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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는 AI 보안-2] 퀴베르네테스, 인공지능=사이버
  |  입력 : 2020-06-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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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들의 신인 ‘헤파이스토스’에 대한 그리스 신화로 살펴본 인공지능과 사이버
그리스 신화 속 도구들이 드론과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현실화되다


[보안뉴스=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인 그리스 신화의 시대,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던 그 시대에 아테네 남쪽에 위치한 외딴 섬인 렘노스 섬에서 왠지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노인이 자신의 대장간에서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뭔가는 다리가 셋인데, 위쪽은 쟁반처럼 평평했다. 그래서 마치 다리가 셋인 의자 같았다. 잠시 후 노인의 표정이 이내 밝아지면서 그는 자신이 만든 완성된 의자를 향해 이야기를 건넸다.

[이미지=utoimage]


“저기 부엌에 가서 물 한 잔을 가지고 오렴.”
아마도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이 봤다면 노인이 미쳤다고 했으리라.
그런데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의자가 시나브로 움직이는 것 같더니, 이내 제자리를 맴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의자가 자신을 만들어준 그 노인에게 감사 인사라도 하듯이 주변을 한 바퀴 돈 뒤 노인이 부탁한 물 한 잔을 가지러 부엌으로 달려갔다. 의자는 이내 평평한 부분에 물 잔을 놓고서 노인의 곁으로 돌아왔다.

노인은 물을 마시면서 즐거운 표정을 짓더니 의자에게 말했다.
“이제 자동으로 움직이게 되었으니, 하늘도 날 수 있도록 네 다리에 뭔가를 달아야겠구나. 그리고 너를 부르려면 네 이름이 있어야 할 텐데, 뭐라고 지을까? 그래, 네 다리가 셋이니, 트라이포드(Tripod)라고 하자. 어떠니? 네 이름이 마음에 드니, 트라이포드?”

트라이포드는 알아들은 듯 감사의 표시로 제자리에서 껑충 뛰었다.
그 광경을 보던 노인은 빙긋이 웃더니 잠시 후 트라이포드의 다리에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이내 작업을 마친 노인은 트라이포드에 앉더니 아테네 쪽 하늘을 보며 명령했다.
“트라이포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으로 출발!!!”

트라이포드는 노인의 무게에 약간 움찔하더니 이내 균형을 잡고 《아라비안 나이트》의 하늘을 나는 양탄자처럼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트라이포드는 노인의 대장간 지붕으로 올라갔다. 곧 렘노스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트라이포드는 곧이어 지중해로 들어서더니 신들이 모여 산다는 크레타 섬을 거쳐 어느새 아테네의 시가지가 보이는 곳까지 날아왔다.

곧 노인의 시야에 아테네 중심에 우뚝 솟아있는 언덕 위의 파르테논 신전이 들어왔다.
트라이포드는 추진력을 얻으려는 듯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재빠르게 파르테논 신전을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트라이포드는 새의 날갯짓과 달리 공기의 흐름을 타면서 미끄러지듯 전진하더니 이내 파르테논 신전 앞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면서 호기심에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일부는 트라이포드를 만지거나 툭툭 쳐보기도 했다. 다리가 3개인 트라이포드를 손가락질하면서 “3개면 다리가 충분하다!”, “아니다! 하나가 더 있어야 한다!”는 등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구경꾼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은 쩔뚝거리면서 파르테논 신전으로 들어갔다.
신전 안에서는 이미 많은 신들이 모여서 잡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들 중 중앙에 앉아있던 한 신이 노인의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노인이 찾던 신인 듯했다.
그 신은 매우 우람하고 장대하며 기품이 있어 보이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서 존경과 경외심을 받을 만했다. 더구나 중앙에 앉아있는 것을 보니, 신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신인 듯했다. 그 신은 자기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여신들과 담소를 나누던 중 노인이 들어오는 것을 흘낏 보면서 말을 건넸다.

