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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IP 인사이트] 후지필름의 생존 전략

  |  입력 : 2022-09-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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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디지털 카메라 개발한 코닥과 시대의 요구에 맞춰 기술을 개발한 후지필름

[보안뉴스= 유경동 IP칼럼리스트]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사진관 모습은 불과 십 수 년 전만에도 동네마다 흔하게 볼 수 있던 모습이다. 간판이 눈에 띈다. 좌우로 배치된 후지필름과 코닥 로고.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은, 이 두 기업을 존폐의 기로에 서게 했다. 결국 코닥은 파산한다. 반면, 후지필름은 살아남는다. 후지의 특허를 통해 그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포스터[이미지=싸이더스]


끝의 시작
2000년 이후 후지필름의 미국특허 출원 동향을 보자. 2000년대 초반 한 해 100여건 출원이 전부였던 이 회사가, 2005년부터 급격히 출원량을 늘리더니, 그 이듬해 1,915건을 정점으로, 이후 매년 1,000여건 이상의 특허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주목할 건 그 변곡 포인트다. 2005~2006년이면 후지필름의 내일을 담보할 수 없을 정도로 엄혹한 시절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는 고모리 시게타카 당시 CEO의 말처럼, 후지의 최종병기는 결국 특허였던 셈이다.

고모리가 CEO로 취임한 건 2003년이다. 침몰하던 후지필름호에 선장으로 올라탄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이 회사 보유특허를 전수조사토록 지시한 거다. 내부 축적기술을 샅샅이 뒤져 ‘비전 75’라는 6개년 계획을 세운 것도 이때 일이다. 후지필름 창립 ‘75주년’이 되는 2009년까지 회사를 완전히 뒤바꿔놓겠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이후 고모리는 후지필름의 V자 성장을 견인하며 2021년 5월까지 회장직을 수행했다.

극적 변신, 그런 건 없다
흔히들 후지필름과 코닥의 부침을 대비시켜, 디지털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럼, 후지필름은 정말 경천동지할 엄청난 변혁을 통해, 지금의 영광을 구현할걸까? 그렇진 않다.

다시, 앞서 언급한 고모리 전 회장의 CEO 취임 후 첫 지시사항으로 돌아간다. 보유특허 전수조사 결과, 신사업에 필요한 기술들이 이미 사내에 널려 있었다. 예컨대, 사진 현상 및 인화 기술은 Find chemistry 즉 정밀화학 분야이기 때문에, 이는 곧 제약과 바이오 사업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사실, 사진필름과 화장품은 공통점이 많다. 필름의 주원료는 젤라틴, 즉 콜라겐이다. 이 콜라겐만 80년 넘게 연구해온 후지에게, 산화, 즉 피부 노화를 막는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후지필름의 화장품 브랜드 ‘아스타리프트’는 그렇게 세상에 나온다. 필름 회사의 화장품 시장 진출, 이게 실은 전혀 생뚱맞은 일이 아니란 얘기다.

▲아스타리프트 화장품[이미지=후지필름]


실제로, 최근 5년간 후지필름이 미국에 신규 출원한 특허 총 9179건에 등재돼 있는 기술용어를 AI 기법을 통해 모두 분석해본 결과, 렌즈 그룹이나 마그네틱 레이어, 마그네틱 테이프와 같이 후지필름이 전통적으로 잘 알고, 잘 만들어온 기술에 기반한 특허가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필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20만 개가 넘는 화학 성분을 합성해본 기술이, 결국 신사업의 밑바탕이 됐다. 화학 약품을 겹겹이 쌓으면 필름이 되고, 피부에 사용하면 화장품이 되고, 먹으면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후지는 미리 내다 본 거다. 남들 눈엔 전혀 다른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해낸 것 같지만, 그 속살을 헤집어 보면 수십 년에 걸쳐 연구 개발해온 화학기술에, 그저 상상력 한 스푼 버무렸을 뿐이란 걸, 특허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코닥 ‘전자스틸사진기’ 특허 [자료=USPTO]


그럼 이와 같은 상상력이 후지필름의 최신 특허에 어떻게 투영돼 있는지 보자. 2022년 6월 미 특허청이 공개한 ‘내시경’이라는 특허다. 이 회사만의 이미지 촬영기법 및 그에 따른 기계장치 배치 노하우가 내시경이라는 의료기기에 녹아 있다. 같은 날 공개된 ‘터치 패널용 도전성 부재’라는 특허는 오랜 기간 촬상기기 및 필름 제조과정에서 축적한 전기공학적 메커니즘이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에 스며든 결과물이다. 이밖에 현재 한국특허청에서 심사가 진행 중인 ‘고체 전해질 조성물 및 그 제조방법’이란 KR특허를 통해서는 이 업체가 필름 가공과정에서 연마해온 ‘고체전해질층 물질’ 연구를 바탕으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한창이란 것을 어림할 수 있다.

본업에 충실해야, 본업을 버릴 수 있어
아래는 ‘전자스틸사진기’라는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 특허다. 이 특허의 출원인이 재밌다. 바로 코닥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35년 뒤, 자신들이 발명한 이 디지털카메라 때문에 코닥은 망한다.

▲유경동 IP칼럼니스트[사진=유경동]

누구보다 먼저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했지만, 이후 별다른 기술개발이나 관련 특허 출원없이 과거의 향수에만 젖어 있었던 코닥. 반면, 정밀화학에 기반한 필름제조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의 요구에 맞춰 기존 기술과 특허를 개량 발전시킨 후지필름. 이 두 회사의 명암에서 특허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단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글_ 유경동 IP칼럼니스트]

필자 소개_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매체 IP노믹스 초대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다. EBS 비즈니스 리뷰(EBR)와 SERICEO, 테크란TV 등서 ‘특허로 보는 미래’ 코너를 진행중이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글로벌 AI특허 동향 △특허로 본 미래기술, 미래산업 등이 있다.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 英 IAM 선정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꼽혔다. ICTK홀딩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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