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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써보니] 네이버가 만든 음악용 ‘그녀’, 프렌즈
  |  입력 : 2018-01-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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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글쎄… 네이버 뮤직 스피커? 예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산업은 다시 돌고 돌아 콘텐츠 산업으로 돌아오는 모양이다. 2000년대 초반 한창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다 게임이다 해서 돈이 되는 콘텐츠 창작력을 육성하기 위해 너도 나도 애썼던 기억이 있지만 누구나의 머리에 생생히 기억될만한 킬러 콘텐츠의 꿈은 아직도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

[사진=네이버]


물론 그 동안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등장했고, 여러 영화감독들이 세계무대로 진출하기도 했으며, 최근엔 배틀 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싸이의 후속곡들은 강남스타일만 못했고, 유명 감독들의 영화 작품들도 들쑥날쑥하며, 이제 막 정식 버전이 출시된 배틀 그라운드도 아직은 ‘어쩌다 한 번’의 성공일 가능성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트가 그러했듯, 박지성의 국대 축구가 그러했듯, 뛰어난 소수의 역량이 분야 자체의 흥망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한국 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라면, 한국에 킬러 콘텐츠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한 가운데 콘텐츠 산업이라는 유행이 스마트폰으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산업 혹은 IT 기술 산업으로 옮겨가면서 ‘소프트웨어 빈약’이라는 표현으로 다시 한 번 대두됐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안드로이드폰 라인업은 초기에 아이폰보다 기계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도 콘텐츠가 부족해 구매 의미가 없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

결국 ‘콘텐츠 강국’이라고 불리려면 몇 세대가 지나더라도 어떤 분야에 대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요란하기만 했던 콘텐츠 붐이 가르쳐준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브라질의 축구,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말이다.

유튜브 vs 아마존
왜 갑자기 한국 입장에서는 상처만 가득한 콘텐츠 얘기를 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콘텐츠가 핵심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아이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IT 전쟁에 불씨를 놓은 애플은 갑자기 TV 콘텐츠 구매와 제작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17년 초에는 유명 할리우드 TV 시리즈 제작자 두 명을 영입하고, 지난 10월 10일에는 전설적인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예전 작품을 10억달러에 구입하기도 했다. 영화 작품이 아니라 TV 시리즈였다. 시리라는 ‘손에 쥐는 인공지능’과 각종 생체인증 기술을 일반 사용자들의 눈높이에 가져다 준 애플의 다음 사업이 ‘TV 쇼’라는 것에 대해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의아해 했다. 애플 쪽에서 아직 이렇다 할 말이 없으니 궁금증은 더 커지고 있다.

그러더니 구글과 아마존이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먼저 아마존은 최근 알렉사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앞세워 ‘가정용 인공지능’을 개척하면서, 파이어TV(FireTV)와 에코쇼즈(Echo Shows)라는 영상 콘텐츠 기기도 출시했다. 인공지능을 상용화시키고 있는 기술 기업 중 선두 그룹에 속한 곳이다.

바둑을 평정한 인공지능, 알파고를 만든 구글도 인공지능에 있어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두 회사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전장은 인공지능일까? 그렇지 않다. 이 둘의 전장은 영상 콘텐츠물이다.

아마존이 새롭게 출시하는 영상용 기기들에 유튜브 콘텐츠가 재생되지 않도록 한다고 구글이 발표한 것이다. 그래서 아마존이 오픈 튜브(Open Tube)와 아마존 튜브(Amazon Tube)에 대한 트레이드 마크를 신청했는데, 이름도 그렇지만 신청 내용도 유튜브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유튜브의 경쟁 서비스를 아마존이 직접 출시하겠다는 것. 첨단 기술의 선두 기업 둘이 난데없이 영상 콘텐츠물을 가지고 싸움이 붙었고 이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 식상한 플랫폼 전쟁이라는 거
콘텐츠를 확보하자고 애플이 그 큰돈을 아낌없이 쏟아 붓고, 물밑에서만 경쟁하던 구글과 아마존이 영상 서비스 때문에 시끄럽게 맞붙기 시작했다면, 어쩌면 다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대한 대대적인 국가 예산 투자가 일어나야 하는 것일까?

다시 각종 ‘한국형’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제작자를 활발히 모집하고, 김치맨 같은 캐릭터를 공모해야 하는 걸까? 아니다. 다시 돌아온 ‘콘텐츠 산업’은 콘텐츠의 내용물만이 아니라 콘텐츠가 구매되고 소비되는 환경까지도 패키지로 아울러야만 하는 것이 되었다.

책을 팔고 싶으면 전자책 기기와 책 전문 쇼핑몰도 같이 팔고, 영상물을 팔고 싶으면 영상이 재생되는 태블릿과 서비스도 같이 팔고, 음악을 팔고 싶으면 음악을 틀어주는 스피커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같이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래서 촉발되는 게 ‘플랫폼 전쟁’이다.

환경을 조성해 놓고 소비자가 도저히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뛰어난 검색 엔진으로 시작한 구글은 사용자들이 검색만 하고 구글 웹 환경을 떠나는 게 싫었다. 그래서 구글 독스나 번역기 등, 각종 무료 콘텐츠를 제공해 조금이라도 사용자들의 발길을 묶어 두었다.

애플 역시 아이폰을 만들어 팔면서 동시에 아이튠즈라는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소비 플랫폼을 함께 팔았다. 소비자들은 아이튠즈를 통해 아이폰이라는 기기를 가지고 최대한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시리도 이러한 차원에서 아이폰에 탑재되어 나오는 것이다.