“헤파이스토스, 오늘도 재미있는 걸 하나 만들었구나. 그게 뭐하는 물건인고?”
노인, 그러니까 대장장이들의 신인 헤파이스토스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의 아버지이자 신들의 왕인 제우스에게 별 일 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냥, 집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심심하기도 하고, 요즘은 할 일도 없고 해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 심부름꾼이나 하나 만들어봤어요. 물 한 잔 마시자고 시녀를 부르기도 귀찮아서요.”

“아까 그 기계를 타고 오는 것 같던데?”
“지난번에 헤르메스(신들의 전령이자 상인·나그네·도둑들의 신)에게 만들어준 날개 달린 모자와 날개 달린 샌들을 저 기계의 다리에 달았더니, 저를 태우고 하늘을 날더라고요. 굳이 덜컹거리는 마차를 탈 필요 없이 여기저기를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네요. 아버지도 하나 만들어드릴까요?”
“아니다. 나는 아직은 다리가 멀쩡해서 필요 없다. 고작 물 떠다주는 일은 여기에도 해줄 이가 많다.”

헤파이스토스는 순간 열이 확 치솟는 것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자신도 제우스의 아들이거늘, 항상 무시하는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아버지인 제우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많은 기계를 만들었지만, 제우스는 늘 이런 식이었다. 그나마 지난번에 번개를 선물로 주었을 때 조금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아 그 뒤에도 계속 뭔가를 만들어주었지만,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았다.

헤파이스토스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포기하고 트라이포드에 다시 앉은 뒤 자신의 집인 대장간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정신 좀 차리실 때가 되었구먼, 허구한 날 여신들 꽁무니만 쫒아 다니니 어쩌시려는 건지…. 저러니 어머니 헤라(결혼·출산을 관장하는 여신)하고 매일 싸우고 난리지. 하여튼 답답한 집안이야.”

한구석에 놓여있던 트라이포드를 본 헤파이스토스는 애꿎은 트라이포드를 발로 걷어차면서 분노를 삭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헤파이스토스는 구겨진 트라이포드를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게 있었는지 대장간으로 돌아가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몇날 며칠 내내 대장간 한구석에서 뚝딱 뚝딱거리더니 마침내 그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번에는 아버지도 관심을 보이실 거야!”
헤파이스토스가 이번에 만든 건 거대한 계란 같은 물체였다.
잠시 후 헤파이스토스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자신이 만든 물체에 명령했다.
“저기 부엌에 가서 물 한 잔을 가지고 오렴.”

지난번에 트라이포드에게 한 말과 똑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말을 하자마자 그 거대한 계란이 쪼개지면서 나뭇가지 같은 것 네 개와 혹 같은 것 하나가 나타나더니, 이윽고 나뭇가지 같은 것들이 쫙 펴지면서 사람의 팔다리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여인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아닌가!

잠시 후 그 여인은 눈을 뜨고 여기저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윽고 주방이 어디인지를 확인한 듯, 한 발 한 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여인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었다고 하지 않으면 여성형 기계가 아니라 진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물 잔을 잡은 여인의 손가락 마디마디에도 힘이 자연스레 실려서 물 잔이 깨지거나 땅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여인은 물잔을 들고 헤파이스토스에게 다가와서 건네더니, 말까지 했다.

”주인님, 시키실 일이 더 없으신지요?“
자신의 부인이던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헤르메스와 눈이 맞아 도망을 간 뒤, 헤파이스토스는 지금까지 혼자 살아왔다. 그러니 ‘여인’이 자신에게 건넨 따스한 말 한마디에 격하게 감동했다. 헤파이스토스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만든 기계를 잠시 쳐다봤다. 그러고는 혼잣말을 했다.
“아버지에게 드리기에는 아깝군. 어차피 난 눈 밖에 난 자식이니, 얠 내가 데리고 있어야겠다. 그러고 보니 너도 혼자라 외롭겠구나. 나야 네가 있으니 좋지만, 너 같은 앨 하나 더 만들어서 네가 외롭지 않도록 해야겠다.”
헤파이스토스는 다시 일어나 대장간으로 가서 며칠간 뚝딱거려 또 하나의 여성형 기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두 여성형 기계와 많은 날을 함께 했다.

