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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전 세계 테크와 정책, 외교 이야기

  |  입력 : 2023-01-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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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그린 에너지와 아프리카의 테크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다시 한 번 페이스북에 창끝을 겨누었고, 틱톡은 서서히 미국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유럽연합에서 테크 분야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던 주요 인물은 감옥에 가게 생겼으며,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언론사가 마음껏 발휘하기도 했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12월의 테크 분야에는 어떤 정책과 외교 이야기가 나왔을까?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달이라서 그런지 유독 많았다. 거대한 투자 약속도 많이 있었고, 유력한 정치인이 갑작스럽게 사퇴하기도 했다. 여러 법안들도 나왔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거대 플랫폼 업체는 여전히 법조계와 사이가 좋지 않으며, 이번 달도 일론 머스크는 어김 없이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이미지 = utoimage]


테크와 그린 에너지
12월 15일, 미국 백악관은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중에서 테크 및 에너지 분야의 세금 및 예산에 관한 통합적인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여러 분야에 총 37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하는 규정이다. 이 ‘여러 분야’에는 반도체 생산, 테크 반독점 규정, 디지털 공간에서의 언어 발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방대한 규모의 금액을 약속하고 있는 만큼 문서로서도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내용은 꽤나 구체적이다. 예를 들어 핵 발전소의 경우 기본적으로 킬로와트 당 3센트의 비율로 세액 공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미국 내 생산 기업들 중 테크 산업과 관련이 있는 곳들도 세액 공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금액이 좀 다르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모자라다. 배터리를 생산하거나 특수 광물을 채굴하는 기업 등이 줄어드는 세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들의 경우 전기차 구매에 따른 혜택이 있을 예정이기도 하다. 이 때 연간 수입이 15만 달러 이하인 사람만 해당된다.

메타 대 FTC, 저커버그의 운명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가 다시 한 번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불편한 관계를 맺게 됐다. 연방거래위원회의 린다 칸(Linda Khan)은 저커버그의 위드인(Within) 인수에 ‘태클’을 걸었다. 위드인은 가상현실 게임 전문 기업이다. 그러면서도 슈퍼내추럴(Supernatural)과 같은 인기 높은 피트니스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메타는 약 4억 4천만 달러를 주고 위드인을 인수하려 했다. 지난 수년 동안 메타가 보여온 행방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만한 소식이었다.

하지만 연방거래위원회가 ‘잠깐!’이라고 외쳤다. 이들은 “메타와 저커버그는 가상현실 분야의 생태계 전체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 열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트니스 앱이라는 아이템을 ‘피트니스 전문 앱’과 ‘피트니스 기능이 부차적으로 들어간 앱’을 구분해야 하고, 이 중 슈퍼내추럴은 전자에 해당한다고 따졌다. “피트니스 전문 앱 시장은 소수 강자 몇이 전부 나눠서 먹고 있는 시장입니다. 만약 메타가 이런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가상현실 피트니스 앱을 만들었다면 얘기가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그냥 돈 주고 주력 업체, 즉 시장의 일부를 그냥 사들인다? 불공정 경쟁이죠.”

하지만 저커버그는 “이전부터 펠로톤(Peloton)과 같은 피트니스 앱들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그러면서 메타의 궁극적인 목적은 디지털 시장을 평평한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즉 애플과 구글을 견제하여 누구도 시장에도 돌출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저커버그의 목표라는 것이다. 이는 꽤나 예리한 변호였다. 왜냐하면 이것은 결국 연방거래위원회가 만들고자 하는 이상향(독점과 독과점이 없는 세상)을 메타가 주도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건데, 그런 메타의 움직임 때문에 연방거래위원회가 문제를 삼았다는 말이 되니까 말이다.