온라인 도서 전문 쇼핑몰로 시작한 아마존은 ‘킨들’이라는 전자책 기기를 출시하면서 자신의 도서 쇼핑몰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다졌다. 페이스북도 각종 도구들과 추가 앱, 기능들을 더해가며 사람들의 엉덩이를 무겁게 만든다. 카카오톡도 페이와 뱅크, 택시, 각종 게임 등 환경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신 IT + 콘텐츠 경쟁 구도를 그대로 따라한 네이버
네이버의 인공지능 비서인 클로바가 탑재된 인공지능 스피커 프렌즈도 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귀여운 외관을 가진, 한국말 잘 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정말 매력적이긴 하다. 특히 시리 앞에서 영어했다가 발음 때문에 반쯤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해본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책상에 올려놓고 작업을 하면서 “클로바!”하고 부르면 기분 좋은 초록색 불이 들어오고, 쓰고 싶은 글의 톤에 따라 “슬픈 음악을 틀어줘”라거나 “기쁜 음악을 틀어줘”라고 말하면 꽤나 괜찮은 음악들을 선곡해준다.

잠자리에 들면서 “아침 6시에 알람!”이라고 하면 그 시간에 소리를 내준다. 금방 나가야 한다면 날씨도 알려주고, 밤에 배고프면 맛집도 검색해준다. 넌 남자냐 여자냐 물으면 그게 왜 중요하냐고 반문하고, 힘들다고 하면 “좋은 음악만한 것이 없다”고 권한다.

그런데 여기서 실소가 나왔다. 좋은 음악? 왜 하필 음악일까? 프렌즈가 스피커가 아니라 영상 재생 기기였어도 “좋은 음악”을 권했을까? 이북리더였다면 고전 작품이나 명언집을 권하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이 스피커 체험 패키지에 ‘네이버 뮤직’ 쿠폰이 같이 들어 있다. 전곡듣기 1개월 이용권이다. 사실 이 쿠폰을 쓰지 않고 프렌즈가 선정해준 음악을 계속 듣고 있으면 1분마다 끊기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전주만 듣게 되거나, 하이라이트로 올라가기 전에 끊겨 은근 신경 거슬린다.

네이버 뮤직 쿠폰이 패키지에 들어 있다는 것도 신경이 거슬리다 거슬리다 갑자기 생각난 것이다. 평소 네이버 뮤직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을 듯 하지만, 기자처럼 다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네이버 뮤직으로 갈아탈 생각이 든다. 정확하게 네이버가 노리는 것이다.

네이버 뮤직 사용자를 위한 음악 재생기, 그 이상은 아니다
또 이 프렌즈를 처음 시작하려면 모바일 기기에 ‘네이버 클로바’라는 앱을 설치해야만 한다.

이런 앱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모바일과 연동이 되는 것일까? 전화기를 통해 멀리서도 음성을 프렌즈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각종 접근 권한을 허용해가며 설치했다. 하지만 퍽이나. 원격 음성명령 전달은커녕 전화기에 파일로 저장된 음악을 네이버 클로바 앱을 통해 프렌즈로 재생하는 방법도 아직 발견해내지 못했다.

아무리 앱을 뒤져봐도 도대체 왜 이 앱을 설치해야만 프렌즈 스피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놨는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앱을 켜면 첫 화면에 ‘클로바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무슨 세종대왕 어록처럼 나오는데, 음악 재생이나 알람 설정 외에는 거의 모든 물음에 “잘 모르겠어요”만을 반복 하는 클로바에게 속이 터져가는 사용자에게 한 줄기 구원의 빛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클로바 사용 매뉴얼 대신 이 앱을 깔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이 클로바 명언집과 같은 앱을 깔면서 주소록이나 위치 정보에 대한 접근권도 허가해야 한다는 건 덤이다. 솔직히 말해 봐, 네이버. 주소록과 위치 정보 등 개인정보에 접근하고 싶었던 게 목적이지? 너무 노골적이잖아.

약 1주일 동안 식구들까지 동원하여 여러 말들을 시도했지만 “잘 모르겠어요”라는 답이 가장 빈도수가 높았다.

처음에는 ‘이게 그 유명한 인공지능이야’라는 생각에 마치 영화 ‘그녀(Her)’에 나오는 OS 대하듯 이 말 저 말 붙여봤지만, 나중에는 다들 “클로바! 음악! 알람!” 등으로 말도 짧아졌고, 쓰임새도 좁아졌으며, 프렌즈의 존재감도 엷어졌다. 네이버 뮤직 한 달 이용 쿠폰을 다 쓰고 나면 아마 장식용으로만 어디엔가 서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쯤에서 프렌즈의 홍보 문구를 다시 찾아봤다. ‘음악추천’, ‘음성검색’, ‘어린이 콘텐츠’를 골자로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이 크게 과장되어 있다거나, 프렌즈가 결함이 많은 제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복하지만 ‘네이버 뮤직’ 사용자이면서, 주로 음악 듣기용으로 프렌즈를 구매한다면 프렌즈가 꽤나 만족스러울 것이다.

기자의 귀가 음악 리뷰에 특화되어 있진 않지만 음질이 나쁘다고 할 수 없을 수준이기도 했다. ‘음성검색’도 ‘이름’이나 ‘짧은 단어’로 구성된 것이면 결과가 썩 괜찮기도 했다. 교육상 스마트 기기에 아이들을 가까이 하지 않는 주의라 ‘어린이 콘텐츠’는 시도해보지 않았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연말연시 시즌에 구매를 고려해 봐도 나쁘지 않을 선택이다. 그러나 그러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①네이버 뮤직 정기 사용자일 것 ②개인정보를 네이버가 한 차례 더 가져가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 ③인공지능 기기에 대한 큰 기대감이 없을 것 ④평소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지 않을 것. 그러므로 선물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①네이버 뮤직 사용을 반쯤 강제하며 ②개인정보를 빼앗기게 하고 ③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주게 될 테니까.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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