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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이안과 복구 작업, 그리고 IT 인프라

  |  입력 : 2022-11-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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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허리케인 이안은 플로리다 주를 중심으로 미국 일부 지역의 인프라를 억세게 뜯어내고 사라졌다. IT 인프라의 복구는, 피해민들의 복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러 업체들이 현장으로 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 그 중 일부 회사들이 어떤 일들을 했는지, 또 하고 있는지 들어 보았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지난 9월 말, 이안(Ian)이라는 이름의 허리케인이 카리브해에 불어닥쳤다. 미국 플로리다 주와 캐롤라이나 주에도 영향이 있었다. 이안은 4등급짜리 거대 허리케인이었고, 미국 허리케인 역사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규모였다. 거센 비와 바람 때문에 여러 사회 기반 시설들에 피해가 있었고, 100명 이상이 숨졌다.

[이미지 = utoimage]


이 사건으로 IT 인프라들에 큰 영향이 있었다. 플로리다 주민 400만 명과 캐롤라이나 주민 100만 명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셀 사이트(cell site : 이동 차량 전화와 무선 중앙 통제국 사이의 통신을 원활하게 하는 사이트) 444개소가 파괴됐다. 전력이 공급되지 않은 게 주요 원인이었다. 캐롤라이나 주에서도 5개소가 고장났다. 인터넷과 전화 등 원거리 통신을 사용할 수 없던 플로리다 주민은 50만 명, 캐롤라이나 주민은 1만 명이 넘기도 했다. 이럴 때 통신사들과 IT 서비스 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버라이즌(Verizon), 액셀라(Accela), 세즈윅(Sedgwick)의 재난 복구 담당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안이 지나간 자리
거대한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파괴된 IT 인프라를 복구시키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파괴된 도로와 다리들부터 손봐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IT 인프라 복구에 필요한 차량과 물자들을 이동시킬 수가 없었다. 이안이 지나간 자리에서 우리는 주요 국도와 고속도로를 수일 째 사용하지 못했고, 도서 지역들과 왕래할 방법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세즈윅의 수석 컨설턴트인 나다니엘 코크레인(Nathaniel Cochrane)은 “허리케인 중 이안이 특별했던 건 다리들을 많이 파괴했고, 이 때문에 사회적 혼란이 극심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코크레인은 캐롤라이나 주민으로서, 플로리다 주에서 회사의 긴급 대응 팀과 함께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태풍이 지나갈 때마다 도로에 피해가 생기고 교통에 문제가 생기긴 합니다만, 이안처럼 주요 도로와 교각이 이렇게까지 많이 파괴된 건 처음 봤습니다.”

버라이즌 프론트라인(Verizon Frontline)의 공공 안전 분야 부회장인 코리 데이비스(Cory Davis)는 “곳곳에 폭탄이 터진 것만 같았다”고 말한다. “그것도 그냥 폭탄이 아니라 핵폭탄이요. 모든 게 땅과 바다 밑으로 묻혀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물이 조금씩 걷히면서 고치고 복구시켜야 할 것들이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복구시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모두가 한 마음이었습니다. 바로 전기였습니다. IT 인프라를 손보려 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할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임시 복구의 노력들
하지만 전기가 쉽게 복구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여기 저기서 발전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전기가 필요한 곳, 그러나 전력망 공사만을 기다릴 수 없는 곳에 발전기를 가지고 들어가 모터를 돌리기 시작하니 비로소 일이 조금씩 진행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트럭들이 모터를 싣고 현장에 도착했다. 당연하지만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연료가 실린 트럭들도 같이였다. 그 트럭들 중에 버라이즌 프론트라인의 것들도 섞여 있었다.

“버라이즌의 파트너사들 중 이안의 피해를 입은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통신 케이블 업체의 경우 구축해 둔 케이블 인프라가 여러 곳에서 끊기는 일을 겪었죠. 그 중에는 저희가 꽤나 의존하고 있던 광섬유 인프라도 있었고요. 저희로서는 끊어진 연결을 보충할 만한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장비들을 필요에 따라 현장으로 공수해 왔습니다. 발전기도 그 중 하나였고요.” 데이비스의 설명이다. 그 외에 차량에 탑재된 기지국(COW), 경량 트럭에 탑재된 기지국(COLT), 위성 통신 방출 트레일러(STEER)들도 여러 현장들로 파견됐다. 도서 지역에는 테더링용 드론을 띄우기도 했다.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가 마비되면 통신이 정말 어려워집니다. 카트리나라는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에 일부 지역에서 무선 셀룰라 통신이 수주 동안 끊겼던 적이 있습니다. 버진아일랜드도 태풍 때문에 통신이 2주 동안 단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었고요.” 액셀라의 부회장 앰버 도타비오(Amber D’Ottavio)는 설명한다. “그런 과거들이 있어 준비를 충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안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죠. 이번에도 통신이 수일 동안 끊겼거든요. 인터넷 통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이런 사고는 더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버라이즌은 제일 먼저 응답을 보내오는 사람들부터 시작해 통신 망을 복구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 덕분에 2500명을 찾아내 구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일상의 거의 모든 일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진, 드론 이미지, 사고 현장 탐색과 평가, 생존자 구조까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진행됩니다. 그러니 그런 데이터들이 원활히 오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데이비스의 설명이다.

