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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섭 보안外傳] 반복되는 IT 노동자의 죽음,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  입력 : 2021-06-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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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에 앞서 내부의 노동 조건 들여다보길

[보안뉴스= 이상섭 IT 컨설턴트] ‘구로의 등대’, ‘판교의 등대’, 늦은 시간까지 회사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빗대어 우리나라 IT 산업을 선도하는 두 지역의 어두운 면을 말해주는 단어다. 또한, 몇 해 전 게임 업계에 만연돼 있던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 강도를 두고 붙여진 말이다.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일이지만 노동자의 극단적인 선택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사회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미지=utoimage]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고 나서야 게임, 포털 업계에 연달아 노조가 설립되었고,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던 노동 문제가 최근에 다시 불거졌다. 인사 평가에 있어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직장 상사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노동자가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것도 자타공인 우리나라 최대의 IT 기업에서 말이다.

개발자들의 높은 연봉, 인센티브로 주식 부여 등 부러움의 대상이 된 직장에서 아주 원시적인 사고가 발생한 터라 그 충격은 더 크다. 사고가 터진 후 해당 기업은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 등 4명을 직무 정지할 것을 권고했고, 회사는 이를 실행했다. 그리고 지난 7일, 노조는 자체 조사 결과, ‘경영진이 방조’한 정황이 있다고 밝히며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경쟁 회사에서 워낙에 큰 문제가 발생한 탓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경쟁기업도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이 실시한 근로감독에서 ‘일부 직원의 주 52시간 이상 근무’, ‘임산부의 시간 외 근무’, ‘연장근무시간 미기록’, ‘퇴직자 연장근무 수당 지급 지연’ 등의 위반 사항이 확인되어 시정 지시를 받은 바 있다. 그리고 근로감독을 요청한 것은 해당 회사의 직원들이었다.

여전히 적지 않은 IT 기업들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상황에,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에서 왜 이런 기본적인 사항들조차 지켜지지 않은 걸까?

▲이상섭 IT 컨설턴트[사진=보안뉴스]

앞선 세대의 성공한 기업가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권력과 동거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 모두가 어두운 과거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성공한 IT 기업가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고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IT 기업도 고작 20년 남짓한 짧은 역사 속에서 온전하게 기업의 문화를 만들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진지한 성찰을 통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기업의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운영규정을 살펴보니 그 목적이 ‘이사회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돼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경영진은 무엇을 ‘위기’라고 생각할까?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을 위기라고 생각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고 할 것인가? ‘결과’로부터 발생한 지금의 사태를 위기라고 보고 임시방편인 ‘수습책’을 찾으려고 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둘 중 무엇을 택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업 문화의 개척자가 될 지, 앞선 시대의 기업 문화를 따라가는 그저 그런 대기업이 될 지 결정될 것이다. 바야흐로 ESG 경영이 유행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글_ 이상섭 IT 컨설턴트]

※ESG :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 정보를 활용하고 있으며, 2000년도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국가들에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UN은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원회가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필자소개]
이상섭_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IT 회사에서 이커머스, 스마트시티,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두루 경험하고 현재는 IT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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