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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칼럼] 기술회사, 네스프레소

  |  입력 : 2022-03-1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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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프레소, 20년 후를 내다보고 준비한 특허로 성공가도
효과적인 특허 전략으로 음료회사에서 기술회사로 자리매김


[보안뉴스= 유경동 IP칼럼니스트] 국내 커피소비량은 성인 기준 연간 353잔. 매일 한 잔씩 마신다는 얘기다. 이는 세계 평균 소비량의 3배다. 커피와 같은 차 음료에는 다른 식품과 달리 특유의 ‘소셜라이징’ 즉, 사회적 친화 기능이 있다. 차 한 잔 앞에 놓고 이런저런 친교가 이뤄지곤 하기 때문이다.

그럼 코로나 이후 커피 소비량은 줄었을까. 아니다. 여전히 늘고 있다. 그 방식이 재밌다. 재택근무나 원격수업, 영업장 개장시간 단축 등으로, 집이나 사무실에서 보내는 절대 정주시간이 늘면서 홈카페, 즉 비대면 커피 소비가 증가한 거다. 실제로 코로나 창궐 직후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홈카페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 수는 코로나19 이슈에 큰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홈카페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 수 추이(단위: 개)[자료=빅버즈코리아]


상황이 이렇게 되자, 캡슐커피머신 시장 성장세가 매섭다. 그 중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 절대 강자, 스위스 캡슐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의 파죽지세가 눈길을 끈다.

특허, 20년 후를 준비하다
미국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네스프레소 광고의 오랜 전속모델이다. 그가 나오는 TV CF나 드라마 PPL 등 최근 이 회사가 내놓고 있는 각종 광고를 보면, 둥그런 모양의 신형 캡슐 ‘버츄오’만 눈에 띈다. 기존 주력 제품였던 ‘오리지널’은 찾아보기 힘들다. 네스프레소 매장은 물론이고, 폴바셋이나 던킨, 스타벅스 등 일선 시장에선 막상 호환캡슐로 널리 판매중인 ‘오리지널’을, '버츄오'보다 훨씬 더 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네스프레소만의 농익은 IP전략에 숨어 있다.

▲‘음료 준비용 캡슐’ 특허도면[자료=USPTO]

우측 도면은 1979년 네스프레소의 모회사 격인 네슬레가 미 특허청에 등록한 ‘음료 준비용 캡슐’이란 특허다. 사실상 이 특허로부터 ‘캡슐커피’가 세상에 나오게 된 거다. 무려 40년전 특허지만, 현재 판매중인 네스프레소 오리지널 캡슐 특유의 각진 모양 그대로다.

이후에도 네슬레는 후속특허들을 일부 출원했지만, 오리지널 캡슐 관련 특허는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속속 특허권이 만료된다. 관련 대한민국 특허 역시 2012년 5월 이후로는 존속기간이 끝났다.

바로 이때를 기점으로, 기다렸다는 듯 경쟁사들이 호환캡슐을 시장에 속속 내놨다. 개당 1300원하던 오리지널 캡슐 가격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 결과, 네스프레소의 캡슐커피 매출은 한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캡슐커피 춘추전국시대도 잠시, 지난 2018년 네스프레소는 둥그런 모양의 새로운 캡슐 ‘버츄오’를 시장에 전격 출시한다.

▲‘원심분리 캡슐 시스템’ 특허도면 [자료=EPO]

우측 도면이 바로 이 버츄오 관련 최초 특허다. 네스프레소가 유럽특허청에 2015년 등록한 ‘원심분리 캡슐 시스템’이란 특허인데, 앞서 본 오리지널 캡슐 관련 특허와는 달리, 그 모양이 반구 형태의 원형인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시장에서 판매중인 네스프레소 버츄오 캡슐 모양 역시 이와 같다. 여기에는 그만한 기술적 이유가 있다.

도면상 1번이 캡슐이다. 26번에서 물이 나와, 24번 회전축을 통해 캡슐이 회전, 커피가 추출되는 방식이다. 이때 분당 500~1만6500회 속도로 축이 회전하면서 캡슐내 액체에 원심력이 발생, 캡슐막에 형성된 배출구멍으로 커피가 흘러나오게 된다.

버츄오 캡슐 테두리내 바코드 같은 여러 개의 검은 줄 문양을 보고 의아해 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식음료 시스템용 코드’라는 네스프레소의 또 다른 유럽 특허를 보면 풀린다.

▲버츄오 캡슐내 바코드(좌)와 관련 ‘식음료 시스템용 코드’ 특허[자료=네스프레소, EPO]


특허에 따르면, 캡슐 테두리의 이 검은 줄에는 해당 커피 음료의 제조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버츄오 캡슐이 삽입되면, 커피 머신은 이 바코드에 담긴 추출 시간과 속도, 온도, 커피 스타일, 추출 전 커피를 우려내는 프리 웻팅(pre-wetting) 등을 자동 인지, 최적의 조건 하에서 커피를 내리게 된다.

음료기업? 테크기업!

▲유경동 IP칼럼니스트[사진=유경동 IP칼럼니스트]

앞서 본 버츄오 관련 2개 특허는 모두 2030년 이후에나 특허권이 만료된다. 지난 2017년 유럽특허청에 출원된 바코드 관련 특허의 경우는, 출원후 20년 뒤인 오는 2037년에야 특허가 끝난다. 이런 커피, 호환 캡슐로 값싸게 맛보려면 앞으로도 10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단 얘기다.

반면, 네스프레소 입장에서 보면, 대체불가 상황을 최대한 즐기며, 수익률을 극대화하면서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차기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다. 경쟁사 역시 기 공개 네스프레소 특허를 바탕으로, 10여년 후 선보일 버츄오 차기작에 대한 준비를 해놔야 할 것이다.
[글_ 유경동 IP칼럼니스트]

필자 소개_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매체 IP노믹스 초대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다. EBS 비즈니스 리뷰(EBR)와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 중이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글로벌 AI특허 동향 △특허로 본 미래기술, 미래산업 등이 있다.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 英 IAM 선정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꼽혔다. ICTK홀딩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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