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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판] 우선순위만 잘 정립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  입력 : 2023-05-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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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분야의 지속적이고 빠른 변화 때문에 슬슬 이 분야 내에서의 생존이 어렵다는 말이 불거지기 시작한다. 공부할 것, 알아야 할 것,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 넘쳐나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일조차 온전히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우선순위의 정립이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IT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던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요즘처럼 정신없는 때도 없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보다 많은 일을 수행하면서 보안마저 강화하기 위해 여러 자동화 기술들을 시험해 보기도 하고, 채용 담당자가 되어 모자란 헤드카운트를 어떻게 해서든 보충하려 하기도 한다. 다양한 역할을 없는 자원 안에서 수행해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우선순위를 제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우선순위 정립만 제대로 해도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필자는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을 해 왔으며, 그 기간 동안 어마어마한 변화들을 목격하고 또 경험했다. 필자가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근무해 왔던 곳은 온라인 음악 콘텐츠 제공 업체였다. 20년까지 갈 것도 없이 최근 12년에만 하더라도 기술 아키텍처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 두 번이다. 처음은 소프트웨어 가상화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였고, 그 다음은 클라우드와 SaaS가 업계에 나타나면서였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대단위 변화가 급하게 일어날 때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고, 이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구매보다 먼저인 건 사용 계획
최근 IT 분야에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IT의 역할’이 첫 손에 언급될 것이다. 원래 IT 담당자들은 각종 IT 기술과 PC, 네트워크 등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처리해 주는 ‘헬프데스크 요원들’이었다. 사업이 잘 굴러가게 고장만 어떻게 해서든 막아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보다 능동적으로 사업적 고민을 나누고 기술적 차원에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는 ‘파트너’가 된 지 오래다. 클라우드라는 게(그리고 팬데믹이) 기업 IT 구조를 뒤바꿔 놓은 뒤 이런 역할이 더욱 분명해졌다.

또,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IT 전문가들은 물론 임원진들의 눈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각종 희망적인 약속들도 그러한 기술들을 동반하기 때문에 기업은 결제에 대하여 그리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사업 파트너의 위치에 선 IT 담당자들은 이런 신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다. 게다가 신기술이 큰 해가 될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기업들은 신기술을 도입하느라 돈을 쓰게 된다. 신기술이 여기 저기 도입되고 있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도 존재한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기술은 없다. IT 전문가들은 이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결제를 쉽게 결정하는 동안 속으로는 찜찜할 수밖에 없다. 과거 온갖 표준과 프레임워크를 마련하여 안전선을 갖춰 둔 다음 새로운 기술을 찬찬히 도입하던 때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IT 담당자들은 일단 결제해서 구축한 뒤 사용하면서 표준과 규정을 마련하자고 생각한다. 일단 써보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는 것이 최근 IT 전문가들의 접근법이 되어가는 중이다. 호황기라면 괜찮은 접근법이 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경제 상황이 불안한 지금과 같은 때에 우리는 좀 더 과거의 습관을 우리 안에 되살려야 한다.

기술 변화와 함께 신경써야 할 건 사용자
기술 생태계를 완전히 뒤집는 큰 변화는 아무리 탁월한 IT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버거운 프로젝트다. 어디선가 반드시 실수가 나온다. 그 실수는 대단히 사소해 아무런 소란 없이 넘길 수도 있는 성격의 것일 수도 있지만, 때론 IT 부서 전체, 심지어 회사 전체를 큰 위기에 빠트릴 수도 있다. 대신 꼼꼼한 계획과 실험을 통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일을 진행해 성공을 거두었을 때에는 달디단 열매를 얻어갈 수 있다.

필자가 두 번의 대규모 IT 인프라 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소중한 교훈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스마트한 첨단 인프라를 갖추더라도, 그 구축의 과정 중에 팀과 부서, 회사 전체의 구성원들이 자신감을 잃거나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거나 불만만 잔뜩 쌓이게 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스마트한 인프라를 새로 갖췄을 때,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의 사업 환경과 잘 어울리는 기술 선택하기
팬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조직들이 ‘탈중앙화’와 관련된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원격 근무 체제를 만들어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직원들이 집에서 근무를 계속해서 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비하는데, 그러면서 줌이나 팀즈의 사용자를 무한정으로 늘렸다. 그 과정 가운데 총 사용량과 라이선스 비용에 대해서는 잘 고려하지 않았다. 포스트팬데믹에 접어들면서 이 ‘고려하지 않았던’ 총 사용량과 라이선스 비용에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IT 업계는 꽤나 오래 전부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렇기에 재택과 원격이라는 새 근무 형태가 우리의 삶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왔을 때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협업 도구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잘 사용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 직원들이 그 동안 사용해 왔던 협업 도구들이 여전히 유효할까? 검토해야 한다. 사용자인 직원들의 피드백을 받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그 때의 도구들이 지금도 좋은 효과와 효율을 발휘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시대는 정말 빨리 바뀌고, 기업의 경쟁력을 좌지우지 하는 요소들도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그 때마다 유효한 IT 기술들도 순식간에 대체된다. IT 분야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라면 이 흐름을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용의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앱의 끊임없는 평가와 비용 검토는 우선순위를 정할 때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필자의 경우 이런 검토의 과정을 통해 결국 SaaS라는 세계에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각 직원이나 부서별로 알아서 구매해 사용하던 SaaS 앱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새나가는 비용에 대해 확실히 알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수 조사를 통해 사내 SaaS 이용 현황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누가 어떤 앱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며, 그럴 때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하나하나 알아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 차원에서 구독하면 비용과 생산성 면에서 훨씬 유리하게 될 서비스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그 외의 것은 제거함으로써 어마어마한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IT 부서의 할 일과 역할이라는 것에 임원진들이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만큼 많은 비용 절감을 이뤄냈었다. 지금은 분기마다 한 번씩 임원 회의에 들어가 IT 부서의 시각을 제공한다. 물론 그런 시각을 갖추기 위해 우리 안에서도 주기적인 사내 현황 조사를 실시한다. 어떤 IT 기술에 어떤 비용이 들어가며 어떤 효과를 내는지가 주안점이다.

새로운 어려움들이 나타난다
기술은 정적이지 않다. 인류 역사를 통해 항상 새로운 것이 헌 것을 대체했고, 그 가운데 사회적 변화가 야기되곤 했었다. 그러므로 기술의 발전을 주시하고, 그것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해 실천해 나아간다는 것은 오랜 시간 검증된 생존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게 대단히 따분한 소리로 들릴 수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 큰 흐름을 파악해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맞게 조직 전체를 변화시켜가는 건 세상 그 어떤 일보다 흥미롭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무슨 말인가? 갖가지 IT 기술이 새롭게 등장할 것이 분명한 지금, IT 분야 종사자들에게는 대단히 흥미롭고 신나는 미래가 예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셀 수 없는 많은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그 변화에 이끌리지 않으려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통찰과, 그 통찰을 납득시킬 수 있는 설득력이 필요하다. 잘 해낸다면 당신은 당신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를 안전한 곳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된다.

글 : 톰 베옴(Tom Beohm), 부회장, CD Baby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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