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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는 AI 보안-19] 신과 주사위놀이, 양자암호통신
  |  입력 : 2020-10-2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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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라면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문제를 200초 만에 풀 수 있다?”
양자컴퓨터 출현으로 기존의 암호·보안 체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


[보안뉴스=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창조론과 진화론, 천동설과 지동설. 인간은 끊임없이 신의 영역을 향해서 진보해왔다.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자신들이 믿었던 부분들이 하나둘씩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기보다 생명체가 스스로 분화하여 현재의 인간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이미지=iclickart]


1859년 영국 학자 찰스 다윈은 자신의 책 『종의 기원』에서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신의 뜻에 의해 창조되고 지배된다는 학설을 뒤집고, 인간과 원숭이는 공통 조상을 갖는다고 발표하면서 인간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현재까지 그의 이론의 정설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충격적인 발표는 폴란드의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가 1530년경에 발표한 지동설만큼이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은 고대 그리스의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관에 정면으로 배치됐다. 인간이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달 위의 천상계는 영원한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 당시의 우주관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지구 역시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행성 체계를 가진 일개 행성일 뿐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케플러, 갈릴레이, 뉴턴 등에 의해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신에 대한 인간의 신념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계속 진화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학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스스로 학습하면서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업적들을 계속 쌓아가기 시작했다. 인간은 무한한 학습 능력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이론과 추론을 통해 증명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계속 멀리 바라보면 신의 세계가 보일 것만 같았는데, 수백 광년이나 떨어진 먼 곳까지 바라봐도 결국 별 밖에 보이지 않는 게 아닌가. 신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할까?

과거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봐도 신의 섭리를 찾지 못했다. 결국 인간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그래서 죽은 자를 해부해 인간의 오장육부 기능을 파악하고, 뇌 구조도 살피기 시작했다. 이를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하면서 세포의 원리를 파악하고, DNA의 구조와 역할을 분석해 유전자를 발견하면서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생물학자의 연구와 별개로 물리학자들은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와 원자(atom)의 구성을 파악했고, 원자를 구성하는 더 작은 입자, 즉 전자·양성자·중성자와 관련된 에너지의 불연속적 특성을 연구하면서 이를 ‘입자물리학’ 또는 ‘양자역학’이라 부르기에 이르렀다. 결국 현 인간들의 과학 수준에서 파헤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까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파동과 입자. 사물의 근원을 알기 위해 인간은 빛의 본질부터 파악해야 했다. 사실 인간은 신석기 시대부터 태양의 신을 섬기면서 빛 에너지로 농사를 짓고 활동도 했다.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을 얻은 덕분에 인간은 밤에도 일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다양한 음식도 만들 수 있게 됐다. 불을 이용해 위험한 동물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있게 되었고, 자신 주변을 화려하게 수놓을 수도 있게 되었다. 불에서 나오는 빛과 열의 원리를 깨우친다면 궁극적으로 인간도 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믿게 되기에 이르렀다.

영국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프리즘을 통해 가시광선 안에 모든 색상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빛은 인간이 보는 가시광선에 더해 적외선·자외선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바다의 파도처럼 물결을 이룬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이러한 파동을 통해 회절·간섭과 같은 물리적 현상이 일어나고, 높은 주파수를 갖는 파동에 인간의 목소리나 노래를 실어서 멀리까지 소리를 보내는 데도 성공했다. 인간은 파동의 원리를 더욱 발전시켜 라디오, TV, 전화기를 만들었고, 이로써 인간이 언제 어느 곳에 있더라도 서로 대화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하여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되면서 과거 축지법이나 분신술과 같은 공상과학 만화에서만 볼만한 상황을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사이버공간에서 대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빛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또 하나의 의문점이 생겼다. 바로 열이었다. 예를 들어, 파동이 물체와 부딪힌다고 해서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다. 그런데 빛을 받으면 그 지점에 열이 생긴다. 우리가 햇빛 가득한 베란다에 앉아있을 때 우리는 창문 너머로 전달되는 태양열로 인해 따스함을 느끼지 않는가. 이 열은 결국 입자의 충돌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햇빛으로 피부를 태우거나 식물의 엽록체가 햇빛에 담긴 에너지를 이용하여 광합성하면서 성장한다. 이를 깨우친 인간은 태양광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결국 인간은 빛은 파동이지만 입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빛의 이중성 때문에 혼란스러워졌다. 파동인지 입자인지, 아니면 둘 다일지를 과학으로 입증해야 했다. 과거 코페르니쿠스나 다윈은 자신들이 개발한 도구 또는 관측을 통해 이를 증명했지만, 입자의 세계는 너무 작아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이 입자의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입자를 대상으로 여러 실험을 했다.

그런데 실험을 통해서 여러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입자들은 극한의 세계에서 현 인간이 사는 세상과 다른 현상을 갖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날씨가 추워지면 물(액체)이 꽁꽁 얼어 얼음(고체)이 되고, 산소(기체)도 액체가 된다는 사실을 과학에서 배웠다. 그런데 기온이 계속 더 떨어지면 산소는 영하 218도, 질소는 영하 210도 이하에서 고체가 된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지구상의 공기는 대부분 고체로 변할 것이고, 인간은 영하 210도 이하에서는 호흡을 할 수 있는 기체인 공기가 없게 된다.