틱톡 스파이
12월 22일, 미국 상원은 1조 7천 억 달러 투자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3년에도 미국 정부의 주머니 안에는 충분한 돈이 있을 예정이다. 그런데 이 법안에 예상하기 힘들었던 항목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다. 연방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장비들에 틱톡 앱 설치를 금지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곧바로 큰 화제가 되어 온갖 매체와 정부 기관들 사이에서 갖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주 정부들도 이 움직임을 따랐다. 특히 공화당이 쥐고 있는 주들은 거의 전부 틱톡을 금지시켰다.

틱톡은 바이트댄스(ByteDance)라는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바이트댄스의 미국 측 지부 임원들은 이미 ‘사용자들의 키스트로크 정보에까지 접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한다. 이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심각한 일이기도 하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틱톡이 기반 시설 직원이나 공직자의 스마트폰에 설치됨으로써 스파이 노릇을 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흥미롭게도 언급된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나오고 수시간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트댄스는 틱톡을 통해 서방 세계의 기자들을 염탐해 왔음을 발표하기도 했다. 고객의 정보를 절대로 악용하지 않았다는 이전 주장을 자신들 스스로가 뒤집었던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 버즈피드, 포브스 등의 특정 기자들이 주요 스파이 대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바이트댄스는 이것이 일부 내부 감사 팀원들의 일탈이라고 해명했다.

계속되는 러-우 전쟁
전쟁 기술을 개발하고 보유하고 사용하는 건 군인들만이 아니다. 최근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매체들도 싫든 좋든 전쟁에 참여하게 됐다. 뉴욕타임즈가 이를 선보였다. 2022년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가 부차 지역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학살을 저질렀다. 이를 증명한 것이 뉴욕타임즈였다.

이들은 근처 가게에 설치되어 있던 보안 카메라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다. 지역 내 통화 내역과 문자들 역시 수집해 분석했다. 여러 다른 조직들에서 수집한 데이터들까지 협조를 받아 교차 점검했다. 그러면서 대학살 현장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그려낼 수 있었고, 러시아 공군 234부대(234th Air Assault Regiment)가 학살의 가해자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군에 지원할 수 있는 젊은 남성들만이 아니라, 그 남성들의 가족과 어린 아이들까지도 살해했다. 이 공군 부대원들은 피해자들의 전화기를 사용해 집에 전화를 거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런 통화 기록들을 통하여 부정할 수 없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유출된 무선 통신 신호를 통해서도 부차 학살 현장에 부대 지휘관도 존재하고 있었음을 증명해냈다.

미군이 과거 필리핀 수감자들을 고문했을 때나 무솔리니가 에티오피아 아이들을 독가스로 살해했을 때나, 카메라는 전쟁 범죄를 증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되어 왔다. 하지만 에섹스대학의 전쟁 범죄 전문가인 매튜 길렛(Matthew Gillett)은 “범죄 사실과 현장을 증명하는 데에 있어 새로운 기술들이 활용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각종 디지털 증거 자료들이 여러 현장에서 기록되고 있어 이전과는 증명의 정확성이 상당히 달라져 있죠.”

브뤼셀 감옥의 에바
카타르 게이트(Qatargate)가 터졌다. 12월 9일 벨기에 경찰은 카타르 정부로부터 수십만 유로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5명의 유럽연합 지도부 임원들을 체포했다. 마침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진행 중에 있었고, 그 월드컵이라는 행사는 전 세계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던 상태였다. 체포된 사람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유럽의회 그리스 부회장인 에바 카일리(Eva Kaili)와 이탈리아 NGO 고문인 프라네스코 지오르지(Francesco Giorgi)였다. 이 둘은 의회에서 카타르에 유리한 의견을 표명하고, 회의 방향을 이끄는 대가로 어마어마한 돈을 카타르로부터 받아냈다.

