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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는 AI 보안-27] 나노 기술과 바이오, 그리고 생체보안

  |  입력 : 2020-12-2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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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인공지능은 유전자 정보 이용해 그 사람의 취약점을 밝혀낼 수도 있어
유전자 정보 이용해 사용자 인증을 할 먼 미래에 대비해 대응책 미리 마련해야


[보안뉴스=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1970~1980년대에는 초등학교 앞에 종종 병아리를 파는 아저씨들이 있었다. 노란 병아리들이 종이상자에 담긴 채 “삐악, 삐악” 거리는 것을 보노라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엄마한테서 받은 용돈을 털어 몇 마리 사들고 소중히 호주머니에 넣어왔다. 엄마는 왜 사왔냐고 핀잔을 늘어놓지만, 필자는 헌 종이상자로 집을 만들어주고서 모이도 주며 여러 날 동안 애지중지 키웠다. 몇몇 병아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죽었지만, 여러 날 동안 관심과 보호를 받은 덕인지 잘 자란 병아리는 얼마 뒤부터 노란 솜털을 벗고 중닭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었으니, 하나같이 수컷이었다는 점이다. 나중에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는 거의 모두 수컷이다”라는 말을 듣고 수수께끼가 풀렸다. 그런데 그 이유가 기가 막혔다.

[이미지=utoimage]


부화장에서는 인공부화기에서 갓 태어난 병아리들의 성별을 감별사들이 파악하면서 수컷은 바로 폐사시킨다. 알을 낳지도 못하면서 사료만 축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물주는 수평아리가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얼마간은 성별을 파악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인간은 병아리 감별법을 연구했고, 항문돌기의 여부로 성별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수평아리는 좁쌀의 반 정도 크기의 항문돌기를 감별하는 인간의 손놀림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생명을 잃는 것이다. 마치 아우슈비츠 학살수용소에 도착한 유대인들 중 누구를 가스실로 보내고 누구를 살려서 중노동을 시킬지 결정하는 나치스 장교의 엄지손가락놀림처럼 말이다. 그런데 더 이상 이러한 손놀림도 필요 없을 것 같다. 부화하기 전, 달걀의 상태만으로도 성별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으니까. 즉, 갓 태어난 수평아리들을 감별해내 대량 도살하는 끔찍한 일을 벌이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암탉도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종일 좁은 우리에 갇힌 채 알을 낳아야 하고, 더 이상 알을 낳을 수 없게 되면 도축된 뒤 치킨이 되니까. 더구나 하루에 두 번씩 알을 낳도록 밤과 낮의 길이도 조절된 공간에서다. 결국 암탉은 알을 낳는 기계일 뿐이다. 이렇듯 자신의 신체 정보에 따라 운명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비단 닭들에게만 벌어지는 일일까?

인간은 남들보다 더 우월한 지위와 풍요를 누리기 위해 자신의 체력과 힘과 지혜를 보완해줄 도구를 개발하고, 또 그 도구를 이용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지난 수백만 년간 그러한 과정을 거쳐 성장해왔다.

인간이 가장 먼저 사용한 도구는 돌이다. 돌끼리 때려서 부수거나 갈아서 만든 도구로 동물을 사냥하거나 풀뿌리를 캐내 식량을 마련하고 옷을 만들어 입으면서 도구의 유용성을 인식한 인간은,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도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금속을 녹여 청동제·철제 무기와 농기구를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더욱 다양한 금속을 발명하여 도구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18세기에 금속을 가공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온·고압을 견딜 수 있는 도구인 증기기관을 발명했고, 증기기관을 더욱 소형화·경량화해 널리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인간은 대량 생산의 시대,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시대를 열었다. 사실 증기기관이 탄생하기 이전에도 가축이나 노예의 노동력만으로는 생산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간은 목재를 가공하여 물과 바람 같은 자연의 힘을 사용하는 물레방아와 풍차 같은 기계를 발명했다. 그러나 물이나 바람 같은 자연의 힘은 통제하기가 어렵기에 증기기관을 발명한 것이다.

