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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차산업 대비가 고민인 CEO들이여, 귀촌하라
  |  입력 : 2019-06-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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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해서 1년 동안 거둔 농사, 보잘 것 없지만 풀어봅니다

[보안뉴스 문가용 기자]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4차산업 시대에 대한 지도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로운 수익거리가 생긴다는 것에 설레는 마음 감추지 못하며 공부하는 이들도 있고, 경쟁 상대에 비해 뒤쳐지고 도태되며 결국 살아남지 못할까봐 두려운 마음으로 정보를 캐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비싼 신기술의 가격에 좌절하기도 하고(악, 5G!), 책속에 친절히 소개된 너무나 어려운 내용들에 한숨을 쉬기도 한다.

[이미지 = iclickart]


기자의 경우 1년이 좀 넘은 시점에 한 차례 기사를 통해 소개를 하기도 했지만 귀촌을 택했다. 기사 작성과 번역이라는 기술을 조만간 로봇들이 다 습득할 것이라는 전망과, 실제로 빠르게 사람 혀를 닮아가는 구글 번역기를 보며 도망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시골에 내려와서 보니, 4차산업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조직의 지도자들이 꼭 좀 봤으면 하는 것들이 묻혀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살갗 태워가며 캐낸 것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은 장비가 한다
시골에서 귀촌민을 발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과는 도시에서 무르익었던 그 어쩔 수 없는 어설픔 때문에 공통점이 많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사람들답게 의욕이 충만하다는 것도 있다. 망치 하나로 집도 지을 거 같고, 톱 하나로 겨울을 날 거 같으며, 호미 하나로 캘리포니아 농장주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열정과 혈기, 젊음이 무기요 도구인 것처럼 일을 시작한다. 쉽게 말하면 매사를 몸으로 때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뭉치면 되는 일이 단 하나도 없다. 몇 개월 지나면 다들 마을 어느 한의원이 좋다더라 하는 정보만 주고받는다. 새로 정착했으니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실패의 경험만 쌓이니 망설여지고 뭐 하나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다. 일은 더 쌓이고, 한의원 의사와만 친분이 더 두터워지는 악순환에 갇힌다. 그러면서 시골 생활에 뼈가 굵으신 분들을 관찰하게 되는데, 이분들 의외로 첨단 장비들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시는 분들이다.

삽으로 열심히, 그러나 한심하게, 밭을 일구는 희멀건 도시 젊은이들을 끌끌끌 바라보시다가 마을 회관에 있는 트랙터를 끌고 와 5분 만에 일을 마치신다. 무성한 나무를 치기 위해 사다리에 기어 올라가 톱으로 죽어라 쓸고 있자면, 창고에서 긴 가지치기 기계(아직도 정식 이름을 모른다)를 가지고 오셔서 썩둑썩둑 썰고 가신다.

땅을 고를 때, 갈 때, 칡뿌리를 뽑을 때, 고랑과 이랑을 낼 때, 삽자루 하나가 아니라 전부 다른 도구를 사용해 효율적으로 일을 마치신다. 그 때 귀촌민들은 진정으로 알게 된다. 시골 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도구의 종류와 쓰임새부터 알아야 한다는 것을.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의 참 뜻도.

땅 일구는 일도 이럴 진데, 4차산업이라는 새 시대도 열심과 노력으로 어찌 어찌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귀촌을 해야 한다. 그리고 혀 차임, 안타까운 너털웃음을 당해보고, 평범해 보이는 시골 어르신들도 필요할 땐 중장비 기계를 사용하거나 고용할 줄 안다는 걸 목격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4차산업의 그 모든 복잡한 미래와 양상을 한 마디로 줄이면, 도구의 혁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다 해결해주는 one-size-fits-all 도구는 출현하지 않을 예정이다. 5차나 6차에도 그런 건 나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 어떤 상황에, 어떤 목적을 뒀을 때, 어떤 도구를 써야 하는지 확실하게 아는 것부터가 먼저다. 이는 다음 문제와 연결되기도 한다.

남들 좋다는 거 하려면 제대로, 백엔드까지 알아보라
어쩌다 기회가 돼서 농사라는 것에 손을 대보았다. 서울에서 하도 자연산, 자연산 강조하던 기억이 있기도 하고, 어쩐지 새 출발 하려는 사람이 농약 같은 거 쓰면 불순한 거 같아서 완전 자연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농약은 1g도 안 쓰고, 오로지 자연에게 모든 걸 맡겼다. 가끔 마을 앞으로 나오는 비료 몇 개 얻어다가 뿌린 게 다다. 이 산 속의 좋은 물들과 부엽토들이 알아서 해주리라.

