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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재현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상임부회장 “기술패권 경쟁시대의 핵심은 산업기술보호”

입력 : 2024-03-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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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패권 전쟁의 최전방에서 중소기업 기술보호와 지원 위해 최선 다할 것”
산업스파이 1호 사건 담당하며 산업보안 업무와 인연 맺어
산보협, 조직개편 통해 기술의 일원화된 보호 관리 추진


[보안뉴스 엄호식 기자] 지난 2월, 삼성엔지니어링에서 퇴사한 직후 회사의 반도체 제조용 초순수 시스템 관련 영업비밀 자료를 협력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 직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자율주행차에 관한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렇듯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산업기술 유출사건도 증가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전재현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상임부회장[사진=보안뉴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전재현 상임부회장은 산업보안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시기인 1997년 우리의 첨단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은 산업스파이 1호 사건을 담당하며 산업보안 업무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2007년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설립과 제1회 산업보안 국제콘퍼런스 및 산업보안연구학회 창설을 주도했다. 이후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 산업스파이 색출 업무를 담당했으며, 퇴직 후 정보교육원에서 방산기술 보호 분야 강의를 하다 지난해 1월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의 상임부회장으로 부임했다.

기술패권 경쟁시대의 도래로 산업기술의 가치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 산업기술 보호의 최전방에서 국가 기술보호에 힘쓰고 있는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의 활동과 최근 기술보호 트렌드, 그리고 중소기업 지원대책까지 산업기술 보호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전재현 상임부회장에게 들어봤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가 어느새 설립 18년 차에 들어섰습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시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기술보호 법정 전문단체입니다. 산업기술보호 선도기관이자 전문기관 그리고 지원기관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습니다.

먼저 국가핵심기술 보호·지원을 위해 ①국가핵심기술 동향조사 및 조사관 지정을 통한 실태조사 ②13개 분야 산업기술보호 전문위원회 전담제 운영 ③정책·제도 개발 및 국가핵심기술 보호지원을 진행했습니다.

기술유출 피해구제 지원을 위해서는 ④산업기술 확인제도 및 산업기술분쟁조정제도를 운용했으며, 산업기술보호 인식제고를 위해 ⑤산업보안교육원 신설 및 교육 지원 ⑥산업기술보호의 날 및 산업보안 국제 콘퍼런스를 운영했습니다.

산업기술보호 역량강화를 위해 ⑦중견·중소기업 대상 보안진단 및 보안 컨설팅 지원 ⑧4,500여개 중소기업 대상 중소기업기술지킴서비스 지원을 펼쳤으며, 산업기술보호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⑨산업보안 전문인력 양성사업 추진과 ⑩산업보안관리사 국가 공인자격제도 운용을 통해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산업부, 중기부,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 고용노동부, 방사청 등과 다양한 기술보호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기술지킴센터[사진=보안뉴스]


그동안 기술유출의 위험성은 얼마나 높아졌나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가 핵심기술 및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를 살펴보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에는 산업기술 23건, 국가 핵심기술 5건 등 총 28건의 중요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며 최근 4년간 가장 많은 기술유출이 발생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기술유출 방식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매수나 절취 등 단순 유출방식에서 벗어나 위장취업, 자문의뢰, 국제공동연구, M&A 규제 사각지대를 활용하는 등의 신종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최근의 기술유출 사례를 살펴보면 ①한국에 R&D 센터를 설립해 기업을 인수하고 고액 연봉과 인센티브 제공으로 인력을 유인해 기술을 유출하는 경우 ②해외에 본사를 둔 자문중계업체를 통해 전·현직 기술자에게 자문·의뢰해 국가핵심 기술 정보를 수집한 경우 ③공동·위탁 연구, 역설계를 활용한 기술탈취 ④이중국적자를 통한 기술유출 ⑤간접적인 해외인수·합병을 활용한 기술취득 등 다양한 방법의 기술유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기술 우위에 있는 반도체 기술이 핵심 타깃이 되고 있으며, 2023년 산업기술 23건 중 15건이 반도체 분야에서 유출됐습니다.