증기기관의 원리는 단순하다. 연료로 물을 끓이면 생기는 수증기를 강철로 된 실린더 안의 피스톤이 회전운동을 하도록 만드는 힘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증기기관으로도 만족을 못하게 되자 숫제 실린더 안에서 연료를 폭발시켜 에너지를 만드는 내연기관도 개발했다. 증기기관이나 내연기관의 연료로는 주로 원유·석탄·가스 등이 사용된다. 이러한 에너지 자원들이 중요해지자 인간은 관련 분야에 많은 자본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특히, 원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는 한 나라의 경제는 물론 사회마저 좌지우지할 정도인지라, 원유 확보를 위한 전쟁마저 벌어져왔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원유의 중요성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방사능에 대한 염려는 존재할지언정 원자력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점토나 모래 등에 함유된 원유인 셰일가스(Shale gas)를 추출하는 방법도 개발되었다. 풍력·태양광 발전 같은 신재생 에너지 생산 기술도 발전했다. 이렇듯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토머스 에디슨이 1879년에 최초의 실용적인 백열전구를 개발한 이래 전기 에너지가 일반화되면서 이를 손쉽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도 많이 탄생했다. 예를 들어, 석탄·석유 보일러로 구들장을 데우는 대신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난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개개인이 사용하는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네트워크 시스템 등 정보통신(IT) 기기들도 모두 전기로 움직이는 도구들이다. 심지어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게 당연한 듯이 여겨지던 자동차도 순차적으로 전기자동차로 교체되고 있다.

물론 번개나 정전기처럼 자연에서 생성된 전기가 아닌,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대부분은 증기기관·내연기관·원자로, 그리고 댐에 설치된 수차(水車) 등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니 전기로 움직이는 도구를 구매할 때에는 가급적 에너지 효율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고, 이를 조절․절제하면서 쓰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엄지손가락만한 진공관이 전기의 사용량을 조절하는 반도체 소자로 사용되었지만, 1947년에 동전 크기의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것을 계기로 작아진 반도체 소자에 전기의 사용량 조절 기능을 비롯한 많은 기능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1980년대까지 일반적이던 흑백텔레비전이나 턴테이블식 전축을 분해해보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자부품이 달린 기판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스마트폰은 몇 개의 반도체칩만 놓인 기판 위에 디스플레이가 있고, 그 뒤에는 배터리만 달랑 있다. 이렇듯 전기로 움직이는 도구들은 점차 소형화·경량화되면서 전력 소모량을 줄여나갔다.

