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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식 발행인 칼럼] 앨런 튜링이 영국 고액권 지폐의 인물이 된 이유

  |  입력 : 2021-04-0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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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화폐에도 사이버보안 관련 인물 새겨질 날 기대

[보안뉴스 최정식 발행인] 평소 몸에 지니고 다니면 행운이 온다고 알려진 것들 중에는 미화 2달러짜리 지폐가 있다. 이 지폐에는 미국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인쇄되어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 작성자이며, 미국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제퍼슨 디스크(Jefferson Disk)’라는 암호 시스템을 만든 과학자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는 ‘카이사르 암호(Caesar Cipher)’나 ‘난수표(Random Number Table)’와 같은 치환 암호를 사용했지만, 이들은 암호문의 복잡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제퍼슨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원통형 회전자를 사용해 복잡도가 높은 암호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방식은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암호장비 ‘에니그마(Enigma)’처럼 원통형 회전자 다수를 조합한 기계식 장치로 발전했다.

▲영국 파운드[이미지=pixabay]


실제로 에니그마가 만들어내는 난수의 열은 너무 복잡하고 난해했기에 종이와 연필을 이용해 암호문을 해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론적으로는 ‘한 문장 해독에 수십만 년이 걸린다’고 했다. 결국, 독일군의 암호문을 해독하려면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했다. 이에 영국 정보당국은 컴퓨터의 원조인 ‘봄브(Bombe)’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 기계 덕분에 연합군은 독일군의 작전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다.

2021년 3월 25일, 영국 중앙은행이 고액권인 50파운드(약 77,900원) 지폐의 새로운 시안을 공개했다. 지폐 중앙을 차지한 인물은 바로 봄브를 발명해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앨런 튜링’이다. 이 지폐에는 앨런 튜링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도 담겨 있다. 튜링 얼굴 옆 수학공식은 1936년에 튜링이 발표한 컴퓨터 과학의 시초 논문인 ‘계산 가능 한 수와 그것의 결정 문제에 대한 적용(On Computable Numbers)’에 수록된 것이다. 튜링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듬해인 1946년에 발표한 컴퓨터 ‘ACE(Automatic Computing Engine)’와 암호 해독에 사용된 봄브도 그의 초상화 옆에 그려져 있다. 그 위에 새겨진 숫자 0과 1의 나열은 튜링의 생일인 ‘1912년 6월 23일’을 바이너리 코드(Binary Code)로 표현한 것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화폐에 자국의 대표적인 역사적 인물을 새겨 놓는다. 그 인물의 상징성을 상당히 압축적으로 국내외에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폐에 들어가는 인물은 자국 국민들이 상당히 존경하는 인물이다. 영국도 최적의 인물을 화폐의 도안용으로 선정해왔다. 과거 50파운드 지폐의 도안용 인물은 실용적 증기기관을 처음 개발한 ‘제임스 와트’와 그의 동업자 ‘매슈 볼턴’이었다. 영국 산업혁명의 아이콘이기도 한 제임스 와트는 영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앨런 튜링이 제임스 와트의 ‘후계자’로 선정됐다. 이는 영국 정부가 3차 산업혁명의 대명사인 컴퓨터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암호와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영국 정부는 IT 기술의 재건과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대영제국의 위상을 부활시키겠다는 마음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최정식 보안뉴스 발행인[사진=보안뉴스]

한편, 앞으로는 급속히 확대된 사이버공간에서 전자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전자서명 방식의 가상화폐 또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런 차에 암호와 관련된 위인인 앨런 튜링을 영국 화폐 중 가장 고액권인 50파운드 지폐에 새겼다는 사실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여기에서는 자국 화폐를 미래의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고 싶어 하는 영국인들의 심정과 염원도 깃들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미국과 영국 화폐의 도안을 보면서 이들이 ‘인공지능’, ‘암호’, ‘사이버보안’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음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에 반해, 아직 우리나라의 현실은 이를 따르지 못하는 듯하다. 아직도 ‘비밀’이니, ‘보안’이니 같은 특수성을 들며 대중의 관심을 피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인공지능, 암호, 사이버보안 같은 분야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어 최우선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제반 인식을 향상시켜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우리나라 화폐에도 인공지능, 암호, 사이버보안 관련 인물이나 장치를 아로새기기를 기대해본다.
[글_ 최정식 보안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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