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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북한이 그랬을까? 소니 픽처스에서 한수원까지
  |  입력 : 2014-12-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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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문가들 : 북한 개입 가능성은 인정, 정부 개입은 갸우뚱

흔들리는 체제와 곧 열릴 UN 안보리 회의가 진짜 동기일지도


[보안뉴스 문가용] 백악관의 어떤 관리가 뉴욕 타임즈를 통해 밝힌 바로는 백악관에서는 북한이 소니 픽처스 사태에 ‘중심적으로 연루되어 있다(centrally involved)’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심적인 연루’가 어떤 뜻인지에 대해 아무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이 이 사건의 배경에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추측했지만, 그것과 백악관이 모호하게라도 밝힌 것처럼 ‘북한 정부’가 개입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왜냐하면 북한이 사건의 배경이 된다는 건 북한을 추종하는 무리의 독립적인 소행이나 북한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북한과는 별 상관이 없는 핵티비스트의 소행까지도 포함하는 가설이지만 ‘북한 정부’를 지목하는 순간 그런 가능성들은 전부 배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백악관의 이런 움직임에 많은 해외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누굴 위한 소음인가?

북한이라고? “글쎄...”

제프리 카르(Jeffrey Carr)는 위협 첩보 공유 업체인 가이아 인터네셔널(Gaia International)의 CEO로 “비단 이번 사건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에 대한 모든 ‘수사 결과’는 일단 한번은 의심하는 것이 좋다”라고 주장한다. “명백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그런 결과들 역시 대부분은 그저 가설이며 추정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소니 픽처스 사건 역시 그 어떠한 증거가 나온 게 없다. “게다가 사이버 보안 업체 모두 사실상은 서로 경쟁자고, 사이버 첩보라는 건 대부분 모순 투성이일 때가 많습니다.”


디도스 방어 전문 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회장인 마크 로저스(Marc Rogers)는 “소니 픽처스 사태의 책임을 북한에게 돌리는 건 정치적으로 굉장히 편안하고 합리적인 수법입니다.” 보안에 대해 무심한 태도를 일관한 것으로 알려진 소니 픽처스의 임원들에게도 ‘북한’이라는 공공의 적을 세워 자신들에게 향한 비난의 화살을 조금 돌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것도 그의 의견이다. “북한이란 건 안전하고 쉬운 탈출구입니다. 이번 사건과 알게 모르게 연결된 사람들에겐 특히나요.”


그루그큐(Grugq)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티포렌식 연구가이자 제로데이 취약점 브로커 한 명은 이번 공격이 북한에서 감행했던 그 어떤 공격보다 고급화되어 있다고 한다. 소니 서버에 침투해 데이터를 빼돌리고 지우는 멀웨어를 사용해 기기를 파괴한 기술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데이터 유출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중간 중간 범인들의 메시지나 부차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디어와 접촉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한껏 발하고 있죠. 이런 전체 전략 자체가 굉장히 고급스럽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하려면 영어 수준과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아야만 가능합니다. 북한이 겨우 영화 한 편 때문에 이런 고급 인력을 영외에 배치시켰을까요?”


왜 애초에 북한 이야기가 나온 걸까?

처음에 북한이 언급되기 시작한 건 당연히 <더 인터뷰>라는 북한 소재의 영화 때문이었다. 또한 남한을 공격했던 6.25 사이버 테러 사태 때 사용된 멀웨어와 소니 픽처스를 공격한 멀웨어에서 상당한 유사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사용된 ‘데스토버’ 멀웨어를 분석한 결과 코드 제작자들이 코드 개발 툴의 언어 설정을 한글로 맞춘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북한이 언급될만한 정황 역시 만만치 않은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북한 정부’까지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제프리 카르는 “고작 할리우드 영화 한 편에 정부 단위의 세력이 이렇게 공을 들인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으며 멀웨어 언어 설정에 대해 클라우드플레어의 로저스 역시 “설정의 흔적을 마음대로 바꾸는 건 일도 아니다”라며 멀웨어의 언어 특성 역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더 인터뷰>를 노린 것이 그저 해커들의 본래 의도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공격자들이 <더 인터뷰>를 언급하기 시작한 건 공격을 감행한 후이며 북한 정부가 <더 인터뷰>에 대해 맹렬히 비난한다는 소식이 뉴스에 보도되고 나서였다는 게 그 이유다. 처음부터 그들의 경고 메시지에 <더 인터뷰>가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


한수원은 이 사건과 무슨 상관?

