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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어디까지 빼야 할까? ‘디지털 세탁소’의 딜레마
  |  입력 : 2014-11-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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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서비스...그러나 악용 소지도 있어

시장의 요구 커질수록 구체적인 범위 및 제도 마련 필요성 커져   


[보안뉴스 민세아] 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세탁소, 사이버 언더테이커(Cyber undertaker)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누군가에겐 듣도 보도 못한 단어일수도 있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 몸캠 피싱으로 협박에 시달린 대학생이 자살하는 등 한 때의 실수나 나쁜 기억 때문에 많은 이들이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행동 하나하나가 기록에 남고 삭제된 기록도 손쉽게 복구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인간의 망각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살게 되면서 온라인상에서의 사생활 영역이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에 디지털 세탁소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디지털 세탁소? 그게 뭐지?

디지털 세탁소는 말하자면 과거에 자신이 작성했던 글, 동영상 등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신의 기록들을 세탁해 주는 디지털 기록관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장의사는 사망한 고인이 인터넷에 남긴 흔적을 찾아 정리해주는 작업을 해준다. 사이버 언더테이커로도 불린다.

대표적인 디지털 기록관리 기업으로는 뉴스케어, 맥신코리아, 산타크루즈, 스키퍼, 프라이버시앤컴퍼니 등이 있다. 지난 2008년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가 연예인을 대상으로 악성댓글을 지워주면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0년 뉴스케어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면서 시장이 태동했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기업이 늘어나면서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의뢰자들이 과거에 올렸던 수치스러운 게시글, 사진, 친구와 장난으로 찍었던 동영상,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자료를 삭제한다.


어떤 방식으로 기록이 삭제될 수 있나?

의뢰자가 기록삭제를 의뢰하면 업체들은 의뢰자에게 위임장을 받는다. 업체는 의뢰자에게 제공받은 정보를 토대로 의뢰자의 기록이 어느 사이트에 있는지, 정확한 게시글 개수가 얼마나 되는지, P2P 혹은 토렌트 사이트에 있는 동영상인지 등등 삭제해야 할 정보에 대해 견적을 내고 계약을 맺는다.


포털사이트의 경우 업체가 게시글에 대해 삭제요청을 하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의해 해당 게시글이 임시조치된다. 임시조치된 글은 약 한달 동안 블라인드 처리된다.



문제가 되는 글을 올린 게시자가 임시조치에 이의를 제기해서 임시조치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질 경우 임시조치가 무효화된다. 그러나 게시자가 특별히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한 달후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다. 일반 커뮤니티 사이트의 경우 운영자가 판단해 삭제하기도 한다.

 

그럼 기사의 경우는 어떨까? 각종 기사에 기재된 의뢰인의 기록은 삭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오보나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삭제 또는 정정보도 외에 언론사에서 이들의 요청을 들어주는 경우는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기록이 삭제된다면 문제되지는 않을까?

그렇다. 당연히 악용의 소지도 있다. 정치인, 기업 등이 그들의 잘못된 정보를 덮으려 기록삭제를 요청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맥신코리아 관계자는 “디지털 기록관리 서비스는 변호사와 같다. 물론 무분별하게 모두 삭제하지는 않는다. 평판이 바닥까지 떨어져 좌절하고 있는 의뢰자에게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 갱생의 여지를 만들어 주는 직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록관리 서비스는 누군가에겐 분명 필요한 서비스다. 철없을 적 잠깐의 행동으로 평생을 고통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의 배경이 되는 잊혀질 권리는 외국이든 국내든 입법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판결사례와 관련 전문가들의 논쟁만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정치·사회 현실 등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알 권리가 존재하는데, 이것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탁소는 잊혀질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의 경계에 서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디지털 세탁소가 위와 같은 법률적 사항과 충돌하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디지털 세탁 서비스는 따지고 보면 유료서비스인데, 돈이 있는 사람은 자기에게 불리한 정보를 지우고 돈이 없는 사람은 불리한 정보를 계속 남긴 채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는 평판의 비대칭성에 해당한다”고 우려했다. 재력의 유무에 따라 사람의 평판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평판의 비대칭성이 심화되면 일반적인 검색으로는 올바른 정보가 나올 수 없고, 이로 인해 나중에는 타인의 정보를 찾는 데도 비용이 소요될 수 있지 않을까? 돈 많은 사람만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평판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결국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인터넷은 평등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생활의 효율화를 꾀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인터넷의 강점은 수많은 정보 중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선택해서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록관리는 합법적인 활동이지만 이것이 오·남용된다면 인터넷의 의미가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기에 디지털 기록관리 서비스가 적용될 수 있는 명확한 범위 규정과 함께 제도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세아 기자(boan5@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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