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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가안보 위협하는 인수합병에 정부개입 권한 강화
  |  입력 : 2018-11-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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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와 투자 백서 발표
추가 의견수렴 통해 입법절차 진행


[보안뉴스 엄호식 기자] 영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인수합병에 대해 정보개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안보와 투자 백서’를 발표했다. 이번 백서는 정부가 2017년 10월에 발표한 ‘국가안보와 인프라 투자 검토’ 녹서(토론 촉진을 위한 정부제안 예비보고서) 이후의 후속 정책제안서로, 백서 발간 이후 추가 의견수렴을 통해 입법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미지=iclickart]


영국 정부가 현재 기업법상 국가안보를 근거로 개입할 수 있는 경우는 인수합병 규모가 7,000만 파운드 이상이거나 인수합병 이후 시장점유율이 25% 이상이 되는 경우(2018년 6월, 법령 일부개정으로 군사 기술(또는 군민양용 무기제조업), 컴퓨터 하드웨어 기술 및 양자 기술 분야 기업의 경우 인수합병 규모가 100만 파운드 이상일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2002년 제정한 기업법(The Enterprise Act 2002) 제3장에서 열거하고 있는 정부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개입 권한이 기술 환경과 경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국가안보 위협을 방어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에 발간한 녹서에서 정부는 정부의 개입 권한 강화 방안, 사전신고 의무화 방안 및 두 가지 모두를 시행하는 세 가지 옵션 안을 제시했다.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기업의 행정 부담은 최소화하되 정부개입 권한은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또한, 모든 응답자가 정부 개입의 예측성과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영국 정부는 인수합병 건에 대한 사전신고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하되 정부의 개입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선택해 올해 7월 발표한 백서에서 이번 입법 추진이 영국의 친기업 환경정책 기조에 반하는 것이 아니며, 타국의 외국인 투자제한 법규와도 발맞추기 위함임을 자세히 밝혔다.

영국 정부의 주요 제안
영국 정부는 정부가 개입 가능한 ‘트리거 이벤트(Trigger event)’ 재정의를 통해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사전검토를 시행한다.

정부가 제시할 트리거 이벤트에는 △기업 전체 주식 중 25% 이상 인수하게 될 경우 △기업에 중대한 영향력 또는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상기 상황 이후에 추가적으로 중대한 영향력 또는 지배권을 얻는 경우 △자산의 50% 이상 인수할 경우 △자산에 중대한 영향력 또는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등이 있다.

영국은 백서와 함께 ‘정책성명서(Statutory statement of policy intent)’를 발표했다. 이는 정책의 투명성과 명확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법안과 함께 국가안보 위협요소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떤 산업군이 국가안보위협 요소에 해당하는지 정부가 사전에 제시하므로 기업이 정부에 사전신고 필요여부 및 정부와의 비공식 대화 필요여부 등에 대해 명확한 판단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정책성명서 초안에는 통신과 에너지, 나노기술, 민간 핵기술, 수송, 인공지능, 머신러닝, 로봇공학 등의 산업을 국가안보위협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인수합병 시 사전신고가 의무는 아니지만 트리거 이벤트에 해당하는 인수 건에 대해서는 정부에 사전 신고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사전신고에 대한 정부의 스크리닝 프로세스는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되며 사전신고에 별도 비용은 없다. 신고서 접수 이후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추가 15일 연장 가능)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

영국 정부는 인수 건이 트리거 이벤트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기업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며, 정부가 개입을 결정할 경우 정부의 최종 승인이 있기 전까지 준비절차는 가능하지만 인수절차를 종결지을 수는 없다. 정부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수준을 영업일 기준 30일까지 심사할 수 있으며, 필요 시 추가 45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인수 건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될 경우, 정부는 비례 원칙에 따라 필수불가결하고 인수 관계자 측의 의견을 고려한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어떠한 형태의 인수조건도 제시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조치에 대한 예측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인수조건 목록을 법령상에 열거할 예정이다. 만약 안보위협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는 인수를 불허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정부는 효과적인 법 집행을 위해 필요 시 제재방안을 활용할 수 있다. 제재는 형사상 또는 민사상의 벌금 형태로 부과되며, 위반사항별로 상이하나 최대 5년의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권한에 대한 투명한 사법심사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며 정부 결정에 대한 재심은 영국 고등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재심 대상은 사유발생일로부터 28일이 지나지 않은 건만 해당된다.

특히, 인수합병 건이 국가안보 위협과 반독점 관련 조항 두 가지 모두에 저촉될 경우 정부와 경쟁관리당국(CMA : 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이 동시에 조사할 수 있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해외 기업의 영국 기업 인수합병 현황[자료=Thomson Reuters, Financial Times / (단위 : 10억 달러)]


최근 안보 관련 인수 건에 대한 정부개입 사례로는 투자회사 멜로즈의 예를 들 수 있다. 2018년 1월 12일 투지회사 멜로즈가 항공과 기계,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영국의 GKN사에 대해 70억 파운드 규모의 인수를 제의했다. 정부는 멜로즈사에 영국의 국가안보와 GKN사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멜로즈사는 향후 영국 본사 유지와 더불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GKN 매출액의 2.2%를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과 5년간 방위산업과 연관된 항공우주사업 부문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중국과 러시아 밀어낸 영국, 사전 예방책 마련으로 틈새 공략
KOTRA 영국 런던무역관은 이번 입법안은 영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핵심 산업군에 속한 기업과 보유한 기술에 대해서 가용수단을 활용해 적극 보호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제레미 플레밍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 국장이 “영국의 중요한 국가 인프라를 보호할 수 있는 공정하면서도 충분한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무역투자와 안보의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 외부의 적들이 국경에 제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 법과 기술도 이에 발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는 “정부는 지난 7월, ‘화웨이 사이버 보안 평가단’ 정례보고서를 통해 화웨이의 통신장비 취약점이 영국 국가안보에 위협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 화웨이의 후속조치를 기다리고 있다”며 익명의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입법안은 크게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KOTRA 영국 런던무역관은 한국 기업은 영국의 안보산업과 관련한 인수합병 뿐만 아니라 영국 경쟁관리 당국의 반독점 심사 외 미디어 분야 및 금융 안정을 위해서도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며, 영국 진출 시 인수·합병 당사자 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전 예방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엄호식 기자(eomhs@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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