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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래된 마이클 잭슨의 앨범 속에 등장한 저주의 뿌리

  |  입력 : 2021-11-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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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은 어떻게 외래어의 어학적 구조와 엉망진창이 될 미래의 상황까지 예견하고 있었던 걸까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작고한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의 오래된 명곡 중 하나로 ‘She’s out of my life’가 있다. 1979년 앨범에 수록된 ‘중년’ 곡이지만 모든 명곡의 생애주기가 그렇듯 조시 그로반(Josh Groban) 등의 명품 보컬들의 리메이크 작업으로 몇 차례 재발굴 되면서 후대 음악 감상자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이미지=마이클 잭슨 공식 웹사이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곡은 떠나간 연인에 대한 노래로, 주로 화자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원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랑에는 표현이 필요하다’거나 ‘원망스러운 자존심’과 같은 표현이 있는 걸로 봐 화자는 먼저 말하는 걸 어쩐지 불편하게 여기는 과묵한 남정네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damned indecision’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자신의 망설임과 우유부단함에 대한 저주를 담고 있는 내용이다. indecision은 요즘 말로 ‘결정 장애’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주부터 이번 주까지 세계 유력 지도자들이 영국에 모여 환경 문제를 논하고 있다. 이른 바 COP26라는 회의가 열리고 있는 건데,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묘안들과 협의체들이 구성되는 중이다. 하지만 환경 단체들은 회의장 바깥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선언만 나오는 회의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게 시위의 이유다. 한 마디로 리더들의 행동 없음, 즉 inaction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지에 나온 보도 내용이다. 영국과 미국, 독일과 프랑스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는데, 기후 변화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은 가득하지만 실제 삶의 패턴을 변경할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지도자들의 inaction도 문제지만 일반 시민들의 inaction도 만연한 문제라는 내용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지어 환경 운동가들의 행동이라는 것도 요즘은 대부분 시위에 그치고 있어 inaction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 속 주인공은 indecision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지금 인류는 지도자들부터 시작해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inaction 때문에 사랑하는 환경을 잃기 직전에 놓여 있다. in-으로 시작한 이 두 가지 요소는 하나의 공통된 감정으로 귀결되는데, 그건 바로 불안, 즉 insecurity다.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노랫말 속 남자 주인공도, 국제회의를 여는 지도자들과, 그 지도자들의 회의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우리들도, 내일부터 시작되는 미래의 insecurity를 미리부터 느끼고 있다.

보안 업계도 항상 indecision과 inaction의 두 가지를 항상 지적해왔다. 보호해야 할 자산이 무엇인지 파악해 두고 지속적인 데이터와 인사 관리를 통해 실제 사고의 순간에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거나 보안 교육과 인식 제고를 통해 귀찮기 짝이 없는 보안 실천사항을 한 사람이라도 더 지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잔소리들 말이다. 하지만 이 소리들이 필요한 사람들의 귀에 제 때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indecision과 inaction 때문에 insecurity가 야기되는 게 순리인데, 실상은 insecurity가 먼저 발생해야 indecision과 inaction을 돌아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insecurity가 시작되고 나서야 inaction과 indecision을 돌아보게 된다는 이 비극적인 순서는(반대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보안 업계에서만 발견되는 문제는 아니다. 따지고 보면 마이클 잭슨의 이별 노래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상황을 담고 있다. 기후 변화 대책 회의 역시 한 발 늦은 것이 분명하다. 올해 여름만 하더라도 지구는 비정상적인 재앙을 세계 곳곳에서 겪었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환경조차 잃기 전까지 간수하지 않는 게 우리라면, 데이터 쪼가리 따위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in-이라는 접두사가 미묘하게 ‘안’과 ‘아니’라는 뜻을 모두 담고 있다는 것이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가온다. (쓰고 보니 한글로 ‘안’과 ‘아니’도 대단히 비슷하게 생겼다.) ‘아니’라는 뜻의 in- 세 번이면 그래도 insight(‘안’+‘시야’)가 생기고 involve(‘안’+‘구르기’)가 되기 시작한다. 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도 피한다 했던가. ‘아닐 in-’자 세 번이면 ‘안으로 in-’자가 되어 재앙의 크기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나 환경이나 정보보안이나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insight를 줌으로써 involve시키는 것이 정답이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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