그리고 온도가 계속 더 떨어져 극저온 상태인 영하 273.15도가 되면 입자로 구성된 일부 물질들은 초전도 상태가 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즉, 물질의 저항이 0이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인 즉, 에너지 손실 없이 송전할 수 있으며, 한번 발생한 전류는 손실 없이 무한히 흐를 수 있고, 자석과 초전도체 사이의 자기장 때문에 자성 물질이 부상될 수 있다. 우주에서 인공위성이 계속 지구 주변을 도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즉, 우주에서의 현상이 사람의 감각으로는 느낄 수조차 없는 극한의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가장 작은 물질의 알갱이라고 생각하는 원자에서 전자는 원자핵 주변을 어떠한 저항도 받지 않고 계속 돌고 있다. 그런데 인공위성처럼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에너지 준위를 순간 이동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전자가 관측되기 전까지는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관측되는 순간에 입자의 형태를 갖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를 할 때 술래가 눈을 감았다 뒤돌아볼 때마다 아이들은 술래에게 한 걸음씩 다가간다. 이처럼 술래가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는 상황에서는 아이들의 움직이는 과정을 알 수 없다. 만일 술래가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는 순간이 시간적으로 0라면 아이들은 순간이동을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술래가 주문을 외고 뒤돌아봤을 때 움직이는 아이를 잡아낸다. 하지만 양자의 세계에서는 잡아낼 수 없다. 관측하는 순간 양자는 ‘나는 파동이 아니라 입자입니다’라고 시치미를 떼고 있다. 마치 술래가 눈을 감고 있을 때는 파동처럼 움직이고, 눈을 뜨면 입자처럼 존재하는 것이다. 관측을 하지 않으면 양자는 제멋대로 파동처럼 움직이지만, 관측을 하는 순간에 입자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 입자는 확률적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관측하기 전에는 양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확정성의 원리로 인하여 많은 물리학자들 간에 설전이 오갔고, 결국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양자의 특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양자의 특성을 이용하여 컴퓨터를 만들고, 통신장비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인간은 파장, 즉 전파의 원리를 이용해 음성·데이터·영상 정보들을 전송했다. 일반적으로 파장은 그 특성상 0과 1의 신호만을 구분해서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에너지의 최소 단위인 양자는 다르다.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중첩과 얽힘을 이용하여 양자 상태를 덧씌워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양자 상태는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하다보니 외부의 영향을 받거나 누군가가 관측하려고 하면 양자상태가 붕괴한다. 예를 들어, 도청자가 중간에서 측정을 통해 양자 상태에 대한 정보를 가져가면 양자 상태에 변화를 주게 되고, 이러한 변화로 인하여 송신자와 수신자는 도청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통신 당사자 이외에 외부에서 양자상태를 측정하면,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양자의 상태가 바뀐다. 이렇게 되면 양자에러율(Quantum Bit Error Rate)이 증가해 통신 당사자가 도청당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정보 이론적 보안성을 보장할 수 있다.

양자 특성을 이용한 통신은 송신자와 수신자가 무조건적인 안전성을 보장받으면서 정보를 나누어 가질 수 있다. 이것은 기존의 암호통신의 난제 중 하나인 공유키를 안전하게 나누어 갖는 문제에 해결책이 될 수 있었다. 양자의 특성을 이용한 키분배는 양자키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라고 하고 송신자와 수신자가 공유키를 나누어 가질 수 있다. 송수신자는 양자키분배를 통하여 공유키를 나누어 갖고, 이 공유키를 이용해 암호통신을 할 수 있다.

양자 상태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된 상태를 가지고 있다. 중첩된 양자 상태를 이용하는 양자컴퓨터는 일반적인 연산은 어렵지만,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해 특정 연산을 고속으로 수행하는 데 탁월하다. 대표적인 예가 소인수분해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암호키 방식은 RSA 암호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이는 소인수분해의 어려움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사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최상의 슈퍼컴퓨터로도 단시일 내에 512비트 이상의 소수를 갖는 합성수에 대한 소인수분해는 매우 어렵다. 이는 현재의 컴퓨터는 하나의 상태값을 순차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RSA 암호 알고리즘의 구조를 여기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수학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생략하고, 결론적으로 현재의 컴퓨터로는 512비트 이상의 소인수분해를 하려면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이해하면 된다. 소인수분해로부터 파생된 비밀키와 공개키로 우리가 인증서를 만들고, 그 인증서로 전자상거래를 한다.

그런데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서 지금까지 정설로 믿었던 소인수분해가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자컴퓨터는 순차적 계산이 아닌 병렬 처리 방식으로 계산을 할 수 있어 소인수분해와 같은 난해한 계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2019년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칩인 ‘시카모어(sicamore)’를 탑재한 양자컴퓨터라면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문제를 200초 만에 풀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기존의 암호체계, 아니 보안체계는 머지않아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리라.

이렇듯 양자컴퓨터의 출현은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방식의 연산 대신 새로운 양자 이론을 이용한 연산 방식으로 동작하는 양자컴퓨터는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프로그램들과는 호환되기가 어렵다. 평생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온 필자는 앞으로 양자컴퓨터를 위한 프로그래밍을 다시 배워야 먹고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갑자기 우울해진다.

아무튼 이로써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Katze), 즉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어있는 고양이가 동시에 중첩된 상황처럼, 현실 세계 이외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우주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지구는 입자만큼 작기 때문이다. 만일 우주 저 멀리 누군가가 우리를 관측한다면 어떻게 될까? 관측된다면 우리의 현실세계는 사라지고 다른 세계로 순간이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그쪽 세계가 붕괴될 것인가? 혹은 신의 세계는 인간의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눈에 관측이 되지 않을 뿐이며, 심지어 중첩된 것일까?

아마도 관측된다면 신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세계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신의 영역은 저 멀리 우주에 있거나 땅속 깊숙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여 인간 세상과 중첩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양자역학의 이론에 따른다면 인간이 신의 세계를 관측하는 그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리라.
[글_ 김주원 사이버보안 분야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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