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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음식] 롯데리아 왕돈까스버거를 먹고 몸을 버린 내돈내산 후기

입력 : 2024-05-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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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걸 뒤늦게 발견하고서...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얼마 전 롯데리아가 돈까스 패티를 빵 사이에 끼워넣고 팔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외식 메뉴를 고를 때 질보다 양을 택하는 편이라 어디를 가더라도 왕돈까스를 선호하는 편인데다가, 최근 브랜드를 불문하고 햄버거라는 메뉴의 가성비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던 참이라 기자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선택지로 자리를 잡았다. 엄청 맛있어서 황홀감에 젖는다기보다 돈낸 게 아깝지 않은 포만감이 만족스러웠다.

[이미지 = gettyimagesbank]


수도 없이 먹은 건 아니다. 어쩌다 가족들끼리 햄버거를 먹자고 의기투합한 날에만, 그것도 롯데리아라는 브랜드에 합의가 되었을 때에만 돈까스버거를 고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엄마 밥처럼 그리웠던 것도 아니고, 먹으면서도 특별한 감흥이 있었다고 하기 힘들다. 그냥 흔한 햄버거 하나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버거가 결코 작지 않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고, 기자는 그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 전 온 가족이 급하게 바깥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푸드코트로 들어가 각자 좋아하는 걸 골랐고, 기자는 평소처럼 가성비 좋고 어디를 가도 맛없기 힘든 왕돈까스를 골랐다. 왕돈까스를 기자가 고르면 식구들은 보통 다른 걸 고른다. 기자가 돈까스를 받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한 입 크기로 써는 건데, 그러면 그 돈까스는 반쯤 공용 메뉴가 된다. 그래서 아주 간절히 돈까스를 혼자 먹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돈까스를 또 고를 이유가 없다.

그날도 평소처럼 돈까스를 받아서 탁자에 앉았다. 이미 가족들의 눈에 내 돈까스는 공용 반찬이었는데, 그걸 처음으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돌아보니 이것이 첫 번째 변화였다. 자리에 앉아서 나이프를 들고 돈까스를 썰기 시작했는데 끝에서부터 얇게 차곡차곡 써는 게 아니라 한 중간을 한 번 주욱 그어서 고기를 절반으로 만들어놓고는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이것이 두 번째 변화였다. 그리고 포크로 돈까스 덩어리를 집어들고는 깨물어 먹기 시작했다. 손을 놀린 장본인인 기자에게나, 돈까스 한두 입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에게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들이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아빠 배 많이 고팠냐고 물었다. 아내는 얼른 썰어달라고 요구했다. 그제야 기자는 스스로가 평소의 돈까스 루틴을 어기고 있었다는 걸 인지했다. 하지만 포크를 내려놓지는 않았다. 인지와 함께 돈까스버거가 내게 한 일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식처럼 내뱉었다. “아, 이제 나는 돈까스를 썰지 못하는 몸이 됐어... 미안해. 오늘부터는 각자 시켜야겠어.”

인류 역사에서 가장 길고 파괴적인 중독성을 가진 건 마약도 아니고 술도 아니고 음악도 아니다. 편의성이다. 한 번 편리함을 맛본 사람은 불편함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큰 차 타다가 작은 차로 바꾸기 힘들고, 컴퓨터를 다운그레이드하면 죽을 맛이다. 게으른 자가 가장 부지런해지는 건 더 편해지는 방법을 고안할 때이고, 살상 무기들조차 이제는 저 먼 타국 사무실에 정시 출퇴근하면서 발사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해졌다. 왕돈까스버거가 알려주는 돈까스 섭취의 편리함은(맛은 논외다) 부성애마저 거스르게 한다.

