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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이 아빠를 만든다 01] 아빠가 하는 일을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  입력 : 2023-03-0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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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안은 의외로 산 지식을 다루는 분야라, 그 안에서 발굴되고 전파되는 중요한 원리와 실천사항들은 사이버 공간에서만 가치를 발휘하지 않습니다. 실생활에서도 보안의 메시지들은 빛을 발합니다. 그것을 아빠의 관점에서 연재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2주에 한 번 24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아빠 하는 일이 늘 궁금하다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정보보안’이라는 말을, 이제 막 컴퓨터의 수많은 부분들 중 키보드와 친해지려 하는 너에게 어떻게 풀어줘야 할까. 게다가 아빠는 사실 ‘정보보안’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고 바깥에서 관찰을 하는 사람에 가까운데 말야. ‘정보보안’이란 이런 거다, 라고 설명할 깜냥도 안 되고,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첫 단락부터 말문이 꽉 막히는 구나.

[이미지 = utoimage]


하지만 아빠가 자격이 있어 요즘 막 너희가 좋아하기 시작한 농구며 야구와 같은 것들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있는 건 아니지. 멀리 던지는 법이며, 슛하는 폼이며, 아빠는 선수도 뭣도 아닌데 말야. 다만 네 남동생이 다 자라서 새로운 파트너가 되어주기 전까지 네 공을 받아주고, 네 폼을 봐주며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원래는 아무런 자격 없는 이 아빠라는 사람에게 덜컥 주어진 자격이지. 너희들과 같이 당도한. 너희가 있어서 아빠라는 이름 자체에 주어지는 자격이 있단다. 그 자격에 힘입어 정보보안에 대해 설명해 볼게.

너희들의 막대사탕
간단히 얘기하자면 정보보안은 온갖 정보를 보호하는 방법들을 만들고 실천하는 분야야. 네 이름, 아빠 이름, 네가 학교 공부를 통해 배우는 것들, 우리 집 주소, 아빠 엄마가 이따금씩 네가 외우고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번호 같은 거 있지? 그게 다 정보야. 지금 너한텐 그런 것보다 중요한 게 훨씬 많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네 용돈의 수백 배를 주고서라도 그 정보를 가져가고 싶어 해. 그리고 훔쳐서 도망가기도 하지. 망가트리기도 하고. 그래서 그걸 보호해야 하는 거야.

그래, 너희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그 막대사탕들을 생각해 보면 되겠다. 너네 수업 끝나고 책상 정리하라는 아빠 말은 그렇게도 안 듣는데, 너네들 막대사탕이 들어 있는 통은 책상 한 구석에 놓고 잘 관리하더구나. 남은 사탕의 개수며, 언제 누구에게 나눠줬고, 누구한테 선물을 받아서 몇 개로 늘어났는지도 항상 기억하고 있지. 심지어 서로가 서로의 사탕 최신 정보까지도 빠삭하게(?) 알고 있다지. 누나는 무슨 맛 사탕 몇 개 남았고, 동생은 무슨 맛을 언제 다 먹었는지는 도대체 왜 서로 외우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너희들의 사탕 보호 방법이자 전략이겠지.

어른들은 정보라는 것을 바로 그 막대사탕처럼 지키고 또 지킨단다. 다른 게 있다면 네 사탕들은 별로 탐내는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지만, 정보란 건 원하는 사람이 꽤나 많다는 거? 그래서 빼앗으려는 사람들은 계속 연구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사용해 보고, 그러면 또 지키려는 사람들도 밤새 고민해서 지키는 방법들을 들고 나오지. 아빠는 ‘공식적으로는’ 그런 옥신각신의 중간에서 현재 상황을 기록하는 사람이지만, 사실은 지키는 사람의 편을 들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수비에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어.

주인이더라, 너네들
다시 사탕 이야기를 해보자. 너희들은 사탕을 어떻게 보호하니? 투명한 통에 담아 늘 눈에 보이는 곳에 두지. 그리고 그 안에 무슨 맛 사탕이 몇 개 남아 있는지를 항상 셈하지. 그리고 그 순수한 뇌로 기억을 잘도 하더라. 혹여 서로의 것이 섞일까봐(너희가 가진 사탕이나 통이나 너무 똑같이 생겼어!) 서로의 것까지도 외우고 있지. 그런 체계가 아주 자연스럽게 너희 안에 자리를 잡았고, 너희들은 구구단 암기할 때와 달리 전혀 고통스럽지 않게 모든 상황의 변화를 기억 속에 집어넣고 또 넣고 있어. 아니, 오히려 즐기는 거 같아 보일 때도 있어.

너희가 그런 모습을 보일 때면 아빠는 너희야말로 그 사탕들의 진짜 주인이라는 걸 알게 된단다.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하여 투명하게 알고 있는 것, 그럼으로써 원치 않는 손실을 막고, 알맞은 속도로 먹기까지 하다니, 그게 주인이 아니고 뭐겠니.