이렇듯 언제·어디서·어떤 방식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기술유출 사각지대 속에서 정부는 다양하고 지능화된 유출수법 등에 맞춰 우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인수합병 규제 강화’, ‘기술보유기관 대상 현장 실태조사 확대’, ‘양형기준 현실화’ 등 변화된 기술보호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력유출도 기술유출 못지 않은 파급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력관리 또한 기술보호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로 기술유출의 80% 이상이 전·현직에서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에 접근하기 쉬운 내부 직원의 고용불안이나 브로커의 이직 유혹 등 기술유출 유혹에 노출돼 있습니다. 그동안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침해 우려와 유출정황 파악에 대한 어려움,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의 사각지대 등으로 인력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었는데, 다행히 지난해 6월 국가첨단전략기술(4개 분야 17개 기술) 지정과 동시에 인력에 대한 관리 근거가 강화됐습니다.

이에 기업 신청을 기반으로 산업부가 지정해 근로자를 대상으로 △이직관리 계약 △비밀유지의무 등이 포함된 계약 체결 및 출입국 정보조회 등에 대한 시행근거가 마련됐습니다. 이는 인력에 의한 기술유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핵심인력에 대한 보호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으로 고무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 기술유출 방지 IT 보안 가이드라인[사진=보안뉴스]


최근 국가정보원이 ‘중소기업 기술유출 방지 IT 보안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으며,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도 협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기술유출 방지 IT 보안 가이드라인’은 국가정보원과 중소벤처기업부 협조 하에 제작됐으며, 중기부 기술보호 지원제도 중 하나인 ‘중소기업기술지킴서비스’ 수혜대상 기업에 최우선으로 배포됐습니다. 특히 지난 2월 7일 협회에서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 주재로 열린 중소기업 기술보호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배포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가이드라인 배포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중소기업이 겪고 보안 애로사항은 △악성코드 확산에 따른 보안위협 증가 △다양한 보안솔루션 종류로 인한 도입의 어려움 △보안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 및 운영비 부담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보안관리 인력의 부족을 꼽고 있으며, 일부 중소기업은 IT 관련 인력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소기업 기술유출 방지 IT 보안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중소기업의 현실과 여러 가지 애로사항에 착안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업무상 많이 활용하는 IT 장비를 가이드라인만 참고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기업의 IT 장비 보안 정책을 기업의 임직원 및 실무자가 쉽게 설정할 수 있다면, 매년 증가하는 해킹에 의한 기술유출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고, 침해사고로부터 안전한 업무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이러한 업무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와 솔루션, 노하우 등을 협회의 중소기업기술지킴센터에서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가이드라인이 중소기업 기술보호체계 구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중소기업기술지킴센터와 함께하는 사이버 보안과 정보보안 체계 구축에 관심이 많은 4,500여개 중소기업에 가이드라인을 적극 배포하고 있습니다.

▲전재현 상임부회장은 산업스파이 1호 사건을 담당하며 산업보안 업무와 인연을 맺었다[사진=보안뉴스]


국내기업의 산업기술보호에 대한 인지도와 노력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요 기술유출 사건과 사고에 대한 언론 노출이 증가하며, 산업기술 보호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져 이제는 기업 스스로가 사전에 기술유출을 예방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의 보안수준은 매년 상승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교육기관의 보안역량은 다소 부족합니다. 이에 따라 업계도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의 정부지원사업(제도설명회, 교육, 컨설팅, 확인제도, 분쟁조정, 중소기업기술지킴서비스 등)을 통해 보안역량을 높이고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기술지킴서비스’는 △보안관제서비스 △내부정보유출방지서비스 △악성코드·랜섬웨어 탐지서비스 △악성메일 모의훈련 등을 지원합니다. 협회에 위치한 관제센터를 통해 보안전문가가 24시간, 365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및 기술을 지원하며, 사이버공격 발생 시 공격 IP 실시간 차단 및 메일과 전화로 이상징후를 통보합니다. 또, 방화벽에서 발생한 해킹 시도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유해트래픽도 정밀 분석합니다.