그러던 어느 화창한 봄날, 헤파이스토스는 바다를 바라보더니 두 여성형 기계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 바다로 놀러나 갈까?”
“주인님. 저희에겐 배가 없어요.”
“하나 만들지 뭐.”
“배의 노는 누가 젓고요?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면 위험하잖아요. 더군다나 주인님은 다리도 편찮으시고요.”
“꼭 내가 배를 저어야 하나? 자동으로 배의 노를 젓는 기계를 만들면 되지. 너희가 조금만 도와주면 된단다.”

헤파이스토스는 그길로 대장간에서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배에는 바람과 조류에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조타장치까지 설계되었다. 그 조타장치는 매우 튼튼해서 어떠한 태풍과 풍랑에도 견딜 수 있으며, 정말 정교해서 자동항법을 활용해 배의 주인이 지정한 장소에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드디어 배가 완성되자 헤파이스토스는 두 여성형 기계들과 함께 배에 올라탔다. 그러더니 한 여성형 기계에게 말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조타장치에 담으려면 내 스스로 머릿속에 있는 기억장치를 꺼내야 하거든. 헌데 그렇게 하기가 정말 귀찮구나. 잠시 네 머리를 빌려야겠다.”
헤파이스토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눈만 끔벅거리는 그 여성형 기계에게 헤파이스토스가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네가 나에게서 보고 듣고 배운 내용이 네 머릿속에 담겨있거든. 이 배를 움직이려면 네가 기억하고 있는 것만 가지고도 충분한 거지. 걱정하지 말거라, 조타장치에 복사하고 돌려줄 테니, 마음 편하게 있도록 해.”

이윽고 헤파이스토스는 그 여성형 기계의 머릿속을 열고 기억장치를 꺼냈다. 이미 과거에도 자신의 아버지였던 제우스의 머리를 도끼로 쪼개 그 속에서 동생이자 지혜와 전쟁의 여신인 아테네를 꺼내봤었기에 이러한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꺼낸 기억장치를 조타장치의 빈 공간에 집어넣었다. 잠시 후 배의 모든 기능들이 동작하기 시작하면서 돛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자 배는 서서히 큰 바다를 향해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속도를 붙이면서 저 멀리 수평선을 행해 전진했다.
헤파이스토스는 뱃머리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소리쳤다.
“이제는 시녀가 물을 따라주고, 노예가 배의 노를 젓는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는 집안일을 돌봐주는 기계와 스스로 움직이는 배, 하늘을 날으는 의자가 세상을 바꿀 것이야! 그러면 신들의 권위는 추락하겠지. 신들이 깔보는 인간들도 신들처럼 활동할 수 있을 테니까! 이 모두의 핵심은 내가 만든 이 여인의 머릿속에 있던 것, 바로 ‘퀴베르네테스(kybernetes)’인 것이다!”

그로부터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인 지금의 과학자들이 《그리스 신화》를 접하면서 과거에는 허무맹랑하다고 본 이런 소재들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여성형 기계는 로봇으로, 날아다니는 트라이포드는 드론(drone)으로, 그리고 스스로 움직이는 배는 자율주행 자동차·선박이 되어 이미 우리 주변에서 자리를 잡았다. 여인의 머릿속에 있던 저장장치인 ‘퀴베르네테스’ 역시 빅데이터(Big Data)이자 인공지능(AI)의 운영체제로 현 시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사실 이 ‘퀴베르네테스’는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인 ‘사이버(cyber)’의 어원이기도 하다. 미국의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 교수는 1948년에 ‘동물과 기계가 상호 작용을 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퀴베르네테스’의 영어 표현인 ‘사이버네틱스(Cybernetes)’를 처음 제안했다. 이후 사이버네틱스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다가 지금은 물리적 환경과 대칭되는 개념을 가리키는 단어인 ‘사이버(Cyber)’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인공지능과 사이버가 무슨 상관이 있나?” 하시며 고개를 갸웃하시겠지만,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바는 인공지능과 사이버는 동일 선상에서 같이 출발했고 궁극적으로 접근하는 사고방식이 같기에 사이버를 이해하지 못하면 인공지능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글_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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