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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으로 시작한 새 삶: 어느 생계형 해커의 일기
  |  입력 : 2017-02-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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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취준생의 생활은 벗어났지만...나는 항상 공허하고 불안하다
좀비PC 키워 해킹해 주고 돈을 많이 벌지만...나는 범죄자일 뿐이다


[보안뉴스 권 준 기자] 어제 밤도 작업(?)하느라 새벽 5시가 되서야 잠들었다. 일어났더니 오후 4시. 벌써 1년 째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의 반복이다. 아점, 아니 요즘은 고상하게 브런치라고 하나? 브런치로 라면 2개를 끓여 먹고 작업장으로 향한다. 작업장이라 봐야 별거 없다. PC 5대가 놓인 옆방이 나의 작업장이다.


나는 취업난으로 대학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취준생 생활을 했다. 그래도 나름 서울소재 4년제 대학에서 전산관련 학과를 나왔지만, 취업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공무원 시험도 준비한다고 잠깐 노량진에서 학원도 다녀봤지만, 시험 한번 보고 나서 접었다. 도무지 몇 년 안에 내가 합격하리라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방안에 처박혀 구직사이트를 검색하면서 면접 자리가 생기면 나가는 일상이 3년 째 이어졌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께 눈치 보여 용돈을 달라고 하기 힘들었다. 틈틈이 편의점 알바와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상이었다. 결국 대학 졸업하면서 쌓인 건 취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허울 좋은 스펙과 등록금을 내다가 지게 된 빚뿐이었다.

▲ 나를 생계형 해커의 길로 인도한 온라인 해킹의뢰 전단지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검색하다가 눈에 띄는 광고를 발견했다. ‘해킹’ 대행을 해준다는 광고였는데, “해킹의뢰 : 1건 500,000원, 웹해킹 강좌: 200,000원, XSS기법: 100,000원, 스마트폰 해킹 기법: 100,000원 등”의 금액이 적혀 있었다. 이런 걸 의뢰하는 사람이 많나?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이 미치는 가운데 며칠 전 랜섬웨어 악성코드를 유포하고, 비트코인으로 돈을 받아 큰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는 해커들 이야기를 페북으로 본 것 같기도 했다.

대학에서 전산 분야를 전공해 PC나 소프트웨어에는 나름 자신 있었던 나는 간단한 해킹 기법을 습득해서 그렇게 1년 전부터 생계형 해커의 길을 걷고 있다.

오늘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의 의뢰를 받아 경쟁 사이트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해주기로 했다. 처음에 시작한 일인데, 아직까지 심심치 않게 의뢰가 들어온다. 불황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요즘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가 성행하는 데다가 한번 거래를 뚫어놓아서 그런지 소개를 받아 연락 오는 경우가 많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좀비PC 3500마리가 내 큰 돈벌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오늘 이 녀석들 열심히 활동하고 있나? 백신들한테 걸려 운명을 다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계속 만들어낼 수 있으니 걱정은 없다. 일부 좀비들은 게임을 하면서 아이템을 거둬들이고 있고,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과 메일 작성을 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은 이 녀석들을 총동원해 도박사이트 1곳을 잠깐 마비시켜 주면 된다.

그런데 요즘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를 해킹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외국 청소년 해커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홈페이지를 해킹한 후, 화면을 변조하는 디페이스 공격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남긴다. 생각하면 참 우습다. 자기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알린다고? 한때는 자신의 해킹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그랬다지만, 돈도 못 벌고 경찰한테 잡히면 어떡할려고 그러는지 한심스럽다. 그 녀석들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우면 우리처럼 돈을 벌기 위해 조용히 일하는 생계형 해커들은 괴롭다. 기업들도 그렇고, 경찰을 비롯한 사이버보안 인력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봐야 며칠 지나면 잠잠해지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랜섬웨어가 돈이 된다고 하길래 뛰어들려고 하지만, 샘플 구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야 돈이 되는데, 행여나 증거가 남을 수 있어 함부로 뛰어들기 겁이 나기도 한다. 최근에 ‘비너스락커’와 ‘세이지’ 등 한국 맞춤형 랜섬웨어도 유행한다는데, 이러한 랜섬웨어 유포는 해커 조직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어 나 같이 혼자 활동하는 해커는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1년간 생계형 해커로 돈을 벌다 보니 돈은 상당히 모였다. 그걸로 친구들이랑 유흥비로 실컷 써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 뿐이다. 마음은 항상 공허하고 불안하다. 경찰 등이 언제 내 작업장에 덮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항상 악몽을 꾼다. 더구나 불법 도박 사이트 거래를 통해 알게 된 조폭들도 무섭다. 지금은 작업을 의뢰하고, 돈을 보내주지만 언제든지 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경찰에 자수하고, 이러한 생활을 끝내야 하는데, 내가 과연 여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범죄자가 된 나. 다시 취준생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오늘도 매일 나는 악몽을 꾼다.

※ 해당 기사는 현재 해커들의 범죄 실태와 상황을 토대로 재구성한 글로 특정인과는 아무 상관없음을 밝힙니다.

[권 준 기자(editor@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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