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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는 AI 보안-3] 판도라의 상자: 신뢰성(Confidentiality)=기밀성
  |  입력 : 2020-06-2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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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신화로 살펴본 신뢰성과 기밀성, 그리고 희망이야기
보안에서 가장 핵심요소인 신뢰성, 기밀성과 동의어로 사용


[보안뉴스=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대장장이들의 신인 헤파이스토스가 두 여성형 기계들을 만든 후 그녀들과 함께 바다에서 배를 띄워놓고 재미있게 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신들의 왕 제우스는 기분이 언짢았다. 동시에 한 측근으로부터 인간들이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하고 신들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는 첩보를 보고받았다. 하지만 인간이 신들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것은 단순히 경고를 해주는 데서 머무를 수준이 아니었다.

[이미지=utoimage]


잠시 생각에 잠긴 제우스는 바다의 요정인 클리메네를 불렀다. 클리메네는 영문도 모른 채 올림포스 산의 신들의 궁전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제우스여, 어찌하여 저를 부르셨나요?”
“별건 아니고, 요즘 헤파이스토스가 일은 안하고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한다기에 뭐 들은 이야기가 있나 싶어서 불러봤어.”
클리메네는 잠시 한숨을 돌리면서 제우스의 눈치를 살폈다.
‘이 노인네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지?’
클리메네는 제우스가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답변했다.
“제우스여, 바다의 요정인 제가 뭘 알겠습니까만, 일단 바닷가에 가서 상황을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클리메네는 그 길로 헤파이스토스에게 달려갔다. 지중해에서 자신이 만든 두 여인과 유유자적하게 물놀이를 즐기던 헤파이스토스는 갑자기 서늘한 바람을 느꼈다.
‘갑자기 공기가 싸늘해지다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헤파이스토스는 고개를 들어 바닷가 쪽을 바라봤다. 클리메네가 이쪽을 지켜보며 서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클리메네? 여기까지 어인 일로 오셨어요?”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혼자 재미를 보시다니요. 가뜩이나 인간들이 까불어 제우스님께서 별로 기분이 안 좋으신 판에, 헤파이스토스님 소식까지 들으시곤 더 언짢아지신 것 같더라고요. 뭐, 아마도 저 두 여인이 원흉이겠지만요. 그러니 평소에 잘해드리세요, 제가 충고하나 드리는데요, 헤파이스토스님도 제 아들들처럼 인간들과 너무 어울리지 마세요. 나중에 제우스님께서 벼락을 던질지도 모르니까요.”

그 순간 헤파이스토스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에 제우스의 번개가 자신의 등에 꽂히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
헤파이스토스는 그 길로 대장간에 가서 앞서 만든 두 여인들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을 만들었다. 이미 두 명이나 만들어 노하우가 쌓였다 보니 이번에는 더욱 쉬웠다. 헤파이스토스는 그길로 제우스를 찾아가 여인을 바쳤다.
주변에 있던 신들이 한마디씩 여인을 찬양했다. 제우스도 겉으로는 덤덤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아서 다음과 같은 지시를 신들에게 했다.
“다들, 가만히 앉아만 있지 말고, 저 여인에게 뭔가 선물을 하나씩 줘봐.”

주변 신들은 제우스의 말에 하나둘씩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선물로 주기 시작했다. 여인의 앞에 선물이 쌓이기 시작했다. 제우스도 자신이 괴고 있던 상자를 집어 그 여인에게 건네주었다.
“신들이 너에게 준 선물이니 가지고 가거라. 그리고 내가 너에게 이 상자를 줄 터이니, 그 선물들을 여기에 잘 보관하거라.”
제우스는 상자에 선물들을 담는 여인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선물을 담는 너의 모습이 아름답구나. 그래서 너를 ‘판도라’라고 부르겠다.”

판도라는 발그레한 얼굴로 제우스와 주변 신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떴다. 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이 만든 두 여인들에게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너희들이 보기에 저 선물은 무엇 같으냐?”
“글쎄요. 신들이 준 선물이니까 금은보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헤파이스토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 생각해 보거라. 올림포스의 신들 입장에서 특히, 여신들이 판도라가 뭐가 예쁘다고 자신들이 아끼는 귀한 물건을 선물하겠느냐? 제우스의 심기를 읽고 아마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기 불편한 것들을 주었을 거야.”
두 여인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나중에 저 판도라가 갖고 간 상자가 인간 세상에서 커다란 사단을 일으킬 거야. 하지만 나까지 저들이 하려는 거에 동참할 생각은 없어.”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의 심장 곁에서 작은 불씨를 꺼내 판도라의 상자에 넣으면서 상자 속을 향해 속삭였다.
“너는 끝까지 상자 안에 남아서 판도라를 도와주렴.”

한편, 집으로 돌아온 클리메네는 자신이 사랑하는 두 아들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를 불러서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클리메네가 이야기를 마치자 큰 아들 프로메테우스가 잠시 주저하더니 말을 꺼냈다.
“실은 어머니, 오늘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해서요, 그래서 제가 태양신 아폴론의 황금마차에서 불을 훔쳤어요.”

클리메네는 너무 놀란 나머지 가슴이 먹먹해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신들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훔쳐서 인간들에게 주었다는 것은 가벼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을 인간이 사용하게 된다는 의미는 인간이 신의 지식을 얻어 각성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인간들은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니 그들의 욕심이 하늘을 찌를 것이 분명했다. 클리메네는 두 아들들을 제우스에게 데리고 가서 이실직고한 후 선처를 베풀어달라고 애원했다.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주었다는 사실에 노발대발한 제우스는 이 두 형제 모두에게 형벌을 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가 곧 생각을 바꾸었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것은 빼도 박도 못할 사실이고, 에피메테우스는 정황은 있지만 증거가 없다. 증거가 없는데 벌을 가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면에서 공정한 처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증거 부족을 이유로 풀어주자니 상당히 괘씸하구나. 어떻게 한다? 사실 이번 사건은 결국 인간들 때문에 발생한 거니 저 두 신들만 처벌하면 다른 신들이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들은 아무 벌도 받지 않아 더욱 기고만장해질 테고…. 어떻게 하나?’

