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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막는 보이스피싱... “아내 피싱 당할 뻔한 게 계기됐죠”
  |  입력 : 2019-05-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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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BK피싱스톱’ 개발자 이봉기 IBK기업은행 과장
3년 전 아내 통해 보이스피싱 심각성 깨달아... “안드로이드 구동 문제 최우선 노력”

[보안뉴스 양원모 기자] “안녕하세요, 선생님. 서울지방경찰청 XXX 수사관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현재 선생님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악용돼...”

멀쩡한 통장이 대포(도용)통장으로 사용 중이니 범죄에 연루되기 싫으면 불러주는 계좌번호로 돈을 옮기라는 낯선 음성. ‘큰일 났다’ 싶어 계좌로 돈을 이체하려는데 휴대전화에서 또 다른 낯선 음성이 들려온다. “보이스피싱 주의 단계입니다” 인공지능(AI) 기반 어플리케이션 ‘IBK피싱스톱’이 통화 내용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보이스피싱 경보를 보낸 것이다.

AI가 보이스피싱도 막는 시대가 왔다. ‘IBK피싱스톱’은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8,000여개의 실제 보이스피싱 사례를 바탕으로 AI가 사용자의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 보이스피싱 경고 기능을 제공하는 IBK기업은행의 스마트 앱이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보이스피싱 의심 사례 89건을 탐지했다는 이 앱의 차단 정확성은 90%. 피싱 여부를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분 남짓이다. 라면 끓이는 시간보다 짧은 셈이다.

▲이봉기 IBK기업은행 IT정보부 과장[사진=보안뉴스]


9일 서울 IBK기업은행 본사에서 만난 이봉기 IT정보부 과장은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다”며 웃음을 지었다. IBK피싱스톱은 이 과장이 2017년 만든 자발적 학습조직(COP)이 모태다. COP에서 연구하던 아이템이 우연한 기회에 회사 정식 사업으로 발탁된 것. “2017년 사내 COP 발표대회에서 (IBK피싱스톱을) 시연해 봤는데 임원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대상 수상과 함께 회사에서 ‘사업화 해보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이후 금융감독원,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도움을 받아 최종 개발에 성공했죠.”

이 과장이 앱 개발을 결심한 건 3년 전이다. 아내가 경찰 사칭 전화와 중고거래 위장 전화에 깜빡 속아 넘어갈 뻔하면서다. 다행히 주위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보이스피싱의 위험성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마침 공부 중이던 ‘텍스트 유사도 분석’ 기술을 접목해 보이스피싱을 막을 방법이 없을지 떠올렸다. COP로 모집한 팀원 5명과 회사 내부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AI 개발에 착수했다.

IBK피싱스톱은 금감원에 신고된 8,000여개의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를 데이터화한 AI가 딥러닝으로 실시간 통화 내용을 분석해 보이스피싱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판단 기준은 발화 패턴이다. 이 때문에 사칭 대상이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관’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조사관’으로 바뀌어도 피싱을 걸러낼 수 있다. 특히, 데이터로 쓴 사례들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속기사 10여명이 금감원으로 가서 8,000여개의 사례를 꼬박 2달 동안 받아 적었다. 속기사들이 적은 내용엔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가 전부 빠졌다. 이 데이터를 2주에 걸쳐 앱 개발 팀원들이 다시 전수조사했다고 한다.

실제 개인정보 문제는 개발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다. 아무리 주체가 AI라도 통화 내용을 실시간 분석한다는 건 민감한 일이다. 하지만 이 과장은 다양한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화가 시작되면 수신자의 음성을 변조해 분석 과정에서 수신지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했다. 분석이 끝난 내용은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사라진다. 혹시 모를 해킹 공격에 대비해 망간 암호화 작업도 마쳤다.”

앱은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맞춰 함께 진화한다. IBK피싱스톱은 지난해 11월 금감원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금감원에 신고된 최신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정기적으로 제공 받기로 했다. AI는 데이터에 근거해 움직인다. 피해 사례가 많이 등록돼야 정확도도 올라가고, 새로운 유형의 보이스피싱에 대응할 수 있다.

물론 IBK피싱스톱이 ‘완벽한’ 앱은 아니다. 아직까진 기업은행 고객만 사용할 수 있고, 구글의 통화녹음 금지 정책 탓에 안드로이드 최신 OS(파이)에선 작동되지 않는다. 서비스 대상을 향후 전 국민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OS는 구글이 정책을 바꾸지 않는 이상 해결이 요원하다. 이 과장은 “기존 안드로이드 OS 사용자들에게라도 서비스 제공이 의미가 있다고 봤다”며 “(OS 문제는)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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