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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무성한 신기술, 블록체인의 현 주소
  |  입력 : 2018-07-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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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인터넷’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질 때와 비슷한 분위기
블록체인만으로 해결 가능한 과제가 아직 드문 상태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매년 뭇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기술들이 등장한다. 세상이 바뀔 것과 같은 희망과 기대감, 혹은 두려움이 이 기술의 이름을 외울 때마다 차오른다. 신기술 하나로 사업이 30배는 성장할 것 같고, 그 기술을 갖추지 못하면 업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게 등장하는 기술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다. 당신의 상사나 회장님도 그런 흔한 사람들 중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지 = iclickart]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우리 곁은 맹렬하게 지나간 기술들로는 3D 인쇄, BYOD,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있다. 올해는 블록체인의 차례다. 블록체인은 스타트업의 자금 확보와 국가적인 선거, 편리하고 안전한 지불, 신원 확인 등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이미 찬란한 희망들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정말일까?

먼저 블록체인의 정의부터 더듬어보자. 블록체인은 ‘분산된 전자 장부’를 뜻한다. 각 블록은 한 개의 기록을 참조한다. 새로운 블록이 하나 생길 때마다 그 전의 블록과 안전하게 연결되며, 타임스탬프와 거래 관련 기록들을 부여받는다. 그러면 블록들이 서로를 이어 사슬을 만들고, 이것이 블록체인이 된다. 그 어떤 중앙 통제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특정 단체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제공해주는 아이러니한 일도 생기는데, 그것이 바로 이더리움이나 하이퍼레저(Hyperledger), 코다(Corda) 같은 것들이다.

MIT와 옥스퍼드에서 최신 기술에 대해 강의하며, IT 업체 디스틸드 애널리틱스(Distilled Analytics)의 CEO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슈라이어(David Shrier)는 “블록체인은 의료 건강 분야에서부터 에너지, 정부 기관에까지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블록체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다만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존하는 블록체인 실제 사용 사례라는 것은 대부분 ‘파일럿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실제로 생산이나 경영에 본격 투입되지는 않은 것이다. 슈라이어는 “블록체인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변모시킨다 하더라도, 아직은 그 모습을 상상하기 힘든 초기 단계”라고 말한다.

“1994년에 ‘인터넷’이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을 때와 비슷합니다. 인터넷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은 만연했지만, 사실 지금의 인터넷을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아직 인류는 블록체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알기 위한 걸음을 떼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죠.”

슈라이어는 “현재까지 본 사용 사례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전통의 벤처 투자가들이 스타트업들에 자금을 대주는 방법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 투자자들 대부분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지역 내의 기업들에만 투자를 하고 싶어합니다. 허브가 마련된 곳, 그리고 그곳에 자리를 튼 스타트업 정도나 되어야 안전하다고 믿는 거죠.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로 투자 절차를 마련하면, 이러한 집중형 투자를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슈라이어는 “신원 확인증”을 꼽는다. 세상에는 아직 신분증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수억 명도 넘게 존재하는데, 이 때문에 여러 박해와 탄압, 차별의 대상이 된다. 슈라이어는 블록체인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블록체인이 가장 거대하게 활용되고 있는 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거래에서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쓰리필라 글로벌(3Pillar Global)은 “블록체인 솔루션을 만들어달라는 고객들의 요구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며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이러한 요구 내지는 불만사항을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쓰리필라가 블록체인을 구축한 건 2년 반 전쯤 딱 한 번이다.

그러나 쓰리필라의 CTO인 조나단 리버스(Jonathan Rivers)는 “고객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블록체인이 아니어도 해결이 가능한 것들”이라고 말한다. “블록체인을 한 번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신 것 같아요. 그러나 굳이 블록체인이 아니어도 해결 가능한 문제라면, 블록체인을 애써 구축할 필요가 없죠. 아직 블록체인으로만 해결이 가능한 과제가 우리에게 없던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리버스 자신은 블록체인의 본질이 “기술적 무정부주의”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정말로 아무런 규제가 없는 참 의미의 ‘자유 시장’을 다들 기대하고 있고요. 블록체인이 지금 뜨거운 이슈가 되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중앙 통제 기관이나 장치에 대해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블록체인만 있으면 규정과 중앙 관리자의 사슬에서 풀려날 수 있다고 믿는 거죠.”

하지만 리버스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 비해 블록체인은 굉장히 느린 편입니다.” 실제로 고객들이 블록체인을 요구하러 쓰리필라를 찾을 때 리버스는 단점들을 언급하며, 그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쓴다고 한다. “아직은 현존하는 시스템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그래서 ‘블록체인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면 ‘혹시 메시지 버스(message bus)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들어보셨나요?’라고 화제를 전환합니다.”

리버스의 경험에 의하면 고객들이 요구하는 건 ‘정보를 저장하거나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건 블록체인보다 훨씬 간단하고 값도 싸며 빠른 기술들로서 구현이 가능합니다. 이런 걸 설명하면 블록체인을 원하던 고객들도 대부분 수긍을 합니다.”

그렇다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가 아직까지 과분한 거라는 뜻은 아니다.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보고서에 의하면, 블록체인은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은 기술”과 “환멸의 정도가 가장 낮은 기술” 사이에 정확히 위치한다. 사람으로치면 ‘조울증’과 비슷한 상태라는 건데, “아직 안정화 기간을 맞으려면 5~1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Copyrighted 2015. UBM-Tech. 117153:0515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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