카일리는 사회주의자 성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인물로 카타르를 ‘노동자 인권 보호 최전선에 있는 국가’로 불렀다. 하지만 이미 카타르는 노예 제도에 가까운 노동 인력 운영 시스템을 갖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 국가다. 카일리는 심지어 카타르의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닌’ 것처럼 포장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무슨 나쁜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알겠지만, 테크 분야와 무슨 상관이 있나?’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카일리는 유럽의회 내에서 기술 분야에 대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던 인물이었다. 테크 분야 한정 유럽연합에서 영향력으로는 손꼽히는 지도자였던 것이다. 블록체인의 긍정적인 부분을 피력했고, 인공지능센터(Centre for Artificial Intelligence)의 건립에 앞장섰다. 자매 중에는 테크 분야 비영리 단체인 엘론테크(ELONTech)를 이끄는 사람도 있다(만탈레나 카일리).

테크 분야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일들로 방향이 정해진다. 객관적인 학술 근거와 자료,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만한 이론만으로 뭔가가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 보니 영향력 있는 인물 한 명이 지도부에서 사라지는 게 큰 파장을 일으킨다. 카일리 등이 이제 막 체포가 된 상황이라 아직 파장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몇 개월 후 우리는 ‘카일리의 공백’이라고 분석할 만한 현상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브뤼셀에서의 일론 머스크
요 몇 달, 테크 분야를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사람이 하나 있으니 바로 일론 머스크다. 이번 12월에도 이 인물은 어김 없이 법정 공방 혹은 논란 속에 빠져들었다. 최근 인수한 트위터와 관련하여 언론의 자유 혹은 표현의 자유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머스크는 기자들 몇 명을 거론하며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고 화를 냈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머스크의 개인 제트 비행기를 추적하고 그 결과를 트위터 플랫폼에 올려두는데, 기자들이 그 내용을 리트윗 하며 공유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도 머스크는 트위터와 비슷한 플랫폼인 마스토돈(Mastodon)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화를 낸 적이 있었다. 그러더니 마스토돈 측이 가지고 있던 트위터 계정을 경고도 없이 삭제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CNN, 인터셉트, MSNBC 등과 같은 매체의 기자들이 가지고 있던 계정들 역시 경고 없이 삭제했다.

유럽연합위원회의 부회장인 베라 유로바(Vera Jourová)는 “트위터에서 일부 기자들을 임의로 추방했다는 건 매우 염려가 되는 현상”이라고 트윗을 써서 올렸다.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 법(Digital Services Act)에 따라 (트위터는) 언론의 자유와 기본 권한을 존중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어야 마땅합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게 있고, 조만간 제재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AP통신이 지적했듯이 디지털 서비스 법이나 그와 비슷한 여러 규정들은 2024년부터 발효되기 시작한다. 즉, 지금 유럽연합이 머스크를 제재할 법적 도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또한 최고 수위의 제재는 트위터에 4500만 사용자가 있어야만 부과가 가능하다. 트위터의 유럽 사용자가 4500만을 넘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인지 12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직접 머스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유럽연합과 트위터의 충돌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바이든, 아프리카에서 테크를 논하다
테크 분야의 영향력이 가장 미비하지만 시장 자체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은 사하라 이남 지역의 아프리카다. 모바일 뱅킹과 같은 서비스도 막 확대되고 있고, 컴퓨터와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각종 광물들도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게다가 유럽과 아시아의 인구보다 젊고, 따라서 테크 소비자로서의 잠재력이 더 높다.

또한 아프리카는 외교 무대의 마지막 접전지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세계 여러 곳에서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어 얼른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서방 국가들의 입김이 덜 미치는 곳에 자신들의 우호 세력을 최대한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런 입장에 있는 두 나라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아프리카다. 그걸 알고 서방 국가들도 아프리카의 환심을 사려고 여러 모로 애를 쓰고 있다.

12월 14일 아프리카연맹의 지도부는 미국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 주된 주제는 아프리카의 디지털 생태계였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은 ‘아프리카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with Africa)’이라는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3억 5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돈을 아프리카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외의 금융 지원도 4억 5천만 달러 이상 하겠다는 약속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동안 미국이 해왔던 각종 투자 대신하는 것도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글 : 카를로 마시모(Carlo Massimo),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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