코크레인도 여기에 동의한다. “데이터를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건 우리의 스마트폰과, 그 스마트폰의 핫스팟 기능이죠. 재난 복구 현장에서 그런 기능들부터 살려내는 게 정말로 중요했습니다.”

데이비스는 자랑할 것이 하나 더 있다. 플로리다 주 포트마이어스 지역에 지구동기궤도 위성을 띄워 통신망의 구멍 난 부분을 메운 것이다. 그리고 버라이즌의 기술을 활용해 지연 속도마저 크게 낮췄다고 한다. “원래 위성 통신망의 지연속도는 높은 편입니다. 약 600밀리세컨드에 해당하죠. 하지만 저희가 이를 140 정도로 낮췄습니다. 쉽게 말해 재해 재난 지역에 5G 망을 임시로 설치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전력과 통신 망이 임시적으로라도 갖춰진 후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었다. 사용자들이 핸드폰을 충전할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버라이즌은 충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들도 급히 마련했다. “긴급 무선 통신 트레일러를 만들어 여기 저기로 보냈습니다. 근처에서 무료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러면서 같은 트레일러에 물 같은 생필품도 같이 실었고, 충전 독들도 대량으로 설치했습니다. 이재민들이 핸드폰이 아니라 노트북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 크롬북도 예비해 두었습니다.”

본격적인 일의 시작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길이 나기 시작했고, 잔해도 느리지만 꾸준하게 걷혔다. 완전 복구가 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다시 이전처럼 생활을 이어가고자 했다. 진짜 어려운 일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했다. 정상 생활로 돌아가려면 IT 인프라가 정상화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 기관부터 주립 기관들은 물론 사기업들까지도 이 일에 참여해야 했는데, 서로의 이해 관계 때문에 사익과 공익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민관의 협조만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복구 작업에 참여한 민간 기업들 중에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곳들도 꽤 많았어요. 그러니 무조건 퍼다줄 수도 없었고, 능력을 다 보여줄 수도 없었죠. 하지만 너무 숨기다가는 공익을 위한 일이 더뎌지고요. 또한 서로의 다른 전문 분야가 충돌하지 않게 중간에서 조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잔해를 치우는 전문가들이 통신선들을 끊어내지 않도록 현장에서 계속 지켜봐야 했고, 통신선이 전기선과 맞물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등 중간에서 교통 정리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도타비오의 설명이다.

“복구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IT 인프라가 물이라는 것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물에 손상된 부품들은 복구마저 어렵기 때문에 데이터가 영구히 손실되기도 했지요. 즉 물리적으로 인프라를 재가동시킨다 하더라도, 일부 사용자나 기업 입장에서는 영영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재난 상황에 대한 준비와 훈련, 대비책이 필요한 것입니다.”

데이비스도 여기에 동의하며 “민관의 협조 체계라는 것이 재난 상황 한참 전부터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조 체계라는 건 그냥 서로의 일만 잘하는 걸 말하지 않습니다. 양자 간의 관계에 관한 말일 때가 더 많죠. 이번에 민과 관이 복구 작업에 함께 참여하면서 이전부터 쌓아왔던 관계가 있어서 일이 그나마 수월하게 진행됐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면 불필요한 절차들이 생각보다 많이 생략되고, 진짜 필요한 일을 곧바로 시작할 수 있게 되더군요.”

재난 상황과 클라우드
도타비오는 “재난 복구 작업에 있어 클라우드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저희 액셀라는 이번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중 하나인 ‘신속피해평가(RDA)’ 기술을 무료로 배포했습니다. 어떤 지역의 어떤 가정과 개인들이 얼만큼의 피해를 입었는지 빠르게 평가할 수 있게 해 주는 솔루션으로, 공무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다녀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그만큼 피해자들이 보다 빠르게 안전한 곳으로 거처를 옮기거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줍니다. 어떤 건물이 안전한지, 어떤 건물이 곧 무너질 것인지도 알려주니 추가 피해의 확률도 낮추고요.”

이번 이안 사태처럼 피해 지역이 광범위 할 때, 피해 상황을 사람이 직접 평가한다는 건 대단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 된다. 평가가 완료되기를 기다리다가는 언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 정상 생활을 시작할지 예측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각 개인과 가정의 부담이 심해지고, 지역 전체의 상황도 악화된다. 도타비오는 “피해 복구는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며 “뭐든지 속도를 높여줄 기술이 있다면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클라우드 기반 기술들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 평상시에 미리미리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옮기는 게 좋다”고 오타비오는 주장한다. “클라우드 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여러 지역에 다수의 데이터센터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지역의 클라우드 덕분에 사업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재난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견되는 때에 클라우드 인프라의 중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복구는 진행 중에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복구도 하고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예방책도 마련하는 중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예비한다 한들 대자연의 힘을 얼마나 막아설 수 있을까. 그러므로 피해가 발생할 때를 위한 계획이 더더욱 필요하다.

글 : 리차드 팔라디(Richard Pallardy), IT 칼럼니스트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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