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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사이버보안과 엘리트 영재교육
  |  입력 : 2019-12-2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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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아...사이버보안을 공개적으로 즐겁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

[보안뉴스= 김주원 칼럼리스트] 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 전쟁을 좋아하던 왕이 있었다. 그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여러 가지 전략과 전술을 고안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전쟁을 통해 그의 영토는 계속 넓어졌지만, 매번 전쟁을 치르다보니 백성들이 힘들어했다. 이를 지켜본 영리한 신하는 왕에게 바둑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왕은 전쟁 대신 바둑을 통해 비슷한 쾌락을 느끼게 되었고, 바둑에 심취한 나머지 더 이상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 그 뒤 그 나라는 오랫동안 평화를 유지했다.

[이미지=iclickart]


2019년 12월 중순, 우리나라 토종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한돌이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국을 벌였다. 대국 결과는 2승 1패, 한돌의 승리로 끝났다. 과거에는 바둑이 가진 경우의 수가 우주에 존재하는 먼지보다 많기에 이를 인공지능의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이제는 인간이 바둑에서마저 인공지능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나마 이번 대회의 유일한 위안거리라면 인공지능이 접바둑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해 아직은 취약하다는 정도랄까? 실제로 인공지능이 풍부한 경험이나 충분한 학습을 하지 못한 분야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좀 더 유연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수읽기를 하는 능력은 비단 인공지능만의 능력이 아니다. 인간도 수많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갖게 된다. 알파고에 유일하게 1승을 거둔 이세돌과 같은 프로기사는 유치원을 다니는 나이에 바둑에 입문하여 평생 바둑판을 바라보면서 살아간다. 선배들이 남겨준 바둑의 기보를 보면서 실력을 높이고, 실전 대회를 통해 새로운 행마를 터득해낸다. 아울러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 훈련 방식도 진화되고, 기술과 도구를 이용하여 학습 기간을 단축시키기도 한다. 결국, 우리 주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이러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거침으로써 최고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엘리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편, 언젠가부터 인류는 물리적공간과 사이버공간에서 동시에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리적 공간에서만 살던 과거에는 영토·영해·영공 등 자신들의 영역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그 경계를 함부로 넘는 자가 있으면 전쟁을 벌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이버공간이 생겨나더니 점차 확대되면서 이러한 상황도 바뀌기 시작했다. 영역의 경계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결국 경쟁자의 서버·네트워크·어플리케이션(앱)이 나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다면 그 경쟁자와 거리낌 없이 공유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국가라는 존재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땅을 딛고 살기에 물리적 공간은 사이버공간과는 달리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즉, 사이버공간에서는 나 또한 필요하다면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는 게 무한정 가능하지만, 물리적 공간에서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에 결국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게임을 수행해야 한다. 좋든 싫든 경쟁을 해야 하고, 그 경쟁에서 이겨서 상대방보다 우위에 서야 내가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뒤처지면 전쟁을 해서라도 역전시켜야 한다는 생각마저 팽배해지면서 모든 나라들이 국방력을 높이기 위해 최첨단·고성능 무기를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렇듯 소모적이고 끝없는 경쟁은 탄탄한 경제력을 갖춰야 가능하다. 결국 부담스러운 군비경쟁보다 합리적이고 가성비가 높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전 세계 사회 전반에서 사이버공간과 관련된 분야의 발전은 이러한 상황이 계기가 된 것이다. 이는 사이버공간과 물리적 공간이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즉, 핵무기나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고가의 첨단 무기 대신 드론이나 좀비 PC 등을 이용하는 사이버공격이 상대방에게 더 큰 공포와 사회적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자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들은 물론 심지어 북한까지도 사이버공격 집단을 조심스럽게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결국 사이버보안 분야 종사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물론 여기에는 바둑처럼 상대방을 공격하고 내 자신을 방어하는 게임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바둑은 바둑판이라는 가로·세로 19개씩의 선들과 361개의 접점들로 이루어진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사이버공간에는 무수히 많은 선들과 접점들이 존재한다. 물론 사이버공간에서도 상대방을 제압하려면 바둑에서처럼 상대방의 특징과 성향을 잘 파악하고 분석하여 그의 수를 읽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경험을 쌓고, 그것이 내 몸에 체득되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급적 어릴 때부터 훈련해야 한다. 바둑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님들은 바둑이나 축구·피아노 같은 예체능 분야와는 달리 사이버보안 관련 공부를 아이에게 투자하는 것에는 아직 인색하다는 생각을 필자는 해왔다. 그런데 지난 12월 23일과 24일 제주 우주항공박물관 컨퍼런스룸에서 개최된 ‘초·중등 사이버보안 Boot CAMP’를 보면서 이러한 우려가 기우임을 실감했다.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대학교 사이버보안인재교육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 행사에는 100여 명의 어린 학생들이 모여 사이버보안 경연대회를 벌였다. 이러한 행사는 국내 최초로 이루어진 것이며,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행사를 보지 못했다. 이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제안된 문제에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스스로 앱과 제품을 밤새 개발·제작했다.

이 어린 학생들이 만든 결과물들을 보면서 필자는 스스로가 만든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쓰레기통에 버려야겠다는 생각마저 했다. 아울러 이번 행사에서 스스로 즐기며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학생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도 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이 사이버보안을 공개적으로 즐겁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러니 이러한 대회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조금이라도 유용한 교재와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행사들이 VIP 위주로 진행되면서 실제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뒷전이었던 데 반해, 이번 행사의 중심은 확실히 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학생들을 중앙에 배치한 행사 프로그램에 대해 VIP 중 누구도 자신에 대한 의전 등 특별함을 요구하지 않고서, 이 학생들을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숨죽이고 지켜보고 함께 야식과 간식을 먹으면서 같이 결과물에 대해 고민했다는 사실도 들어야겠다. 필자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런 행사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23일에 있었던 특별강연에서 이 행사를 준비한 제주대학교 사이버보안인재교육원 박남제 교수가 언급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사이버보안 행사가 앞으로 계속 활성화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우리의 사이버공간은 전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더욱 빛나고 안정적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들도 우리의 안전한 디지털 환경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거나 심지어 ‘사이버이민’까지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들, 서포터스, 부모님들, 그리고 1박 2일간 밤새워 노력한 학생들에게 감사드리며,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아이디어들이 현실화됨으로써 우리의 미래가 더욱 밝아지리라고 기대한다. 오랜만에 멋진 행사를 보면서 깊은 감동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도 간직하게 되었다.
[글_ 김주원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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