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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식 발행인 칼럼] 청년 이건희를 떠나보내며...

  |  입력 : 2020-11-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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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각별한 보안 마인드,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 보호에 크게 기여

[보안뉴스 최정식 발행인] 몇 년 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다녀왔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중해의 푸른 하늘이 아니라 시가지 전체를 푸른색으로 도배한 삼성의 로고였다. 그 푸른색은 공항과 지하철역에서 전시장까지로 이어진 모든 가로수길을 삼키고 있었다. 더욱 감동적인 광경은 전시장의 메인 부스를 삼성이 차지한 것이었다. 미디어룸에서는 전 세계 모든 언론사가 삼성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사화하려고 삼성의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었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사실 국내에 있을 때도 삼성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박람회에서 모토롤라·에릭슨·노키아 등 내노라하는 전 세계 모든 통신업체를 제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삼성을 보고 필자도 삼성의 직원이기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삼성은 세계적 기업임을 외국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지=utoimage]


삼성은 스마트폰·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굴지의 대기업이다. 그런데 보안 분야에서도 선두주자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을 홍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에 ‘녹스(Nox)’라는 보안 솔루션을 탑재하고 있다. 녹스는 하드웨어 칩으로 구성되어 기밀 파일, 신용카드 거래, 비밀번호 및 건강 정보를 비롯한 모든 데이터를 보호하고 암호화하며 격리시킨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군도 삼성의 이러한 보안 우수성을 인정하여 군사 작전용으로 삼성 스마트폰을 선택했다. 삼성의 군용 스마트폰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보안 관련 표준을 충족시키면서 군인들이 극한 상황에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강력한 내구성을 구비했다. 이전까지 미군은 자국의 방산업체에 이런 제품을 특별히 주문하여 사용했다. 보안 문제가 우려된다면 자국의 제품을 선택할 만한데도 미군은 모두의 상식을 깨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미군은 이전까지 GOTS(Government Off-The-Shelf), 즉 정부가 예산을 투자해서 개발한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방식은 미군 내 각 조직의 요구에 맞춰 보안 솔루션을 내장하고, 실제 작전상황에 따라 기능을 구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군도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고 유지·보수의 어려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용 기성품을 구입하되 보안대책을 더하기로 했다. COTS(Commercial Off-The-Shelf)라는 방식으로서 국방 조달 규격으로 민수용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그 첫 사례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이었던 것이다. 물론 상용 기성품보다는 견고하고 실제 작전에도 투입할 수 있도록 나이트 비전, 스텔스 모드, 인텔리전스 캡처, 자동 터치 감도 조정 등 일부 기능을 추가로 탑재했다. 하지만 기본 내부 구조는 우리가 사용하는 상용 기성품과 같다.

삼성의 보안 관련 투자는 스마트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삼성의 최고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삼성의 연구소와 반도체공장 등 관련 시설의 보안대책은 군사작전 이상으로 수행된다. 이를 위해 각종 전자감응기와 X선 검색대, MDM, 보안관제 시스템 등 최첨단 보안 솔루션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는 2010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관련 비밀문서가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시는 소를 도둑맞지 않도록 외양간을 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보안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보안시설을 참관하는 것을 최고의 로망으로 꼽기도 했다.

▲최정식 보안뉴스 발행인[사진=보안뉴스]

삼성은 이러한 기술운용 능력을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계열사인 삼성에스원, 삼성SDS,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큐아이 등 굴지의 방위산업체들과 보안전문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보안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다. 비록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 가려 보안산업이 국가에 이바지한 공로가 작아 보이지만, 이건희 회장의 각별한 보안 마인드 덕분에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잘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국제 가전제품 전시회’를 다녀왔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푸른 물결을 기대했다. 그런데 박람회장에 도착하자마자 실망감이 밀려왔다. 대부분의 전시장이 푸른색이 아닌 붉은 색으로 물들여졌다. 중국의 붉은 오성홍기들이 사방에 내걸리고, 많은 전시장이 중국 기업들로 채워졌다. 미국 대기업들과 국내 대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이미 대세는 중국으로 넘어간 듯 보였다. 1980년대에 디지털 세상을 주름잡던 일본 기업들은 아예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더욱 분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이 밀려왔다.

지난 10월 25일, 이건희 회장이 타계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공과 사를 떠나 청년 이건희를 떠나보내는 지금,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고 그의 정신이 계승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서 그가 다음 세계에서도 편안하게 지내길 기원한다.
[글_ 최정식 보안뉴스 발행인]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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