그래서 보안은 역설적이다. 우리의 DNA에 박혀있는 중독 인자를 정면으로 거부하라고 교육하고 훈련시킨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자료에 도달할 수 있게 해 주는 하이퍼링크의 편리함을 의심하라고 하고, 익숙한 ID가 보낸 친절한 메시지도 그냥 열람하지 말라고 한다. 백지 화면을 열고 class와 var를 일일이 수기로 정의하는 게 아니라, 이미 널리 공개된 코드들을 임포트 해 짜깁기 하면 되는 현대의 편리한 개발 행위에도 보안의 태클이 들어간다. 더 이상 불편한 방향으로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억지로 돌려세우는 꼴이다. 그러니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을 수밖에.

원래 중독을 치료하는 건 어렵다.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실패의 가능성도 높다. 금연에 성공한 사람은 독한 놈이니 상종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는 사람한테 죽을 때가 됐냐고 묻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중독, 즉 늘 해오던 것에서부터 벗어난다는 건 빠삐용의 탈옥만큼이나 여러 번 끈질기게 시도해야만 될까 말까한 일이다. 괜히 다이어트를 돕는 오젬픽이 덴마크라는 국가 전체의 경제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게 아니다.

보안 업계는 오래 전부터 도무지 변화되지 않는 사용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그들이 변하지 않으니 아무리 밤샘 근무로 회사 방화벽을 꼼꼼하게 구성하고 엔드포인트를 안전하게 관리해도 허무하게 뚫리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보안 전문가들은 보안 전문가대로 사용자들에 대한 불만이 커져왔고, 사용자들은 사용자대로 왜 불편한 걸 고치지 않고 우리만 바꾸려 하느냐고 항의한다. 백신을 켜면 컴퓨터의 성능 자체가 떨어져버려 백신을 꺼버리고 사용한다면, 그렇게 백신을 만든 회사를 탓해야 할까 아니면 그깟 속도 때문에 백신을 꺼버린 사용자의 해이를 탓해야 할까? 하이브와 어도어처럼 양쪽 다 할 말로 충만한 상황이다.

확실한 건 보안과 사용자가 하이브와 어도어처럼 재판에 의해 옳고 그름이 확연하게 갈릴 운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싫으나 좋으나, 누가 맞으나 틀리나, 공존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돈까스 안 잘라 준다고 아빠를 버릴 수 없는 자식들과 같고, 돈까스 자를 수 없는 몸으로 나를 버려놓았다고 롯데리아를 고소할 수 없는 기자와 같다. 부부는 이혼이라도 하는데, 사용자와 보안 전문가는 그럴 수 없다. 보안 업계가 교육과 훈련으로 사용자들을 바꾸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영원히 묶여 있는 사이라는 걸 잠시 잊는 것 말이다.

이 사실을 상기한다면 우리의 접근법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교육’과 ‘훈련’보다 ‘치료’에 가깝게 말이다. 모든 사용자들이 중독자라는 뜻이 아니다. 게다가 치료 과정 중에 교육과 훈련이 얼마든지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보안 전문가 스스로가 치료자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용자들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학생이 말을 못 알아들을 때 화를 내는 교사들도 있고, 훈련생이 향상되지 않을 때 엄격하게 채근하는 교관도 있지만, 환자의 병세가 치료되지 않을 때 왜 낫지 않냐고 환자의 멱살을 잡는 의사는 보기 힘들다. 의사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숭고하다기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관대해지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편리함이라는 강력한 중독 요인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숱하게 있어 왔다. 자발적 불편이라는 캠페인은 종교계나 환경 운동 계통에서도 자주 벌이고 있고, 스스로 불편해지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도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나와 있다. 불편함의 대명사인 ‘운동’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 주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라는 데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일부러 불편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불편해졌을 때 돌려받는 이득들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보안 업계도 불편해지라는 메시지를 사용자들에게 좀 더 자랑스럽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보안은 불편을 초래하려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오는 건강을 주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보안 업계가 조금 더 혈기를 내려놓을 필요는 있다. 그들에게 가르침을 주려거나 훈련시키려는 입장이 아니라, 편리라는 인류 공통의 중독을 치료하려는 자세로 사용자들을 대한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 보안 교육을 진행하기에 앞서 중독 상담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를 참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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