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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별기고] 글로벌 공급망과 국가 간 신뢰 구축
  |  입력 : 2019-08-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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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맞아 다시 되새겨보는 국가 간 신뢰 문제
일본 아베 정권의 꼼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우리의 과제
​세계 각국과의 글로벌 공급망 사슬의 고리 단단히 연결해야


[보안뉴스=조현숙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소장] 중일전쟁 초반이던 1937년 12월, 일본군은 당시 중국의 수도 난징을 점령하면서 민간인 약 30여만 명을 무참하게 살육한다. 이듬해에는 중국의 임시수도 충칭을 폭격하면서 지금은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비인도적 무기인 ‘소이탄’으로 또다시 수만 명을 희생시킨다. 이렇듯 끔찍한 민간인 학살에 큰 충격을 받은 미국 등 서방세계는 일본에 대한 경제제재를 단행하기로 하고 전략물자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미지=iclickart]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을 실현하기 위한 중일전쟁 당시 민간인을 무참하게 살육하는 만행을 저지르는 일본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경제제재는 침략전쟁용 연료인 ‘석유’와 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철’ 같은 전략물자를 수출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전략물자를 일본에 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일본은 중국과의 전쟁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일본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의 주장으로 일본은 자국을 압박하는 미국과도 ‘전쟁’을 선택하게 된다. 이 결정은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으로 이어졌고, 이로써 일본은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을 시작한다. 하지만 경제력·기술력·군사력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애국심만 믿고 시작한 전쟁은 일본에 불리하게 전개됐고, 결국 1945년 8월 15일 ‘항복 선언’으로 끝나게 된다. 그리고 일본의 이러한 잘못된 선택의 결과는 끔찍했다. 무수히 많은 인명과 재산 손실에 더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도시가 원자폭탄으로 불탔으며, 패전 후 일본은 7년간 美 군정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도 일본은 정식 ‘군대’를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제당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첨단제품 제조에 필요한 주요 물자들의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산업구조가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 형태로 개편된 지 오래고, 일본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일본은 자국이 생산하는 핵심물자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 한국의 반도체 분야 등 주요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고, 그러면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면서 한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일본 정부의 요구를 따르리라 예상한 것은 아닐까?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한국 정부가 굴복하면 과거사 논쟁도 쉽게 마무리할 수 있고, 독도 영유권 문제도 일본 측에 더욱 유리하도록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반대로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하거나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온다면 일본도 ‘자국의 안보를 위하여 군대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도 한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굴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일본이 군대를 보유할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해서도 안 된다. 감정이 아닌 이성을 앞세워 아베 정부의 꼼수에 휘말리지 않도록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의 이번과 같은 행태를 철저히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형태를 받아들이면서 분업화되고, 그래서 각국의 모든 생산, 유통, 소비 과정이 사슬처럼 긴밀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사슬의 고리가 하나라도 끊기거나 꼬이기 시작하면 국가간 협력이 불가능해진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같은 것이 자국에게도 적용될까봐 전전긍긍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사태에 대비해 각국은 현재 수입하는 원자재, 부품, 장비 등을 국산화하기 위해 막대한 돈과 시간과 자원을 소모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일본 정부와는 달리 세계 각국과의 글로벌 공급망 사슬의 고리를 단단히 연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각 국가 간의 신뢰 구축(Confidence Building)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공급망을 타깃으로 한 사이버침해 사건이 지구촌을 달군 바가 있었다. 슈퍼마이크로서버 보드에 스파이칩이 내장됐으며, 이 칩을 통해 중요 정보가 타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슈퍼마이크로서버 보드가 장착된 제품들을 교체하거나 사용하지 않기로 한 바 있었다. 또한, 화웨이 5G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보안성 관련 논란 역시 사용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주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ISP 사업자들은 화웨이의 장비를 타사 것으로 교체하거나 관련 시스템의 도입을 미루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가보안연구소 조현숙 소장[사진=보안뉴스]

결국 글로벌 공급망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보안 전문가들은 보안기술 표준을 제정하고, 취약점 점검기술 개발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정기적인 대화 또는 협의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만약 이러한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현재 일본 정부처럼 정치적 이슈화를 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분명히 새로운 갈등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사태를 교훈 삼아 안보관련 전략물자 분야 산업 육성과 연구개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미래 핵심 산업분야 기술력이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이젠 하나의 글로벌 공급망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 ‘국가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글로벌 공급망의 사슬이 끊기게 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국가 간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 국가마다 자국의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에 첨예한 대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가 간의 대립이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는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기보다는 제도적 방법을 마련하고, 실리를 확보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국가 간의 신뢰를 공고히 하면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74주년 광복절을 맞이하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염원이기도 할 것이다.
[글_ 조현숙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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