·취향을 SNS 활동 내역 등으로 파악하여 적합한 인재인지를 판단해줄 것이다. 결국 입사 지원자는 전공과목의 학점과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시험 점수에 더해 인공지능에 의한 적성·인성 검사 준비도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런 점이 우려스럽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개인정보를 담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간들을 ‘우성’과 ‘열성’으로 구분한 뒤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SF소설 《멋진 신세계》나 SF영화 《가타카》에서와 같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작품들에서처럼 한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인공지능이 피 한 방울만 검사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직업까지 결정할 것이다. 오랜 옛날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었듯이, 먼 미래에는 인공지능의 판단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결국 인공지능에 의해 시작될 새로운 문명은 잠시 동안 편리함을 제공하겠지만, 이후 사용자들을 옥죄는 족쇄가 되면서 그들의 미래로부터 희망과 기회를 박탈할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인공지능 관련 기술 발전에 열광할 게 아니라, 앞으로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적용할지를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반려자로서 순기능을 수행하게 하려면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인간이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미래를 걱정하지 말자. 인간이 선사시대의 돌도끼에서 시작해 증기기관, 내연기관, 컴퓨터 등 새로운 기기를 발명하면서 계속 진화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그렇듯 인간은 인공지능도 유용하게 사용하면서 우리의 처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신의 운세가 너무도 좋기 때문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_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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