어색한 시간이 흐른 뒤 제우스는 주변을 살폈다. 주변의 신들은 제우스의 판단을 기다리는 듯 숨죽이고서 제우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중에는 한쪽 구석의 판도라도 있었다. 판도라는 올림포스에서 유일한 인간이었다. 사실 헤파이스토스가 인간 여자를 만들어주었을 때 기분이 잠시 좋았지만, 신들의 영역에도 엄연히 규칙이 존재하는 법! 신들이 거니는 올림포스에 인간이 함께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신들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짓이고, 보안 규정 위반이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주변 여신들이 판도라를 시샘하고 질투해대니 제우스의 심리적 부담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제우스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두 형제에 대한 처분을 내렸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형 프로메테우스를 카우카소스 산꼭대기에 사슬로 결박한 뒤 매일 독수리가 그의 간을 쪼아 먹게 하는 형벌을 내렸다. 그리고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와 결혼하라고 명령했다.
판결이 나자 클리메네는 프로메테우스가 받은 가혹한 형벌에 너무 놀라 기절을 한데 반하여 에피메테우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형처럼 자신도 가혹한 형벌을 받을 줄 알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라니! 에피메테우스에게는 형벌이 아니라 축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형장으로 끌려가는 프로메테우스는 너무 기뻐 정신 줄을 놓고 있던 동생의 손목을 잡고 소리쳤다.
“정신 차려, 이것아! 판도라와의 결혼은 제우스가 너를 시험에 빠뜨린 거야! 절대로 판도라를 믿지 말고, 판도라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감시해! 허튼 수작부리지 못하게 하라고!”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둘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았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면 지금까지 이어진 이야기는 정말 무의미해질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와 결혼한 후, 제우스가 준 상자도 가지고 왔다. 올림포스를 떠나기 직전 제우스는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에게 축복을 내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야기 길게 할 것 없고, 아무튼 잘 먹고 잘 살아라. 그리고 한 가지 당부하는데, 판도라는 내가 준 상자를 고이 간직하거라. 특히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 상자를 열어보면 안 된다.”
제우스의 당부는 약이 아닌 독이었다. 제우스는 인간들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한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었다. 역시나 결혼 후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판도라는 상자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고 에피메테우스에게 상자를 열어보자고 졸랐다.

그러나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다며 완고하게 거절했다. 결국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가 나가고 없는 사이에 상자를 열었다. 상자를 열자마자 신들이 인간에게 준 모든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금은보화도 아니었고, 우리가 상상하던 선한 선물은 더더욱 아니었다. 증오·질투·잔인성·분노·굶주림·가난·고통·질병·노화 등 장차 인간들이 겪게 될 온갖 재앙이었다.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세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했다. 질병으로는 페스트·콜레라·이질·매독·간질·에이즈·코로나 등 우리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병원체들과 바이러스들이 있었다. 사회적 모순과 결함 때문에 일어난 분노가 원인이 된 살인·사기·폭력·강간·학대·불화 등도 있었다.

이러한 수많은 재앙들이 쏟아져 나오자 판도라는 너무 놀라 상자를 급히 닫았다. 너무 놀란 판도라는 상자를 끌어안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 것인지, 남편에게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에 대해 걱정했다. 그때 상자 안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판도라여, 저희도 나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판도라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누가 어디서 나를 부르는 걸까?’
그 목소리는 상자 안에서 나온 것임을 깨달은 판도라가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신지요?”
“저희는 희망이랍니다. 저희도 나가야만 인간들이 삶을 영위해나가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답니다.”

판도라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당신들의 말을 어떻게 믿지요? 지금 인간들이 처한 상황보다 더한 불행을 당신들이 만들어낼 수도 있잖아요?”
“판도라여, 저희를 믿으세요. 저희들의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야’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희망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지요.”
‘어차피 모든 재앙이 제우스가 준 상자를 빠져나가 온 세상으로 퍼진 상황에서 하나 더 빠져나가더라도 이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겠지.’
그렇게 자포자기를 한 판도라는 결국 상자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상자 안쪽 구석에 작은 불빛이 보였다. 그 불빛이 희망이었다. 희망은 곧 상자 밖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판도라를 한 번 휘감은 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판도라여, 저희를 믿으세요. 저희는 인간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하여 많은 인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로 인해 경제·사회·문화 등 인간들이 누리던 모든 게 무너지고, 인간들은 혼란 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래도 인간들은 언젠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태가 종식되고 다시 예전의 삶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희망이 있기에 흔들리지 않고서 서로 믿고 신뢰하며 이 사태를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전파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다 함께 궁리하니 크게 동요하는 일도 없이 잘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즉, 희망을 가지니 신뢰가 쌓이고, 그리하여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돌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와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들이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중 어느 전설에 의하면, 희망과 함께한 것들 중에 Confidentiality도 함께 있었다. Confidentiality는 보안에서 가장 핵심인 요소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뢰를 기밀성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상대방이 준 정보가 암호화되어 있기에 절대로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으니 믿고 열어봐도 된다는 차원에서 동의어로 사용되는 것이다. 결국, 신뢰와 기밀성, 그리고 희망은 함께 하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이다.
[글_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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