요즘은 주인이라고 하면 아주 단순하게 ‘비용을 낸 사람’으로만 받아들여. 내 돈을 내고 샀으니 주인이 되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 그런데 거기서만 머물더라. 내가 산 게 뭔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이며 어떻게 사용해야 아낄 수 있는 것인지 알아보고 고민하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 뭔가 잘못되더라도 또 돈 주고 비슷한 걸 구매해 간단히 주인이 될 수 있으니까.

사실 그건 아빠 얘기야. 뭘 사더라도 설명서 한 줄 읽지 않고, 금방 부수고, 새 것을 다시 사거나 전문가에게 돈 주고 수리를 맡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리하게 살았어. 그런데 너희가 선물처럼 아빠에게 오고, 지켜야 할 게 생겨버리니 그렇게만은 안 되더구나. 보일러가 한 겨울에 얼면 너희들 입술이 파래지기 전에 아빠가 먼저 나서서 드라이기로 배관을 녹여야 하고, 싱크대에서 냄새가 올라오면 너희들 밥 잘 넘기라고 배관 호스를 빼서 씻거나 뚫어펑이라도 부어야 했지. 그러다가 직접 싱크대 밑으로 들어가 트랩도 설치해 보고.

아주 기초적인 것 몇 개 해본 것 뿐이지만 비용을 지불할 때와는 또 다른 결의 쾌감이 있더구나. 내가 주인이 돼서 내가 직접 관리한다는 것으로부터 오는 기쁨이랄까. 내 것이라고 막연히 알고 있던 것들의 속살과 원리들에까지 접근한다는 것, 그래서 다음 번의 고장이나 이상 증상에도 담대히 처리할 자신감이 생기는 걸 경험하니 ‘돈 주고 수리기사 부르면 되지’라는 식의 주인정신의 발현이 사실은 주인의 자리에서 자발적으로 도망치는 거라는 걸 단번에 알겠더라. 물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많지. 하지만 처음부터 그들에게 기대는 것과, 주인으로서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도와달라 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더라고.

결국은 전도하는 일
기억이 나지 않겠지만 아빠가 처음부터 그랬던 사람이 아냐. 엄마는 잘 알거야. 늘 ‘사람 불러’, '버리고 새로 사’와 같은 말을 입에 담고 살았던 것을. 그런데 정보보안 소식을 갓난쟁이였던 네가 이만큼 자랄 때까지 접하다 보니 아빠 안에서 뭔가가 조금씩 바뀌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어. 여기서 바뀐다는 건 자란다는 것이고, 그 방향은 위에서 썼다시피 ‘진짜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일과, 너희라는 아빠의 가장 소중한 개인사가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고도 할 수 있어.

아빠가 하는 일은 다름이 아니라 이거야. 주인이 되어 보는 기쁨을 전파하는 것 말야. 그래서 늘 비슷한 말을 하고 또 하지. 정보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늘 파악하세요! 그 정보를 누가 언제 왜 썼는지도 지켜보세요! 정보가 잘 새나가지 않게 잘 잠그세요! 같이 일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의 정보와도 섞이지 않게 하시고, 서로의 현황을 잘 알고 계세요! 등등. 너네 사탕 지킬 때 자연스럽게 하는 것들과 똑같지? 다른 게 있다면 너희는 너희 스스로 하고 있고, 아빠는 스스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하라고 잔소리 하는 것이고.

매일 여러 가지 표현으로 잔소리를 하지만 사실 아빠가 하는 말은 딱 하나 ‘진짜 주인이 되세요’라고 요약할 수 있어. 왜냐면 그건 정말로 기쁜 일이니까. 너네 그 사탕 말야, 스스로 주인이 돼서 지켜내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재미있고 기쁘니. 그 사탕을 위협하는 건 아빠나 엄마의 갑작스러운 ‘당 땡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너희 스스로의 낭비가 될 수도 있는데, 인지하고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까지도 기쁨으로 절제하는 게 지금의 주인된 너희들이야. 그게 진짜 주인의 능력이야. 아빠가 투명한 통에 사탕을 담고, 매일 몇 개 남았는지 맛 별로 정리해서 외우라고 지시를 했다면 그게 됐겠니. 구구단보다 더 고역이었겠지. 어쩌면 그게 싫어 한 번에 사탕을 다 먹어치우고 그런 사탕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렸을 수도 있어.

어때? 아빠가 너희와 그 사탕에 대해 생각보다 잘 알지? 주인 되는 기쁨을 정보보안 일을 하면서 먼저 접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지금은 그 기쁨을 나눠주려 하고 있고. 너희에게도 아빠 하는 일의 기쁨이 전해졌기를 바란다. 너희도 자라면서 많은 것들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그것들을 가장 바깥에서 보호해야 할 처지에 놓일 테니까. 그랬을 때 기쁨 속에서 주인의 능력이 발휘되기를 기원한다.

-2023년 3월 1일, 아빠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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