그리고 열매가 맺혔다. 돈 벌 생각으로 한 건 아니었지만, 초보자인 내가 딱 봐도 상품성은 없어 보였다. 알이 너무 작고, 상처가 여기저기 많았다. 내가 장보러 갔다면 이런 물건 안 골랐을 거 같은, 그런 결과였다. 다행히 맛이 나쁘지는 않았기에, 올해는 우리 식구끼리 나눠 먹자고 결산을 했다. 매실을 다 따고 내려오며 장에 들러 설탕포대를 사가지고 와 생전 처음 매실청을 담갔다. 지금 기자 옆에서 서서히 익어가고 있는 중이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수많은 문제 중 간과한 것 하나는 가지치기였다. 농약 안 뿌리고, 비료마저 자연에 맡길 거였으면, 열매가 한 곳에 집중될 수 있도록 가지치기라도 미리 잘 해두었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자연산 농사가 그냥 놔두고 방목하는 게 아니며, 오히려 더 부지런히 손을 쓰고 애지중지 가꿔야 한다는 조언을 1년만 일찍 들었어도 농약을 뿌렸을 텐데...

4차산업의 전망과 약속들이 보여주는 미래상은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그리 멀어 보이지도 않는다. 아주 약간만 더 노력하면 다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쉬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뒤의 ‘백엔드’까지 다 알고 있느냐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4차산업 시대에는 경영진이라도 백엔드를 알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돈으로 전문가 사오는 ‘땜질’로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점이 난 CEO들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신 공부하라고 지시 잘 하는 CEO가 아니라 직접 공부하는 CEO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안전은 프로정신의 실마리다
한 번은 마을의 자갈길에 길고 무거운 거적때기를 까는 작업을 했다. 어르신들이 지나다니는 자리인데 울퉁불퉁한 자갈이 무릎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먼지도 날리고 하니 등산길처럼 길을 포장해보자는 게 계획이었다. 자갈을 쓸어내고(물론 적절한 장비를 사용했다, 빗자루 말고), 밑의 흙바닥을 편편히 드러내는데, 깔려있던 먼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귀촌민들은 콜록 대며 계속 자갈을 치워냈다. 어르신들이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마스크를 가져다주셨다.

거적때기를 길게 다 깔았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일을 끝내지 않았다. 그 위를 몇 번이나 직접 걸어보며 발에 불편하게 밟히는 것들을 골라내셨다. 이런 거 하나하나가 노인들께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는 거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그 거적때기를 밟아보고 나서야 괜찮은 길이 났다.

그래도 일은 끝나지 않았다. 거적때기를 고정시켜야 했다. 말뚝 같은 걸(아직 정식 명칭을 모른다) 가장자리를 따라 주욱 박았는데, 이 때도 귀촌민들은 고무망치만 들고 나왔다. 어르신들은 땅을 뚫는 전동 드릴을 가지고 나오셨다. 거적때기가 어느 정도 땅에 고정이 되었는데도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어딘가 허술하게 박혀있지 않나 점검을 하는 단계가 남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위를 뛰어다니기도 하고 일부러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점검을 했다. 어르신들은 차를 가지고 와서 그 위를 왕복했다. 노인들에게 미끄러짐이란 돌아가심과 같다면서 말이다.

주어진 사업의 표면적인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 모습을 뒤에서 몇 번이고 지켜보고 있자면, 오래 전 잊혀 고리타분하게까지 느껴지는 ‘프로정신’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밭을 갈고 나서도 흙이 빗물에 흘러내리지 않을까 검토하고, 무너진 벽을 보수하고서도 몇 번이고 직접 무너트리려고 애써보고, 노인들의 살금 걸음 보호하려고 차까지 끌고 나오는 행위를 다른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4차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안이다. 이 ‘보안’이라는 건 각종 신기술을 현란하게 사용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조직들이 제일 먼저 챙겨야 할 ‘고객 신뢰’와 같은 말이다. 괜히 애플이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프라이버시 지킴이’로 이미지를 굳힌 게 아니다. 보안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감으로써 새 시대에 맞는 ‘신뢰’의 다른 이름을 소비자들에게 심은 것이다.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시장의 한 플레이어로서 애플은 프로였다. 이제 보안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 짓는 잣대다.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글을 쓰는 시대에(다행히 아직은 아니다) 기자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 자명해 보이듯, 사업과 기술이 점점 합쳐지고 있는 때에 언제까지 3차 산업 시대의 ‘예리한 사업적 감각’이나 ‘연줄’만을 무기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귀촌이라도 해서 익숙한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벼리는 건 어떠실지.
[국제부 문가용 기자(globoan@boannews.com)]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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