아울러 전기로 움직이는 도구들의 심장인 반도체칩은 더욱 오밀조밀하게 설계되면서 그 복잡도는 매우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에는 나노 기술의 발달로 반도체를 설계할 때 10나노미터, 즉 불과 1만 마이크로미터의 간극까지 구분하여 설계한다. 특히, 그래핀이나 탄소 나노튜브 같은 나노 소자들은 전기적으로도 우수하기에 전력 손실이 적게 발생하고, 가벼우면서도 강철보다 훨씬 강한 기계적 특성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나노 기술은 새로운 분야에도 접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볍고 탄성이 좋은 의류를 만들거나 바이오․생명공학 분야에도 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볼 것이 있다. 일단, 인간의 세포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난자 세포의 크기는 0.1밀리미터다. 일반적인 세포의 크기는 25마이크로미터 남짓이며, 뇌를 구성하는 뉴런도 10~25마이크로미터 정도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일반적인 세포보다 400배 정도 더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정도면 세포를 구성하는 내부 구성 물질 중 대부분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사실, 생명공학 연구는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 그레고어 멘델의 유전학 등을 시작으로 19세기부터 이루어졌다. 즉, 멘델이 발견한 유전 법칙을 통해 유전자가 생물의 특정한 형태를 결정하며, 또한 유전자에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후 세포를 구성하는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DNA 등의 존재도 파악됐다. 계속된 연구를 통해 DNA가 이중 나선 구조로 이루어졌으며, 유전자는 그 내부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여기에 나노 기술을 접목하면서 DNA에 들어있는 유전자 정보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새로운 유전자 정보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유전자 조작으로 병충해에 강한 옥수수를 만들거나 유전자 변형으로 더 맛있는 고기를 얻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나노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연구가 활발해지자 바이오․생명공학 분야도 활기를 띄게 되었다. 예를 들어, 지난 수백만 년간 인간을 괴롭혀온 감염성 질병을 극복하고자 생명 현상을 규명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덕분에 바이오․생명공학 분야가 새로운 전략적 가치를 보장하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사실 고대 중국의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찾아서 한반도와 일본에도 사람을 보낸 것에서 보듯이, 인간은 오래오래 건강하고 젊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러니 바이오․생명공학 분야가 주목을 받는 것도 특이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바이오․생명공학 분야가 이렇게까지 발전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적어도 1996년 영국에서 체세포 복제로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불과 20여 년 만에 인간은 바이오․생명공학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유전자 정보를 담은 유전체지도(Gene mapping)로 앞으로 있을 유전병을 미리 예방할 방법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노 기술이 바이오․생명공학 분야와 결합하면 지금까지는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치료법도 개발될 것이다. 예를 들어, 나노 단위 크기의 마이크로 로봇이 정상적인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를 처리하도록 설계되거나, 혈관 청소 및 세포의 복구에 사용될 것이다. 이렇듯 나노 기술이 의료 부분에도 사용되면서 초소형 나노 내시경이 개발되고, 나쁜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면 이를 자동 제거하는 기능도 갖출 것이다. 즉, 마이크로 로봇이 인공지능(AI)과 연동하여 개개인의 유전인자 특성을 고려하면서 각종 질병을 치료할 것이다. 결국 인간의 수명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류는 행복해질까?

필자는 나노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뇌에 마이크로 로봇을 이식하는 일도 벌어지리라고 예상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뇌를 클라우드 시스템에 연결하면 뇌파를 이용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머릿속의 기억을 외부에 저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만화에서나 나올 기술이 현실화되면 인간은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된 기억을 추출하여 별도의 아바타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아바타는 사이버공간의 게임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인간과 흡사한 형상을 가진 모형일 것이다. 또한, 자신의 기억과 죽은 자의 기억을 추출하여 복제된 DNA를 합성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되면 많은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리라. 또한, 인공지능과 연계된 나노 기술 시스템은 분명 고가일 것이므로 빈부격차에 따른 경제적 괴리감마저 극대화시킬 것이다.

사실 필자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바이오 정보에 대한 해킹 문제다. 인간의 DNA에 들어있는 유전자 정보는 머리카락, 피질, 기침을 하면서 발생하는 침방울처럼 몸에서 쉽게 떨어져나가는 물질로 노출될 수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그 정보를 이용해 그 사람의 취약점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 정보는 아직까지는 인위적으로 바꾸거나 수정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사용자 인증을 할 먼 미래에 대비해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인공지능이 태아의 DNA에 들어있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낙태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마치 달걀 단계에서 수평아리를 걸러내듯이 말이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같이 산부인과에 갔었다. 문득 둘째의 성별이 궁금해서 의사에게 “파란 옷을 준비할까요, 빨간 옷을 준비할까요?”라고 물어봤다. 의사는 대답 대신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산모의 혈액형은 O형이고, 선생님의 혈액형은 B형이네요. 그렇다면 태아의 혈액형은 B형일 것입니다.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 몸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항원·항체들이 난리를 칠 텐데, 태아는 10개월 동안 엄마 뱃속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것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 영역이 얇디얇은 양막(羊膜)을 사이에 두고 있어요.”
당시에는 의사가 아이의 성별을 알려주기 싫으니까 딴소리 하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생명의 탄생은 정말 오묘하고 놀랍지 않느냐”는 얘기가 아니었나 싶다. 과연 인공지능이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유전자 정보로 우성인자를 뽑아내게 되더라도 생명 탄생의 비밀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아마도 인공지능으로 나노 기술을 개척하더라도, 사랑을 통해 자신들의 피가 섞인 자식을 만드는 일을 나노 기술로는 절대로 따라할 수 없을 것 같다.
[글_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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