2024년 산업기술보호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올해 산업기술보호 시장은 △신흥기술 발굴 △인력 중심의 기술보호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이행 등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와 AI, 양자, 첨단소재 등 첨단기술 보호에 대한 이슈가 잦아지고 있어 유망기술군(AI, 양자, 첨단소재 등 첨단기술) 발굴 검토를 통해 급격한 기술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합니다.

또한 올해는 산업기술보호를 위한 범정부 중장기 계획인 ‘제5차 산업기술보호 종합계획(2025~2027)’이 수립될 예정이며, 종합계획 안에 △기술보호제도 보완사항 발굴 △기술안보 인식확산 △기업 수용성 확보 등을 위한 내용 반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산업기술보호에 대해 정책적으로 많은 개선과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변화 또는 개선돼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산업기술 유출사건 재판은 고도의 기술적·전문적 지식이 요구되지만, 일반 형사범죄처럼 사건별로 배정받는 구조여서 일반 형사법원에서 취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검찰에서 중형을 구형해도 재판부가 참고할 만한 기존 판례가 없어 피해가 막중하더라도 선고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재판이 길어지면 피해기업의 기술가치 하락뿐만 아니라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피해기업이 회복할 수 없게 시간적·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길어진 재판에도 불구하고 기존 원심과 최종 판결이 다르게 나올 경우, 가치 손실이 증가하기 때문에 신속한 판결을 위한 대안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특허는 산업재산권 관련 특허분쟁 해결을 위해 1998년 3월 전문법원이 설치됐는데 이처럼 산업기술 전담 법원이 설치돼 산업기술 유출사건과 관련해 신뢰성 높은 판결과 신속한 재판을 바탕으로 국가의 산업기술보호 역량 향상이 필요합니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주요 연혁[사진=보안뉴스]

2024년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매년 국가핵심기술(국가첨단전략기술) 범위 확대에 따라 해당 기술보유 대상기관과 업체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해당 기술 여부 판정 및 수출·해외 M&A 승인 검토를 위한 기술보호위원회와 전문위원회 개최 수요 급증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대상 현장 실태조사 확대 △국가핵심기술 제도·절차 안내와 기술보호를 위한 맞춤형 전문교육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협회는 대내외 국가 핵심기술과 산업기술에 대한 중요도와 관심도 급증에 따른 해당 기술의 일원화된 보호 관리를 위한 선제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협회 내 조직을 기존 2실·1연구소·7팀에서 2센터·1교육원·1연구소·10개팀으로 사업과 인력을 재배치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했습니다.

조직 개편을 통해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대상 현장 방문조사 → 전문교육 → 보안컨설팅(보안닥터) + 보안설비구축 + 기술지킴서비스 등의 원스톱 지원으로 기술보호 효율성을 극대화할 예정입니다. 또 국가핵심기술·중소기업기술 보호 등에 신속하고 체계적 대응이 가능하고, 수요자 위주의 양질의 산업보안 교육으로 對 국민 기술보호 인식 제고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산업기술보호와 관련해 어떤 당부를 하고 싶으신가요 반도체와 이차전지·생명공학 등 우리나라의 중요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상위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또한 디스플레이와 조선,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기술은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중요기술의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기술패권 경쟁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민간이 뜻을 모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 기술유출이 없다고 안심하기보다 현장 기술보호 담당자의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 그리고 참여가 필요합니다. 특히 산업스파이나 해커들이 찾아오지 않은 것은 지금은 다른 곳에 더 좋은 먹잇감이 있기 때문이지 기술보호가 잘돼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님을 인지해야 합니다.

우리의 기술보호 역량이, 우리의 산업경쟁력이, 더 나아가 우리 국가경쟁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함께 우리나라 산업보안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더불어 협회에서는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을 대상으로 산업기술보호 최적의 원스톱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기술유출 사전예방, 사후구제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엄호식 기자(eomhs@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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