한수원을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원전반대그룹 혹은 Who Am I다. 이름만 가지고서는 북한을 떠올리기가 힘들고, 게다가 원자력 에너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회 곳곳에서 찾을 수가 있다. 굳이 북한까지 가지 않더라도 애초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가 자주 나오는 민감한 사안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왜 북한을 언급하는 것일까?


지난 12일 본지에서 처음 원자력발전소 등을 겨냥한 사이버 테러 징후에 대해 작성한 기사에서 언급하듯 주요 확장자 파일들에 대한 파괴 및 MBR 파괴 기능을 갖고 있는 파일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파괴 기능’은 소니 픽처스 사태의 주범인 데스토버 멀웨어의 대표적인 기능이다. 또한 감염되거나 파괴된 시스템을 켰을 때 화면에 Who Am I라는 문구가 뜨는데, 이는 소니 픽처스를 해킹한 것으로 보이는 GOP가 스스로를 드러낸 방식과 동일하다. 지금은 폐쇄된 Who Am I의 블로그에서 보인 ‘지령’이라는 단어도 북한을 떠올리게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또한 훔친 정보를 유출시키는 방법도 비슷하다. GOP는 처음에는 영화 원본 파일, 배우들 간 혹은 감독과의 은밀한 이메일 내용, 직원들의 개인 정보 및 의료 정보, 내년 개봉 예정 작품의 대본까지 훔쳐간 데이터의 일부를 조금씩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를 대중에게 전달했다. 이 Who Am I라는 단체 혹은 일당도 이와 비슷하다. 처음엔 청와대 친서와 한수원의 직원 정보를 공개하더니 바로 다음날에는 설계도와 내부 프로그램의 화면 캡처 이미지를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또한 GOP나 Who Am I나 모두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한 것도 같다.


진짜 의도가 무엇일까?

하지만 더 중요한 공통점은 두 사건 모두 해커들이 굉장히 ‘시끄럽게 군다’는 데에 있다. GOP도 미국 언론사와 인터뷰까지 진행했고, Who Am I도 본지 측에 이메일을 먼저 보내왔다. RSA의 롭 사도우스키(Rob Sadowski)가 어제 본지 기사를 통해 언급했듯 동기가 강한 핵티비스트들이 주로 떠들썩하게 판을 벌인다. 즉, GOP나 Who Am I가 언급한 물리적인 협박이나 파괴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잇따른 건물 붕괴 사건으로 ‘인민’의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김정은 체제에 대한 회의가 사람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는 북한 소식이 있다. 심지어 해외 매체에 따라서는 평양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는 소식이 있을 정도다. 그런 때에 체제 옹호 세력의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외부 세력 누군가가 우리 북한의 체제를 옹호해준다’는 뉴스는 북한 정부에게 있어 꼭 필요한 사건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최근 건강 문제로 잠적 아닌 잠적을 했던 김정은의 행적 또한 이런 사건의 필요성에 설득력을 더한다.


또한 북한으로서는 더 큰 사건이 있으니 바로 12월 18일 UN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압도적인 표로 가결된 것이다.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 유린 문제를 국제사회 문제로 가져오겠다는 뜻이고, 북한은 당연히 이에 크게 반발했다. 이 문제는 이번 달 22일에 열리는 안보리 회의에서 다시 언급될 예정이다. 이 안건이 안보리에서 정식으로 가결된다면 국제사회는 김정은에게 인권 유린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므로 북한으로서는 그 전에 세계에 ‘날 건들이면 이렇게 된다’는 엄포를 놓을 필요가 있고, 그것이 소니 픽처스가 실제로 영화 상영 계획을 철회함으로써 제대로 통한 듯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물리적인 테러에 대한 협박이 취소된 것이 아니며, 그에 따라 실제 폭파 등의 물리적인 실력행사가 있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인 만큼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다소 살벌하게 지나갈 것처럼 보인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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